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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생식기는 차이, 뇌 특성에는 차이가 없다”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21/04/29 [08:45]
‘화성 남자 vs 금성 여자’ 논란 종지부 화제작 《젠더 모자이크》 출간

“남녀 생식기는 차이, 뇌 특성에는 차이가 없다”

‘화성 남자 vs 금성 여자’ 논란 종지부 화제작 《젠더 모자이크》 출간

이중목 기자 | 입력 : 2021/04/29 [08:45]

화성 남자 vs 금성 여자논란 종지부 화제작 젠더 모자이크출간 

 

남녀의 뇌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서 능력과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여자는 감성적이어서 의사소통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남자는 공격적이고 체계적이며 공학 능력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의 상당수는 여자이고, 엔지니어 직종에는 남자가 많다” “또 남자는 여자에 비해 멀티태스킹이 안 되고, 여자는 남자에 비해 공간 인지 능력이 낮다등등...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남녀의 뇌가 다르기 때문에 인지적·정서적 능력부터 흥미, 선호도, 행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다.

 

이러한 세간의 믿음이 틀렸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책 젠더 모자이크가 화제이다.

 

저자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다프나 조엘 교수는 당신의 뇌는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 어우러진 당신만의 독특한 모자이크라고 주장한다. 여자와 남자는 똑같은 지구 출신의 존재일 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남녀의 사고 구조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두뇌는 모두 여성적그리고 남성적특징이 혼합된 조각보, 즉 모자이크와 같다는 사실을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밝힌 것이다.

 

그가 제시한 모자이크 뇌라는 개념은 학계는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언론에 보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 과학적 연구가 사회학적으로 채색되어 젠더 모자이크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이다

 

저자 다프나 조엘은 생식기로 인해 익숙한 구분의 논리를 두뇌에 적용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간의 생식기는 평생 동안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렇지 않으며, 두뇌의 특징 또한 생식기와 달리 두 가지 이상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젠더 구분 자체를 하지 않는 젠더프리 사회(gender-free society)’를 주장하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한 가지 일화를 통해 지적한다.

 

한번은 한 남성 참가자가 자신을 젠더퀴어(genderqueer)’라고 밝혔는데, 그는 수염을 기르고 귀고리·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그에게 왜 그런 외적인 것으로 자기 정체성을 알리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같은 질문을 그녀에게 했다. 왜 화장을 하고 딱 붙는 여성적인 옷으로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광고하고 다니는지. 여학생은 처음에는 놀라는 듯했으나, 곧 깨달았다. 그 남자가 젠더퀴어표시를 하고 다니듯 자신도 매일 아침 여성이라는 표시를 치장한다는 사실을.”

 

젠더 이분법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만연해 있다. 어떻게 보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은 두뇌의 차이가 아니라 화성과 금성처럼 서로 다른 환경과 사회적 위치의 차이를 가리키는 말인지 모른다. 저자는 젠더 편견을 넘어서기 위해 나 자신부터 돌아보자고 제안하며 다음과 같이 끝맺는다. 이 책이 인간 두뇌의 진실을 밝힌 과학 보고서를 넘어서 사회학적 텍스트로 읽히는 이유다.

 

한편 한국일보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의 궁금해하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도했다.

 

스트레스나 다른 조건이 뇌에 영향을 미치기 이전에 남자 여자의 고유한 특성, 기본값이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 조엘 교수는 동물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임신 중인 엄마 쥐에게 실험적 조작(스트레스 등)을 가하면 아기 쥐 뇌의 성별을 바꿀 수 있었다면서 호르몬과 같은 성별 관련 요인들과 환경의 상호작용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되고 우리는 이미 환경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엘 교수는 인간의 신생아 두뇌는 남자 아기의 뇌가 조금 더 크다는 것 이외에는 성별 차이를 전혀 보이지 않는데 차이는 살아가면서 생겨나고, 이는 환경이 성별 관련 요인과 상호작용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자는 공감각이 뛰어나고 여자는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는의견에 대해 조엘 교수는 “10개 변수만 고려해도 1,024개의 조합이 가능하다면서 남성적 또는 여성적 특징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며 사람들 대부분은 남녀 유형의 특징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서 젠더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독자의 의견에 대해서 조엘 교수는 그러한 연관성에 왜 신경을 써야 하냐고 반문했다. 성별에 따라서 사회적으로 다른 역할을 요구 받는 사회에서는 언제나 고통 받는 개인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사회를 없애려면 결국 젠더를 타파해야 한다고 조엘 교수는 주장했다. 예컨대 여자 중장비 기사, 남자 보육교사가 생물학적 특성과 젠더가 관련이 있다는 주장 때문에 편견에 시달리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엘 교수는 젠더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왔는지 아닌지 저는 모른다면서 지난 세기 동안 교육과 직장에서 성별/젠더 차이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현재의 젠더가 생물학적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증명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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