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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태양이군요! 이건 파란 색입니다"

문화부 | 기사입력 2013/06/04 [12:43]
<초대석> 박종규작가 문학행위예술의 지평열다(2)

"아 태양이군요! 이건 파란 색입니다"

<초대석> 박종규작가 문학행위예술의 지평열다(2)

문화부 | 입력 : 2013/06/04 [12:43]
 


    FM 100.7(MAPO) <나의 삶, 나의 길> 318회 지상 중계

    문학 행위예술가 박종규 교수 편(제2회)

    연출 박영구 / 진행 김도환, 박수정(가수)



 
▲ 소대장의 35년 만의 귀환이었던 비무장지대의 천불제에서 퍼포먼스를 행하는 박종규 작가.     

 
▼ 김도환 -박 교수님, ‘바다칸타타’는 수필집이잖아요? 그 퍼포먼스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지요?
 
▲ 박종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그분들은 책을 읽을 수가 없으므로 낭독 수필 CD를 제작하여 책에 넣었습니다.
 
이 시디를 틀어놓고, 장애인들이나 내 책을 받을 대상 한 분 한 분 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들이 책에 그려질 그림의 색깔을 고르게 합니다, 그 색으로 표지를,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그려 사인을 해드립니다. 또, 그 독자가 학생이면 장래의 꿈을 물어 그 비원과 함께 사인을 해드립니다. 한번에 30명 정도가 좋습니다. 왜냐면 책 한 권을 그려 완성해서....

▼ 김도환 -직접 표지 그림을 그리니 시간이 걸리니까요.

▲ 박종규 -예. 시간이 걸리지요. 5분씩 잡아도 30명이면 150분이 됩니다.

▼ 김도환 -어이구! 그러시겠네요.

▲ 박종규 -그래서 많은 인원을 할 순 없습니다. 가장 많았던 때가 40명씩 이틀 한 것, 그 경우 는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플레이오프 할 때 KBO에서 공간을 할애해 주어 야구장 들어오는 팬들한테 40명씩 이틀을 했습니다. 그 외에는 이삼 십 명 정도가 적정하고, 또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특강도 겸하고 있습니다.

▼ 김도환 -참, 제가 영상을 보니까요, 손으로 그림을 만져보고 색깔을 선택라는 장면이 나오던데, 그분들 손으로 만져보면 파란색과 빨간색이 나오나요?

▲ 박종규 -선생님 정말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시각장애인협회, 대한적십자사가 서울숲에서 함께 가진 행사였는데요. 시각장애인들은 색을 보지 못하잖습니까? 그 분들에게 색을 드린 겁니다. 그분들이야말로 색을 갈망하시지 않겠습니까?
 
붉은 계통과 청색 두 가 지를 놓고 손으로 만지게 했습니다. 이건 붉은 색입니다. 아 태양이군요!. 이건 파란 색입니다. 아, 바다군요! 이렇게 느끼고 있었어요.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분들 한테는 색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 박수정 -그럼 혹시 그 그림에 점자처럼 만지면 느낄 수 있는 특수...

▲ 박종규 -그런 거는 없습니다.

▼ 김도환 -그런 것은 없는데, 색깔만 이야기해 주면 느낄 수 있다?

▲ 박종규 -마음과 마음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일반 비장애인들보다 더 감이 빠르고, 선생님 고 맙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네요! 하시는 것을 영상에서도 보셨을 겁니다.

▼ 김도환 -글쎄요. 손으로 만져도 색깔 구분까지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박종규 -그런 분들을 만날 때 그분들의 올라오는 기가 저한테도 전달됩니다. 그래 저는 더 용 기를 내서 이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 박수정 -그분들은 저희보다 감정이 훨씬 민감하고 풍부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빨간색 하면 태 양이 떠오른다는 표현을 하시니까 선생님께서는 또 감동하셔서...

▲ 박종규 -그러고 보니, 정확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미쳐버렸을 때 그 사람은 미쳐 버려야만 견뎌냅니다. 미쳤기 때문에.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지 않습니까. 더 는 견딜 수 없으니 (조물주가) 미치게 해 준 겁니다. 그럼 편하거든요. 미친 사람은 눈에 초점이 없이 편안합니다. 그분을 붙잡아서 다시 고쳐드렸을 때, 또다시 미쳐버리는 상황을 해결해 주기 전에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 김도환 -아, 원인 제거가 안 되고는 더...

▲ 박종규 -마찬가지로 그분들의 세계를 비장애인들이 체득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지요.

▼ 김도환 -그래서 표지가 없는 책에다가 표지를 그리고 사인을 해주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책이 되잖아요!

▼ 박수정 -나만의 책!

▲ 잠실운동장 야구장에서 팬 사인회 겸 퍼포먼스에 임산부 팬에게 태양을 그려주던 모습.   

▲ 박종규 -형태는 간단한 그림이지만, 그림 하나하나가 다 틀립니다. 똑같은 그림인데 앞에 있 는 분의 표정에 따라서 내게서 나오는 그림이 달라집니다. 한 권도 같은 그림이 없습 니다.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는 임산부 한 분이 오셨어요.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랍니다. 이 아이한테, 첫 아이니까 가장 귀한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아이 를 위한 그림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그림의 형태를 결정해 놓았지만, 그분의 바람을 생각해서 태양을 그려드렸습니다.

▼ 김도환 -예!

▲ 박종규 -제가 그리는 그림의 어떤 변형이지요! 그분은 아주 좋아했습니다. 태양 같은 사람이 되어라! 그런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 박수정 -그렇지요! 태양은 떠오르는 거니까, 아들이 때어나서 태양을 바라보며 그 꿈을 이룬다 면 천하를 얻는다는 표현도 될 것 같아서 엄마가 많이 좋아했을 것 같아요.

▼ 김도환 -다른 영상을 보니까 ROTC 11기 시더라고요! 전방에 근무하신 그 백골부대에 다시 찾아가셔서 현역군인들 앞에서 동기생들하고 이 퍼포먼스를 하신 것도 보았어요. 그 얘기도 좀 해 주시지요.

▲ 박종규 -예. 2008년도입니다. 그때는 소대장의 35년 만의 귀환이었습니다.

▼ 김도환 -전역한 지 35년!

▲ 박종규 -제가 35년 전 바로 그 자리에서 백골부대 철책소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수필집에 는 ‘비무장지대의 천불’이라는 수필작품이 있습니다. 그 내용으로 아티스트들이 모였 습니다. 불춤을 추는 춤꾼, 낭송가,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부대와 미리 사전에 조율을 해서 행사를 하였습니다. ‘비무장지대의 천불재’ 이렇게 했습니다. 

그때는 KTV (국가정책티브이)에서 동행 취재를 했지요. 그 뒤 몇 번 방영을 한 것으 로 알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한테도 귀한 추억이 되었고, 또 제 퍼포먼스에는 반드시 우리 집사람이 동행합니다. 도우미지요. 민간인이 철책 안에 들어가서 그런 상황을 볼 기회는 없습니다. 너무 귀한 체험을 했다고들 동행자들이 좋아했지요.

▼ 김도환 -그 얘기 중에 그 동기분이 얘기하시던데, 우리 박 교수님 근무하셨을 때, 오성산에 아 주 큰불이 났었다면서요?

▲ 박종규 -오성산에 너무 큰불이 났습니다.

▼ 김도환 -거기가 전방에서 최고 높은 산이지요.

▲ 박종규 -20년 이상을 비무장지대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여기에 어떤 불소시기가 들어와 서 불이 난 겁니다. 삼일 밤낮을 탔고, 곳곳에 대인지뢰나 대전차지뢰가 폭발하면 불 기둥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거대한 불의 띠가 오성산을 따라 올라가면 그 밑에는 깜깜 한데 잔 불티들이 반짝하는 것이 밤하늘의 별 같았고, 너무 환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때 그 불을 추억하면서 제가 나중에 글로 옮긴 것이지만 그 불과 남북으로 갈라져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의 어떤 한, 이것을 천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천불이 폭죽 터지듯이 다 터져서 축제의 불로 승화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런 글을 썼던 것입니다.

▼ 김도환 -벌써 몇십 년 전 얘기지만, 당시는 마치 전쟁 일어나는 것 같았을 거예요.

▲ 박종규 -전 사단이 다 비상 걸렸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 불에 대한 잔상은 지금도 너무 화려 하게 제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가지고 소외계층을 많이 찾아다니던 중 롯데 칠성음료에서 칸타타 커피 가 출시되었습니다. ‘바다칸타타’라는 책이 물론 먼저 나왔지요! 칸타타커피가 출시되 면서 저랑 조인을 했습니다. 책 한 권 줄 때마다 커피도 하나. 그래서 커피 떨어질 만하면 가서 궤짝으로 받아다가 같이 싸들고 다녔지요.

▼ 김도환 -아! 독자들은 책과 커피 두 가지를 받고!

▲ 박종규 -그래, 독도를 갈 때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책이 무거운데다가 가는 일행은 적 고, 스텝이 많지 않으니까요. 거기에다 커피까지 날라야 하니까 무거웠습니다. 그렇지 만, 끝내고 돌아설 때의 그 뿌듯한 마음은 봉사를 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어떤 특권입니다.

▼ 박수정 -독도에서는 그 책하고 커피를 누구에게 주나요?

▲ 박종규 -경비대원이요.

▼ 박수정 -경비대원이 많으시잖아요! 저도 가 보았는데 매우 많은 분들이 계시던데...그분들도 좋 은 추억이 될 거 같아요!

▼ 김도환 -열네 살 때요, 원고지 2,000매를 쓰셨다고 하셨는데, 그 얘기 좀 해 주세요.

▼ 박수정 -저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실물을 보았어요. TV에서나 보았던 그 누렇게 바랜 원고지.... 감동이었어요! 얘기 좀 풀어놓으셨으면 해요.

▲ 박종규 -지금은 참 아련한 추억이지만, 제가 중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과정 동안에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신문팔이, 아이스케키 장수를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도 공부를 계속했어요. 

공부를 계속해야지만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공부를 하니까 주변에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모였어요. 그래 일종의 야학을 찾아내서 공부를 하고, 검정고시를 보았습니다. 검정고시를 패스해서 정상적으로 복귀가 된 것이지요.

▼ 김도환 -음-

▲ 박종규 -제가 신문팔이를 하다 보면 옛날엔 겨울이 상당히 추웠는데, 겨울에 목장갑을 끼고 신 문을 손에 받쳐 들고 ‘석간이요 동아일보! 조간이요 조선일보!’ 외치면서 다닙니다. 그 러면 손에 동상이 듭니다. 계속 밖에 노출되니까.

▼ 김도환 -얼어가지고...

▲ 박종규 -목장갑과 동상 든 부분이 엉겨붙어서 딱정이가 집니다. 장갑을 뗄 수 가 없어요!

▼ 박수정 -쯧쯧!

▲ 박종규 -봄이 되면 딱정이가 떨어집니다. 봄까지 참아야 합니다. 손가락 앞부분만 요렇게 잘라 서 그 부분으로 세수만 하고, 목장갑 그대로 놔두고 다닙니다.

▼ 김도환 -밤이나 낮이나 항상 그 장갑은 끼어있는 상태입니까?

▲ 박종규 -예, 못 벗으니까. 겨울 지날 때까진. 그런 어느 날 아침 모닝커피를 드시고 있는 손님 들에게 신문을 팔기 위해서 어떤 다방을 들렸습니다. 2층 계단을 올라 다방 문을 여 는데, 다방 레지(여종업원)들은 손님이 아니고 신문팔이가 들어오면 싫어합니다. 

보니 까 마침 손님이 하나도 없어요. 내가 물러서려니 추운데 들어오랍니다. 의자를 연탄 난로 옆에다 붙여주면서 앉으랍니다. 앉았더니 따뜻한 오차를 갖다 주고,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물수건으로 내 동상 걸린 손을 두 손으로 이렇게 싸 주는 겁니다.

▲ 14세 된 소년들에게 14세 때 쓴 꿈의 산물, 육필원고지 2000매를 펼쳐보이는 박종규 작가  

 
▼ 박수정 -오!

▲ 박종규 -아! 이분들이 정말 따듯한 누님들이었어요!

▼ 김도환 -마음이 따듯한 분이었네요.

▲ 박종규 -‘사라져가는 누나의 집들’이라는 글은 거기에서 탄생했습니다. 그 누님들이 지금 은 없지요. 다방이 별로 안 보이니까. 그런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 습니다. 그러나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 김도환 -천사를 만난 거지요, 뭐.

▲ 박종규 -그래서 둥그런 밥상 초꼬지 앞에서 원고지를 계속 쓴 거예요. 제가 나중에 정상적으로 선린상고에 입학하게 되어서 국어 시간에 선생께 그 원고를 보여 드렸더니 학원사라 는 잡지사를 한 번 가져가 보라고 추천을 해서...

▼ 김도환 -옛날의 학생 잡지, 월간지.

▲ 박종규 -가슴 부풀어 학원사에 갔더니 일주일 후에 오랍니다. 일주일 후에 다시 가니 ‘박군은 정말 소설가가 될 자질이 있다. 그러나 이건 소설이 아니다.’ 당연하지요! 그게 소설 이 되겠습니까? 그러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그로 인하여 제가 글을 써 내려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박수정 -그때의 그 작업들이 다 밑거름이 되어 선생님 소설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바탕 이! 14세대부터 원고를 쓰셨으니까. 조금 뒤에 그 원고 좀 보여주셔요.








원본 기사 보기:jb-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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