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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정산, 종교계 성역 ‘기부금’ 첫 공개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3/18 [09:28]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국세청에 내역서 등록

올 연말정산, 종교계 성역 ‘기부금’ 첫 공개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국세청에 내역서 등록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3/18 [09:28]

올해 연말정산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인천교구 등이 사상 처음으로 기부금 공개에 본격 나섬에 따라 종교인 비과세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교회, 성당, 절 등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금은 '성역'으로 간주돼 왔다. 이 때문에 종교단체별로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세청에 제출한 예가 전무했다. 이 같은 서류 제출은 곧 '자금 노출'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금을 낸 신자가 연말정산을 위해선 해당 단체를 직접 방문, 관련 서류를 떼 원천징수의무자(회사)에게 제출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게다가 이마저도 현행법상 극히 일부 기부금에 대해서만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돼있어 실제론 적게 내고도 많이 돌려받는 등 제도의 허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17일 국세청, 종교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정산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2곳이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시스템에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의료비 등과 같이 기부금을 낸 신자들은 해당 성당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서류를 출력, 제출하면 되게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관련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지만 본당(개발 성당)에 신자들이 제출한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경우가 많아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 "사회적으로 기부금 공제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지고 신자들도 관련 서비스를 통해 더욱 편리하게 (연말정산을)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만 해도 299개 본당에 120만명가량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4인 가구로 나누면 약 30만가구에 이르는 숫자다.
이처럼 천주교를 중심으로 종교계 일부에서 연말정산간소화시스템에 모든 기부금 내역을 등록, 공개한 것은 기부자들에 대한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종교단체의 경우 신자들이 내는 헌금, 십일조, 시주금 등으로 대부분의 재정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 내역 공개는 곧 해당 단체의 수입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불문율로 여겨졌던 종교계 재정의 투명화 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종교기부금은 여전히 많은 단체들이 내역서 제출을 꺼리고 있어 소득공제 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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