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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 한송이, 종교 버금가는 치유 효과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6/23 [08:42]
원예 치료(horticultural therapy)법 주목 받아

작은 꽃 한송이, 종교 버금가는 치유 효과

원예 치료(horticultural therapy)법 주목 받아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6/23 [08:42]

 
"워싱턴 네거리 그리니치 빌리지에 화가들이 모여 사는 동네.
찬바람이 부는 11월의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온 폐렴은 가난한 화가 존시를 병석에 눕히고 말았다.
병실 침대에서 존시는 무언가를 거꾸로 세고 있었다. 열둘, 열하나······ 그러더니 여덟과 일곱을 한꺼번에 세었다.
건너편 벽에 붙은 담쟁이 잎이 앙상하게 매달려 있었다. 존시는 저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다음날 아침.존시가 커튼을 걷어 달라기에 마음을 졸이며 커튼을 올렸다. 그런데 암녹색 담쟁이가 그대로 꼭 붙어 있었다. 종일 잎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이튿날 아침이 되었다. 커튼을 올리라고 말했다. 담쟁이 잎은 그대로 있었다. 존시는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언니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죽기를 원하는 것은 죄악이야. 언니가 요리하는 것을 보겠어"-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 The Last Leaf』 중에서 
 
오 헨리 소설 『마지막 잎새』 주인공은 창밖 담쟁이 덩굴에 하나 남은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의 삶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베어먼 노인은 찬비가 내리던 날 밤 벽에다 담쟁이 잎을 그려 넣어 존시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작은 초록 잎사귀 한 개가 절망에 빠져 있는 환자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복돋워 줄 수 있다는 일화가 명작 『마지막 잎새』에 훈훈하게 담겨져 있다.

* 에피소드 1
 
80대 독거 노인.
 
3남 2녀의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건사했지만 요양 병원에서 기거하는 편모는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고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차라리 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어느날 동네 복지관에서 선물 받은 꽃씨를 화분에 심고 가꾸면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지난 5개월 동안 꽃과 식물을 돌보면서 ‘작은 꽃들도 안간힘을 쓰며 가지에서 올라오는 걸 지켜 보면서 미물인 저것들도 생명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데 나 또한 새삼 스럽게 생명에 대한 가치를 깨우치게 됐다’는 것이다.

▲ 환경,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당한 이들의 치유 효과 방법으로 ‘원예 치료 horticultural therapy’가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이같은 치유법을 묘사한 <비밀의 화원>의 한 장면     © 매일종교신문

* 에피소드 2

탈(脫) 성매매 여성 쉼터에 수용되어 있는 20대 여성.
 
나이가 주는 앳된 외모를 갖고 있지만 심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
 
동사무소에서 파견된 사회복지사를 만나서 나눈 심리 치료 항목에서 그녀는 ‘희망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그녀도 동사무소 직원이 주고 간 당근 씨를 무심하게 화분에 파종한 뒤부터 하루 하루 일상이 달라졌다.
 
20일 만에 화분에서 소복히 꽃과 열매를 피워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식물도 관심과 사랑을 주는 만큼 보답을 한다’는 자연의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여성은 최근 ‘내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개발하고 싶다는 의욕을 되새기면서 홀로서기를 위한 직업 교육’을 이수중이다.

환경,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당한 이들의 치유 효과 방법으로 ‘원예 치료 horticultural therapy’가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의 에드워드 병원은 2010년부터 ‘희망 천사의 날개 정원 Wings of Hope Angel Garden’을 개설해 아이를 잃은 부모가 슬픔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국내 대형 병원에서도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꽃, 채소, 과일 등을 직접 가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원예 치료’를 도입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화분이나 병원내 설치된 미니 정원에 씨앗을 심고 돌보면서 결과물을 얻어내 가는 과정 속에서 환자들 심심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불안, 분노, 절망 등의 감정을 녹여버리면서 씨앗에서 솟아나는 싹처럼 ‘삶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계기를 심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 폴란드 출신 여류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공개한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1993)은 선천적 질병으로 늘 신경질을 부리면서 생활했던 10대 소년, 소녀가 대저택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푸른 정원을 돌보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다는 설정을 보여주어 ‘원예 치료’ 효과를 입증한 영상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공개한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1993)은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를 각색한 작품.

이 명작에서도 선천적 질병으로 늘 신경질을 부리면서 생활했던 10대 소년, 소녀가 대저택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푸른 정원을 돌보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다는 설정을 보여주어 ‘원예 치료’ 효과를 입증한 본보기로 언급되고 있다.

원예치료학 박사이자 식물 심리 치유 에세이 『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를 출간한 최영애 최영애원예치료연구소장은 ‘식물을 키워 나가면서 목격하게 되는 탄생, 성장, 그리고 시들어 가는 것을 지켜 보면서 정신적 상흔을 갖고 있는 다양한 환자들이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각성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면서 원예 치료의 효과를 역설해 주고 있다.

대학 일선에서 환경원예학을 지도하고 있는 교수들도 ‘종교 활동을 통해 심적 위안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원에서 흙을 만지면서 자연과 인간 사이에 주고 받는 에너지 교환을 통해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이 심리적 혹은 육체적으로 깊은 정서적 치유를 경험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지에서도 ‘냉혹한 인간세상을 통해 상처 받아 고충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절대 배신하지 않는 식물 가꾸기를 통해 말년 인생의 희망을 제공’해 주는 시도를 활발하게 시도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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