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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카페 '엔탈피' 탄생 스토리

최영미 기자 | 기사입력 2023/06/23 [12:55]

유기묘 카페 '엔탈피' 탄생 스토리

최영미 기자 | 입력 : 2023/06/23 [12:55]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고 해서 지인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이 문이 닫혀 있어 다른 곳으로 가다 우연히 고양이 카페가 있다고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작은 공간에 많은 고양이들이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며 지나다녔다. 벽의 선반, 탁자위, 의자등 모든 공간이 유기묘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점원으로부터 고양이들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은 이야기를 들었고 유기묘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데리고 와 먹여주고 병원도 데리고 가며 마음을 쏟은 카페 대표의 이야기도 듣게 됐다.

 

따뜻한 마음으로 행한 이야기를 들으니 칭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은 있지만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긍휼이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 관심과 사랑이다. 작은 실천 하나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던 것이다

 

윤진상 대표를 만나 '유기묘 카페를 하게된 계기와 유기묘들과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를 하게 된 계기]

과거 대학원을 다니던 당시, 박사 진학을 할지 혹은 연구소에 지원할지 고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다가, 저는 뜬금없게도 창업이란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즈음, 창업 전후로 신기하게도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창업 전에는 어느 편의점 쉼터에서 츄르와 담뱃재를 섞여 먹이는 걸 보고 만나게 된 댕댕이,

그리고 집 앞에서 콧물 범벅인 채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있던 봉봉이를 만났습니다.

제조업으로 창업을 한 후에는, 천장에서 태어난 꽁이, 냥이도 있었죠.

 

이후에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우연히 구조하게 된 타코, 그리고 많이 아픈 상태로 버려진 페리를 만났죠.

창업을 했고 3명의 인원이 있었으나, 사무실은 40평이라 남는 공간이 많았었죠.

그래서 한 켠 자리를 내어주자, 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사무실 안쪽으로 들였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났고, 사무실 임대 기간이 끝날 즈음 운천동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만드는 제품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 겸 카페로 시작을 하였으나,

하나, , 안쓰러운 마음에 구조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공간이 더 넓어야 하겠구나.'

'얘들이 적어도 불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옆 칸까지 확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시샵 및 카페에서, '고양이가 있는 카페'로 바뀌었죠.

 

1년 정도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구조된 아이들을 케어하고, 공간을 유지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분이 상당히 힘든 부분으로 다가오더라구요.

그렇게 지쳐가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많은 분들께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가까운 직원분 뿐만 아니라, 손님분들께서도 제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유기묘 카페 '엔탈피'로 최종 변화를 하게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 그리고 손님들과 소소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 댕댕이 이야기]

와이프와 연애시절,

와이프가 종종 주변 편의점에서 치즈색의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찍어 보내 주었습니다.

그렇게 종종 그 아가에 대한 소식도 듣고, 몇번인가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와이프가 화난 목소리로 말을 하더라구요,

여기 학생들이 담뱃재랑 고양이 간식이랑 섞여서 그 아이에게 먹이고 있다구요.

그 말을 듣고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고, 순간 화도 나서 동물용품점으로 가서 케이지를 사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었죠.

그렇게 만나게 된 아이가, 저희 카페 () 서열 1위 댕댕이 입니다.

 

처음에는 저를 경계하기도, 그리고 나중에는 항상 제 옆에 붙어있기도 했고,

잠을 잘 때면 늘 얼굴 옆에 딱 붙어있었죠.

 

지금은 가게에 가면 항상 저를 반겨주고, 어린 고양이들이 들어오면 보모 역할도 해주는 든든한 친구입니다.

물론 분들께도 사랑을 받고 있구요. 항상 고맙고, 대견한 아이입니다.

처음 만났을때는 1~2개월 이였는데, 벌써 3살 반이 된 오래된 제 친구이자 딸같은 아이예요.

 

 

[ 기리 이야기 ]

엔탈피를 오픈하고 반복되는 하루,

여느 때와 다르게 다른 가게 사장님들과 같이 할로윈 행사를 진행한 날이 있었습니다.

 

때는 20211031일 일요일, 그날 저녁에는 지금의 처남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떤 한 고양이가 눈도 못 뜬 상태로 차도 위까지 기어나와 있다고 말이죠.

그 당시 처남은 얘가 차에 치이진 않을지 걱정이 되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저에게 연락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아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눈도 뜨기 전에 차도까지 기어나온 상태에, 사람의 접촉까지 있었으니,

그 자그마한 생명이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남에게 그 아이를 데려와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봤던 그 아이는 생각 이상으로 작았고, 많은 케어가 필요해 보였죠.

당시 하루하루, 매출도 거의 나오지 않던 시절. 무언가 삶의 목적도 모르겠고,

일을 할 의지도 나지 않던 때.

이 아이가 당시 저에게 하나의 목적이 되어 주었습니다.

 

매일 직접 분유도 타서 먹여주고, 저녁 12시가 되었든, 새벽 4시가 되었든

마음 한켠이 불안해질 때면 가게에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죠.

그리고 혹시 배고프지는 않을까, 춥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며 따스히 데운 분유도 먹여주고,

트름도 시켜주고, 안아주고는 돌아왔죠.

 

그랬던 그 친구는 지금 저희 가게에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신 또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항상 가게에 오면 제 옆에 딱 달라붙어 꾹꾹이도 해주고, 쭙쭙이도 해주는 정말 고마운 친구입니다.

힘들때면 위로가 되어주는 제 아들 같은 아이입니다.

 

  댕댕이./© CRS NEWS

 

 기리./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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