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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이 한몫하는 한강권 스카이라인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08/30 [10:08]
교회, 종교사학, 이슬람 성원, 통일교, 사당 등 共存

종교시설이 한몫하는 한강권 스카이라인

교회, 종교사학, 이슬람 성원, 통일교, 사당 등 共存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08/30 [10:08]

 
종교가 가진 순기능은 매우 크다. 우선 사람들의 마음을 교화시켜 안정과 평화를 찾아주고 희망을 심어준다. 다음으로는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다각도로 앞장서고 있다.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종교건축물을 지어 지역사회의 미관을 살리고 예술적 창작열을 북돋우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시설을 대형화 시키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경건함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후세에 자산으로 남겨줄 수 있다. 그러한 종교건축물을 봤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동호대교 북단에서 압구정역이 있는 동호대교 남단을 향해 달리노라면 우측으로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 일대가 조망된다. 강과 산, 언덕이 어우러져 빼어난 조망권을 이루는 곳이다. 특히 동호대교와 한남대교 사이 고급 주택가가 밀집한 유엔빌리지는  터키 이스탄블의 보스포러스 해협이 연상될 정도로 이국적 풍경을 자아낸다. 이 지역 종교시설도 한강권 스카이라인 형성에 크게 한몫을 거들고 있다. 그 중심축에 한광교회와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있다. 여기에 더해 지역 터줏대감격인 보광동교회, 기독교사학인 오산중고등학교, 민족종교인 통일교 국제수련원, 민속신앙인 김유신장군 사당도 중요한 조망권을 선점하고 있다.


한남동 랜드마크-한광교회와 이슬람 중앙성원

 
▲ 교회, 종교사학, 이슬람 성원, 통일교, 사당 등이 공존해 있는 보광동, 한남동 일대는 이러한 종교 시설이 한강권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 매일종교신문

한남대로에서 남산 하얏트호텔쪽을 바라보면 남산에서 한강쪽으로 뻗어내려온 산줄기가 높은 언덕을 이루는 곳에 서로 다른 모습의 두 종교시설이 조망된다. 두 개의 첨탑과 돔을 가진 이슬람교 중앙성원(남산쪽)과 한 개의 종탑이 우뚝 솟은 한광교회(한강쪽)다. 이 두 종교시설은 빼어난 건축물은 아니지만, 한남동의 랜드마크와 같은 곳이다. 멀리서 보면 두 성소(聖所)는 상당히 떨어져 있고, 길도 없을 것같으나, 실제 올라가보면 ‘도깨비시장길’이라는 제법 큰 길로 연결돼 있다. 둘 사이는 도보로 5분 거리다. 이슬람교 중앙성원은 한남대로에서 올라갈 수 있고, 반대편 이태원역에서도 오를 수 있다.


▲ 한광교회     © 매일종교신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소속의 한광교회(한남동 620-171번지)는 1957년에 창설돼 올해 52돌을 맞고 있다. 처음에는 한남동 568-290번지 이호열 장로 집에서 15명이 창설예배를 드림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초대 당회장 김종근 목사가 ‘한양을 비추는 빛’이 되자는 의미로 교회이름을 한광(漢光)으로 지었다고 한다. 한광교회는 1971년 1차 성전이 건립됐다가 1977년 대지 650평을 불하받아 1984년 현재의 위치에 새 성전을 지은 뒤, 오늘에 이른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개신교 전통의 예쁜 교회당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사방이 툭 터져 있어 어디서 봐도 교회가 잘 보인다. 서울에서 이만한 위치를 가진 교회도 드물 것이다. 교회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한인교회를 섬기던 차은일 목사를 초빙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차 목사는 새들백교회와 사랑의 교회, 제자교회 등을 벤치마킹해 사도행전에 나오는 성경적인 교회상 정립에 힘을 쏟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교회’,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 교회’, ‘평신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교회’ 등 교회 비전에도 잘 나타나 있다. 신도들 모두가 ‘우리동네 최고 교회’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광교회 부목인 신동신 목사는 “한남동 일대가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돼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되나 교회가 여전히 좋은 위치에서 서울을 비추는 빛의 사명을 다할 수 있게 신도들 모두가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 중앙성원(한남2동)은 한국에 거주하는 각국 이슬람교도들이 찾아드는 성지다. 지난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아랍국가와 관계정상화 차원에서 부지를 지원해 개원한 이 성전에는 2500여명의 무슬림들이 매주 한차례 이상 찾아온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북아프리카 출신의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토요일 오후 이곳에 와서 하루를 머문 뒤 일요일 예배까지 마치고 돌아간다고 한다. 성소 주변에는 이슬람권 전통 음식점이 즐비하다.
 
▲ 이슬람교 중앙선원     © 매일종교신문

한남동 도깨비시장길에 어둠이 내려앉자 중앙성원의 높다란 2개의 첨탑에 환하게 불이 켜진다. 성원 입구에 한국어로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입니다'라고 큼지막하게 씌어있다. 복장만 단정하다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굽어진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성원이 나온다. 한국이슬람교 총본산인 중앙성원은 지상 3층 규모의 국내 최초 모스크로, 날로 역사가 쌓이고 있다. 이곳에는 성원과 이슬람센터, 마드라싸(교육기관) 등 시설이 들어서 있다. 신도들 외에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는지, 삼삼오오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이슬람교도들에게는 낯선 이방인이 전혀 경계의 대상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다. 기도시간과 겹치지 않으면 회당 안 기도처까지 출입이 가능한 것같다.


이슬람성원 주변은 개원 33년이 지난 오늘날 몰라보게 변화됐다. 무슬림 마트, 무스림 베이커리, 무슬림 잡화점, 히잡을 쓴 여인 등 무슬림 본고장의 문화가 다 들어와 있다. 문득 터키 여행 중에 먹었던 값싸고 맛있는 문고리모양의 터키빵 시미트가 생각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강성 선입견을 떨쳐버린다면 이곳은 아랍국가를 가지 않고도 아랍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안전하고도 친숙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에는 서울을 포함해 광주, 부산, 전주, 인천, 안양 등 6곳에 모스크가 건립돼 있고, 신자 수는 내국인 등록자 3만5000여명, 외국 무슬림(근로자, 공관원, 상사 직원) 8만명을 헤아린다.
 
▲ 보광중앙교회     © 매일종교신문


이슬람 중앙성원과 한광교회 사이 골목 안에 보광동교회(보광동 265-296)가 세워져 있다. 이 교회는 1913년 아펜젤러(1885~1902)가 세운 새문안교회의 한강기도소로 출발했다고 한다. 처음에 기도소가 있던 곳은 둔지미(용산우체국 뒤편)였다. 1921년 차재영 목사가 부임해 보광리교회로 명칭을 바꾸었고, 1954년 현 위치에 자리잡았다. 교회는 벽돌조의 사각형 현대식 건물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단연 한남동과 보광동 일대의 맏형교회다. 보광동교회는 홍경표 담임목사를 맞아 이웃사회에 나눔과 섬김의 신앙을 펴나가고 있다.



종교사학 오산학교, 통일교 수련원 한강의 절경지


도깨비시장길은 60~70년 풍경이 일부분 남아있는 재미난 곳이다. 민들레 미용실, 현대지물포, 옷수선 전문점 등 옛날 점포들이 아직도 옛 이름을 간직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도깨비시장은 야채 등을 파는 재래시장인데, 지금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보광동에서 기독교 사학인 오산중고등학교(보광동 168-4)를 빼놓을 수 없다. 민족사학으로도 불리는 이 학교는 1907년 독립운동가인 남강 이승훈(1864~1930)이 평북 정주에 세워 춘원 이광수, 고당 조만식, 단재 신채호, 횡보 염상섭, 다석 유영모 등의 선각자들이 교단을 지켰고, 시인 안서 김억과 소월 김정식, 종교인 주기철·한경직, 사상가 씨 함석헌, 화가 대향 이중섭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했다. 학교는 한국전쟁이후 1953년 부산으로 이전했으며, 1954년 용산구 원효로 교사 시절을 거쳐 1956년 현재의 자리에 정착했다. 김용관 교목은 교정 별채에 마련된 교목실에서 ‘유영모 선생과 함석헌 선생의 생명사상’ 책자를 건네주며 “오산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두 분은 한국이 낳은 위대한 사상가”라고 말했다. 보광동 언덕에 우뚝 올라선 오산학교는 북으로 남산을 품고, 남으로 한강을 병풍처럼 두른 너른 교정을 가졌으며, 서울의 숨겨진 절경지다.


김 목사에게 “김유신 사당(보광동 168번지)이 어디냐”고 물으니 “학교 정문에서 좌측으로 돌아 올라가면 나온다”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김유신 사당 한쪽 담이 오산학교 담이기도 했다. 김유신사당길을 따라서 골목길을 오르니 삼성리버빌 아파트가 나온다. 사당 출입문은 아파트 안의 경비실 옆에 있다. 좁은 계단을 오르니, 2층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연결되고, 3층에 사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 있다.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했지만, 당은 제당과 제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당 안에는 15점의 신상과 그 앞에 제단이 있다고 한다. 사당은 본래 강변에 있었으나 1941년 경원선(京元線) 철도가 개통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김유신 장군이 누군가. 요즘 한창 MBC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를 도우며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풍월주 ‘유신랑’(엄태웅 분)이 아니던가.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진 김유신 장군이 이곳에 주신으로 모셔진 배경은 이렇다. 옛날 신라가 고구려를 칠 때 이  쪽의 물이 얕아서 이곳에 배수의 진을 치고 싸웠는데 전쟁에서 이긴 후 김유신이 주민들을 잘 돌보아 주었기 때문에 모셨다고 한다. 매년 음력 정월 초하루 주민들이 유신랑의 위업을 기리고 동네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드린다고 전해진다. 


보광동에는 제갈공명을 모시는 ‘무후묘’라고 불리는 사당도 있다. 사당 출입문은 불교 보광사 출입문이기도 하다. 종단에 소속돼 있지 않은 보광사 불자들이 사당을 관리하며 제사도 드리고 있다고 한다. 사당 중앙에 제갈공명이 모셔져 있고 오른쪽 벽에는 홍장군과 청장군이, 왼쪽 벽에는 당할머니와 산신이 모셔져 있다.


보광중앙교회 ‘긍휼의 쌀통’, 빈곤층 주민에 기쁨 안겨




한남대로에서 남산쪽으로 올라가다보면 멋진 현대식 건물의 성프란치스코 수도원이 있고, 외교통상부장관 공관을 지나 좀더 올라가면 육교 밑에 국제루터교회가 아담한 단층 건물을 뽐내고 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입구에는 감리교 여전도회관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유엔빌리지 정상에는 통일교 국제연수원이 있다.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총재가 오랫동안 저택으로 썼으며, 1994년에는 소련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만나 평화를 논했던 곳이다. 한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명소다. 현재는 얕은 2층집이어서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부지가 넓어 이곳에 통일교가 주변경관에 어울리는 환경친화적 종교건축물을 짓는다면, 한강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밖에 한남동과 보광동 일대에는 한남중앙교회, 보광중앙교회, 보광교회 등 많은 종교시설이 주민과 호흡하고 있다. 보광중앙교회의 경우 지난해부터 ‘긍휼의 쌀통’을 운영해 왔다. 교회에서 이 쌀통에 쌀을 채워 넣으면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마음대로 퍼간다고 한다. 한 달에 400kg(100만원) 정도의 쌀이 소요되며,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에게는 교회 봉사대원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전달하기도 한다.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 국제루터교회     © 매일종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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