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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나의 투쟁’ 70년만에 재출간 즉시 매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6/01/12 [20:10]
주정부 저작권 소멸, 반난민 정서를 부추길 우려 제기

히틀러 ‘나의 투쟁’ 70년만에 재출간 즉시 매진

주정부 저작권 소멸, 반난민 정서를 부추길 우려 제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6/01/12 [20:10]
주정부 저작권 소멸, 반난민 정서를 부추길 우려 제기       

아돌프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Mein Kampf)’이 70년 만에 독일에서 재출간되자마자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자 반 반민정서를 부추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 독일어 원문으로 출간된 ‘나의 투쟁’을 사려는 선주문이 1만5000부 들어오면서 초판 4000부가 다 팔렸다고 10일 보도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는 정가 59유로(약 7만8000원)인 이 책을 170배 가까운 약 1만 유로(1320만 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재출간본 초판의 소장 가치가 그만큼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는 최저가 385유로(약 50만8000원)부터 거래됐다.
 
▲ ‘나의 투쟁’ 1941년판(왼쪽)과 재출간본.     ©
 

1925년 처음 출간된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1923년 ‘뮌헨 폭동’으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바이에른 감옥에 갇혔을 때 썼다. 히틀러는 유대인에 대한 혐오감,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 등을 낱낱이 기록했다. 나치 집권 시절엔 1200만 부 이상 배포됐다.    

이 책의 판권은 나치 패망 이후 독일 바이에른 주정부가 지난해까지 보유했지만 히틀러가 죽은 지 70년이 지나면서 저작권이 소멸돼 올해부터는 누구나 출판할 수 있다. 원본은 780쪽 분량이지만 이번 재출간본은 독일 현대사연구소가 히틀러 사상에 대한 비판적 주석을 붙여 2000쪽으로 늘어났다.     

비판적 해석이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나의 투쟁’이 큰 인기를 끌자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 요제프 슈스터 위원장은 “‘나의 투쟁’ 비판본은 히틀러의 오류를 폭로하고 반(反)유대주의에 맞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계유대인회의 로널드 로더 의장은 “나치 관련 책은 학술적인 목적에 한해 출판이 가능하고, 이미 학자들은 ‘나의 투쟁’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며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재출간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유대포럼’의 레비 살로몬 대변인도 “어떻게 악마에게 주해(註解)를 붙일 수 있느냐”고 재출간을 비판했다. 독일의 일부 서점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받을 상처를 고려해 판매를 거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나의 투쟁'에 쏠리는 폭발적 인기가 과거 반(反)유대주의를 부추겼듯 반난민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무리 (비판적인) 주석을 많이 달았다 하더라도 작년 한 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1백만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독일로 온 상황에서 아리안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히틀러의 책이 또 다른 인종 차별주의를 낳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공개하고 비판하는 것이 교육에 도움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다. 독일 일간지 타게슈피겔은 "이 책은 역사적 증거이며, 나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한나 반카 독일 교육부 장관은 "침묵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며 "책을 학교 교육에 활용해 히틀러의 사상이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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