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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전으로 가는 이라크 수니‧시아파 갈등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6/17 [07:39]
수니파 지원위해 35년 앙숙 미국‧ 이란 손잡아

살육전으로 가는 이라크 수니‧시아파 갈등

수니파 지원위해 35년 앙숙 미국‧ 이란 손잡아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6/17 [07:39]

이라크의 급진 수니(Sunni)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시아(Shia)파인 이라크 정부군을 대량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양측 종파간의 갈등은 이라크를 내전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ISIL은 살라후딘주(州)로 추정되는 여러 장소에서 20~60명씩 머리에 피를 흘리거나 손이 뒤로 묶여 처형 장소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15일 트위터에 올리고 정부군 1700여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복면을 쓴 ISIL 대원들이 수십명의 포로들을 집단처형장으로 끌고 가는 모습과 길가에 포박한 젊은이들을 눕혀놓고 총을 쏘는 장면, 피로 뒤덮인 시신들 모습이 담겨 있다. ISIL은 각각의 사진에 “스스로 걸어서 처형장으로 향하는 이들을 봐라” “추잡한 시아파들이 수백 곳에서 사살됐다” “부대에서 도망친 시아파들의 종말”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ISIL은 “이는 누리 카말 알말리키 시아파 정권의 운명”이라고도 했다. ISIL의 진군 소식에 민병대를 조직, 바그다드에 집결해 있는 시아파는 수니파 민간인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태세다. 시아파의 보복 공격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치솟고 미국까지 나서는 등 국제사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에린 에버스 이라크 전문가는 “ISIL의 이번 집단처형 장면 공개는 자신들의 무자비함을 정부군 측에 알리고 중동의 종파 전쟁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랍권에 팽배한 반미감정에 기대어 향후 예상되는 미군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ISIL을 이끄는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15일 성명에서 “우리(ISIL)는 곧 너희(미국)와 맞닥뜨릴 것이다”며 “우리는 이날을 기다렸다”고 호언했다.    

이라크 정부는 일단 이들 사진의 확산을 막기 위해 트위터나 유튜브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차단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 알리 알시스타니도 14일 “격동기엔 최대한의 절제가 필요하다”고 ISIL의 도발에 말려들지 말기를 당부했다. 하지만 수니파 과격단체의 시아파 도살에 격노한 시아파 민병대가 이들 말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시아파 민병대 한 지도자는 “ISIL은 시아파를 자신들의 영원한 적으로 간주한다”며 “우리의 대응도 결코 ISIL과는 한순간도 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보복을 다짐했다.    

한편 이라크가 수니‧시아파간 내전위기로 치닫자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이 같은 종파인 이라크를 지원하기 위해 군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도 ISIL을 격퇴할 수 있도록 군사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과 이번주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간의 대화는 이란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양국간 갈등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미국이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해 '35년 앙숙'인 이란과 군사 공조 가능성을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6일 "이라크 폭력 사태 종식을 위해 이란이 협조할 의사가 있다면 미국은 이란 정부와 외교적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면서 "이란과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 관료가 이란과의 군사 공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1979년 이란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양국 국교가 단절된 이후 처음이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은 이라크를 군사 지원했다.    

미국은 이날 해병 550여명이 탑승한 상륙수송함이 이라크 인근의 페르시아만(灣)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14일에는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함'이 페르시아만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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