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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에세이 [꿈꾸는 여자들] ~백색 연기

박현선 | 기사입력 2023/04/10 [18:45]
제2부 고즈넉이 쌓여있는 그리움

6.백색연기

박현선 에세이 [꿈꾸는 여자들] ~백색 연기

제2부 고즈넉이 쌓여있는 그리움

6.백색연기

박현선 | 입력 : 2023/04/10 [18:45]

 사진출처 =픽사베이 © CRS NEWS


온 세상을 두텁게 얼린 새벽, 속이 메스 꺼우며,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소란스러운 음성이 들리고, 아버지가 백열전구에 불을 켠다. 10살이었던 동생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미동조차 없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언제 당할지 모르는 연탄가스에 중독된 것이다.

 

아버지는 가릴 겨를도 없이 동생을 안고, 마당 으로 뛰어나가 찬 바닥에 뉘었다. 어머니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허둥지둥 동치미 국물을 퍼 오셨다. “얘야, 제발 깨어나거라!”입을 벌리고 간절한 손길로 동치미 국물을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떠 먹였다.

 

나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 두통도 잊은 채, 막대기처럼 누워 있는 동생의 팔과 다리를 정신없이 주물렀다. 정신이 나는지 실낱같은 숨소리가 들려오며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본다어머니는 퉁퉁 부어 오른 눈을 훔치며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동생은 누군가 가슴을 누르는 그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고, 아무리 외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단다. 깨어날 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다.

 

부모님은 자식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고, 숨이 없는 것을 발견 하고는 왜! 미리 연탄 아궁이를 점검하지 않았을까 자책이 들면서 당신들이 나쁜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만약, 동생이 잘못되었다면 부모님은 죄책감에 삶이 무의미해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동생도 이 기억으로 여린 마음이 다쳐 비난의 돌덩이를 얹는 것 처럼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일도 없었다는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서서히 일을 잊어갔

 

아이가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항상 부모님은 동생에게 은 일이라도 잘했을 때는 칭찬을 하며 스스로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고, 걱정거리가 있다면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친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었다.

 

그 시절에는 난방 수단으로 연탄을 피우는 가정이 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어서, 가스에 중독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어머니가 주의한다고 취침 전에 창문을 조금 열어 놓았지만, 갈라진 방바닥 틈새로 새어 들어 온 것이다.

 

그때는 연탄 구멍이 19개라 십구공탄이라 불렀다처음 불을 붙이려면 눈물콧물을 다 짜내야 한다불을붙이고 나서도 꺼지지 않게 밑에 있는 연탄과 위에 있는 연탄의 구멍을 정확히 맞추어서 넣고 계속 살려 나가야 한다. 위에 있는 연 탄이 백색 연탄이 되어 빨간 불구멍으로 있을 때 부서지지 않게 잘 떼어내면서 갈아야 한다. 연탄이 찰떡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붙은 연탄을 마당에 꺼내 놓고 연탄집게로 떼어 내려 애쓰던 그때 어머니 얼굴은 십구공탄 붉은 구멍 속에 비집고 들어가 있었지.

 

친정집은 연탄과 기름보일러 겸용 난방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일러를 틀면 ~’ 소리가 탱크 지나가는 소리처럼 시끄럽다. 연탄보일러는 주택의 다용도실을 지나 밖에 설치되어 있다. 연탄불을 가는 것은 아버지 몫이었다. 살이 터질 듯한 새벽에 파자마를 입고 연탄불을 갈러 나가실 때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아파트 이사를 권유해 보았지만, 어머니는 정든 이 집을 떠나는 것도 섭섭하지갑갑해서 아파트는 산다고 하시며,“ 자고로 사람은 땅을 흙냄새를 맡고 살아야!”라고말씀하신다.

 

친정집에 들어서자마자 연탄가스 때문에 눈, 코가 맵다.

아버지!어디가 깨져서 연탄가스가 나오는 거 아닌가요? 이거, 정말 위험해 보여요!”

 

 

아버지는 방금 연탄을 갈아서 그래, 항상 잘 때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있어. 가을에 연탄을 사서 저장해 뒀던 거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피곤하시면 코를 골며 주무시는데 가스라도 들이키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그렇다고 멀쩡한 연탄보일러를 떼수도 없잖니안이 24시간 훈훈해서 연탄보일러가 ! 연통 끝까지 틈새가 있는지 세심히 확인하고, 보일러 환풍기도 설치해 점검하고 있단다.”

 

그럼, 연탄가스가 누출되면 미리 알 수 있는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있다던데 그걸 설치해 놓을까요?”

아버지는고맙구나!천원도 되는 연탄 장 가격으로 한나절 이렇게 훈훈하게 보내니 이게, 호사지!”라고 말하셨다.

 

요즘, 코로나가 목숨을 위협한다는데 예전엔 십구공단이 사람들 목숨을 많이도 앗아갔지.’

 

박현선 작가

▲ 박현선 수필가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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