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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에 종교의 영향은 어느정도인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4/09 [12:44]
퓨리서치센터 조사, “유럽은 낮고 아프리카는 높아”

도덕성에 종교의 영향은 어느정도인가?

퓨리서치센터 조사, “유럽은 낮고 아프리카는 높아”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4/09 [12:44]
 
저학력, 고연령층일수록 종교의 필요성 강조

"좋은 가치를 소유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데 있어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한가"
유럽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많은 반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최근 미국 유명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The Pew Research Center)와 프린스턴조사연구소는 '종교와 도덕에 대한 세계인의 관점'이란 주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가 실시된 40개국 중 절반 이상(22개국)의 국가에서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국가별로 나눠보면 미국의 경우 응답자 중 53%가 "도덕성을 위해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46%는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데 있어 꼭 신을 믿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북미주 지역의 캐나다는 도덕과 종교를 별개로 보는 경향이 더욱 높았다. 캐나다인의 67%는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데 있어 꼭 신을 믿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퓨리서치센터측은 "부유하거나 환경적으로 편안한 국가일수록 종교적 믿음과 도덕성을 별개로 보는 경향이 높았다"며 "기독교 국가라는 미국도 과거와는 달리 무신론 등의 영향으로 더 이상 도덕이 종교에 귀속된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찬반 비율이 비슷했다. 한국인의 54%는 "도덕적인 것을 위해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필요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44%다.
중국과 일본은 양상이 비슷했다. 중국인의 75%, 일본인의 55%가 "도덕성을 위해 꼭 신을 믿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중국은 종교보다는 국가적 사상의 영향력이 강하고, 일본은 종교가 신념보다는 하나의 문화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대륙별로 확연하게 갈렸다. 유럽은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꼭 신을 믿을 필요는 없다"고 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프랑스(85%), 스페인(80%), 영국·체코(78%), 이탈리아(71%), 독일(66%), 러시아(55%), 폴란드(51%), 그리스(50%) 등 유럽 대다수의 나라가 이와 같이 응답했다. 즉, 비종교인도 얼마든지 도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과거 유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던 가톨릭 교회 등이 쇠퇴기를 겪는 과정에서 종교적 개념이 전반적으로 흐릿해지면서 종교가 더 이상 도덕적 가치관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아프리카는 유럽과 완전히 정반대다. 가나(99%), 나이지리아(91%), 우간다(89%), 케냐(79%), 남아프리카공화국(75%) 등은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신을 믿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도덕성을 위한 종교적 신념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소득이 낮거나 보수적인 나라일수록 종교와 도덕을 연관짓는 견해가 많았는데, 이는 어떤 기준이나 신념에 대해 종교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은 이스라엘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관점이 비슷했다. 이집트(95%), 요르단(94%), 터키(87%), 튀니지(74%), 레바논(69%) 등은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시아 일부 지역과 남미 역시 "도덕적인 것을 위해 신을 믿는 게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인도네시아(99%), 파키스탄(98%), 필리핀(93%), 말레이시아(89%), 인도(70%), 엘살바도로(93%), 브라질(86%), 베네수엘라(80%), 멕시코(56%) 등이다. 반면 중동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만 59%의 응답자가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데 있어 종교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 내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탱했던 유대교 등 종교에 대한 영향력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와 도덕에 대한 견해는 연령과 교육수준에 따라 차이가 났다. 나이가 많거나, 대학에 다니지 않은 응답자일수록 종교와 도덕을 매우 밀접하게 바라봤다. 우선 50대 이상의 응답자 중 미국(58%)과 한국(64%)은 절반 이상이 "도덕적인 것을 위해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30대 이하 응답자만 추렸을 때 "도덕을 위해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한 미국(46%)과 한국(38%)의 젊은층 답변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교육적 배경도 답변의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경우 대학 학위가 없는 응답자의 59퍼센트가 "도덕적이 되는데 종교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대학을 졸업한 이들 가운데 이같이 답한 비율은 37퍼센트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은 미국과 달리 종교와 도덕에 대해 교육적 배경에 따른 답변 차이의 폭이 좁았다.

퓨리서치센터는 이번 조사를 지난 3년(2011년~2013년)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무려 4만80명(18세 이상)으로 대규모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도에 표본오차는 ±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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