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스트릭랜드 전 미국 텍사스주 타일러 교구장. 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백신 접종 거부를 해 논란이 됐던 교구장을 공식 해임했다.

11일(현지 시각) 교황청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텍사스주 타일러 교구의 교구장인 조지프 스트주교를 해임하고, 임시 관리자로 조 바스케스 주교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해임 사실만을 짧게 알렸다.

스트릭랜드 전 교구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지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일삼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음모론을 주장하며 백신 접종 거부 메시지를 냈었다. 특히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직전 지지자들이 모인 ‘제리코 행진’ 기도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 조지프 스트릭랜드 주교가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에서 LGBTQ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트릭랜드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사건건 부딪치기도 했다. 임신중지, 트랜스젠더 권리, 동성 결혼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큰 입장차를 보였고, 최근에는 교황이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평신도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놓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너무 진보적이라면서 “교황이 신앙을 훼손한다. 이는 전 세계에 명백한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스트릭랜드는 미국 가톨릭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극단적인 보수파의 상징으로, 텍사스 동부의 작은 교구를 넘어 전국적인 추종자를 갖게 됐다”고 했다.

바티칸 정부는 올해 초 타일러 교구에 조사단을 파견, 감사를 벌인 끝에 스트릭랜드의 해임을 결정했다. AP는 “당초 교황청은 스트릭랜드에 사임을 요청했지만, 그가 거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틀 만에 해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황이 교구장을 해임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교구장을 맡고 있는 주교들은 통상 75세가 되면 스스로 사임한다. 그 전에 직무 수행에 부적합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황청이 압박을 넣어 사임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