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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 성경보다 80년 앞선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공개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4/12 [13:58]
프랑스 국립도서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80년 앞선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공개

프랑스 국립도서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3/04/12 [13:58]

▲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50년 만에 공개한 ‘직지 하권’. 연합뉴스

 

기독교 전파와 정보 대중화 측면에서 혁명을 일으킨 독일인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80년 빨리 금속활자로 인쇄됐던 세계 최고(最古) 직지심체요절(직지)50년 만에 공개된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서 12(현지시간) 개최되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전시회는 오는 716일까지 열린다.

 

BnF는 구텐베르크를 중심으로 인쇄술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전시회를 마련하면서 직지 하권을 공개했다. 현재 상권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BnF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직지 하권을 일반 대중에 공개한 것은 1973동양의 보물전시회 이후 처음이다.

 

BnF는 전시회장 안내문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백운 스님이 말년에 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1377년 간행한 직지가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라고 소개했다.

 

1900년 이전에 서울에 주재한 프랑스 외교관 콜랭 드 플랑시가 19861988년 사이 직지 하권을 발견했고, 골동품 수집자인 앙리 베베르가 이를 1911년 구매한 뒤 1952BnF에 유증했다고 설명했다.

 

BnF는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80년 먼저 나왔다며 아시아의 인쇄 기술은 유럽보다 몇 세기에 앞서 있었지만, 한 문화 지역에서 다른 문화지역으로 전파됐음을 증명하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한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인류 문화에 혁명을 일으켰다. 알파벳은 26자로 이뤄져 활자를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 서양에서 책 발행에 대한 제약은 다른 문명보다 적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통해 보급된 성서는 흑사병 팬데믹(대유행, 대창궐)’ 이후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유럽에서 기독교를 전파시키는 데 기여했다.

 

종교 타락의 상징인 면죄부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데도 쓰였지만 반대로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이후에는 유럽에서 정보의 대중화정보의 대홍수를 일으켜 문명의 중심을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겼다.

 

고려 금속활자는 24(훈민정음은 28)로 이뤄진 한글이 창제되기 전 활자 수가 적어도 천자에 달하는 방대한 한자를 사용해야 했기에 대량 보급되기 어려웠다. 게다가 고려와 조선에서 인쇄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유로 관청이 주도했다.

 

한편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취재진에 직지를 사전 공개한 앙젤 관장(사진)오래전부터 인쇄의 역사를 주제로 대중에 전시하고 싶었다. 유럽 인쇄 기술 및 보존의 역사에서는 구텐베르크의 성경이 중요한데, 이보다 앞서 한국에서 직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직지를 공개하게 됐다.”고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직지의 국내 반환이나 전시 추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도서관이 소장한 외규장각 의궤가 영구임대 형식으로 환수된 후, 같은 도서관에 있던 직지도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직지가 약탈 문화재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환수는 어렵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또한, 압류를 염려한 프랑스 측에서 한국 전시를 꺼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특별 전시를 계기로 공동 연구 등 직지를 둘러싼 새로운 공유방식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문화재청은 11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도서관과 전시지원 및 학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전시 관련 강연 개최, 번역 지원과 행사 홍보 등을 맡아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직지의 한국 전시가 추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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