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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라마단 기간 자선행사장에 인파 몰려 최소 78명 압사

이인덕 기자 | 기사입력 2023/04/20 [22:17]
내전으로 가난해진 나라...1만2000원 현금지급 행사에서 참변

예멘, 라마단 기간 자선행사장에 인파 몰려 최소 78명 압사

내전으로 가난해진 나라...1만2000원 현금지급 행사에서 참변

이인덕 기자 | 입력 : 2023/04/20 [22:17]

▲ 예멘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서 열린 자선행사장에 몰린 군중. AP=연합뉴스

 

내전 중인 중동 국가 예멘에서 라마단 마지막 날을 앞둔 19(현지 시간)의 현금 지급 자선행사에서 수백명이 몰려들어 최소 78명이 압사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예멘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서 열린 현금 지급 자선행사에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는데 중상자도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사에서는 1인당 9000예멘 리알(12000)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2014년부터 내전을 치르고 있는 예멘은 2021년 기준 1인당 구매력평가지수(PPP) 2078달러로 세계 191개국 가운데 13번째로 가난한 나라다.

 

목격자들은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후티 반군 측이 사람들을 통제한다면서 허공을 향해 총을 쏴댄 것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총에 맞은 한 전신주 변압기가 폭발하자 당황한 군중이 다른 한쪽으로 더욱 몰렸다는 것이다.

 

▲ 예멘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 마련된 자선 행사장 압사 사고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소셜미디어에 오른 사건 현장 영상에는 돈과 구호품을 나눠주는 가설 무대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빽빽하게 겹치면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구조를 요청하는 참담한 상황이 담겼다. 사람들이 겨우 빠져나간 길바닥 여기저기에는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고 주인을 잃은 신발 더미와 옷들이 쌓여 있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무장한 후티 반군이 군중 통제를 시도하며 공중에 총을 쏘던 중 전선을 건드려 폭발시켰고, 이로 인해 당황한 군중들이 한곳으로 몰리기 시작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에는 수십 구의 시신이 바닥에 널려있고, 일부 군중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반면 후티 반군 대변인 압델-칼레크 알-아그리 준장은 이번 참사가 지역 당국과의 조율 없이 무작위로 배분된 구호품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후티 반군 내무부는 구호 행사 관계자 2명을 구금한 상태이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 측은 이날 자선행사를 주최한 상인 2명을 체포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사고로 가족을 잃은 가족과 부상자에게는 각각 2000달러(266만 원), 400달러(53만 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멘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2014년 사나에서 친()사우디아라비아 성향 정부를 몰아낸 뒤 8년 넘게 내전과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상황이 악화됐고 주민들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내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15만 명에 이르며 예멘 인구 약 70%2100만 명이 구호 대상이다. 이중1700만 명 이상이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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