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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십자가 철거에 관제 교회도 반발, 논란 확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5/16 [15:31]
저장성 400개 교회 십자가 파괴, “기독교 기본 신앙 모독”

중국 십자가 철거에 관제 교회도 반발, 논란 확산

저장성 400개 교회 십자가 파괴, “기독교 기본 신앙 모독”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5/16 [15:31]
중국 공산당의 허가를 받은 교회도 당국이 추진하는 교회 십자가 설치 규제안에 반대하는 등 중국의 '십자가 철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기독교 삼자(三自)애국운동위원회(일명 삼자교회) 소속의 항저우(杭州) 충이탕(崇一堂) 교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물이자 신앙의 기호’라면서 십자가 설치를 규제하는 저장성 당국의 '종교건축규범안'을 비판했다.
 
영국 BBC 방송 중문판이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저장성 민족·종교위원회가 최근 건설청과 합동으로 만든 규범안은 십자가를 교회 꼭대기가 아닌 본당 정면에 설치해야 하며 십자가 높이도 교회 건물의 10분의 1로 제한했다. 십자가 색깔도 교회 건물들과 어울려야 한다.
 
중화권 최대 규모의 교회로 꼽히는 충이탕 교회는 "십자가는 교회 꼭대기에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제한하는 조례안은 건축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며 국가 종교 관리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규범안은 기독교의 기본 신앙을 모독하고 신앙의 자유에 대한 존엄성을 유린하는 것"이라면서 "사용용어들의 뜻이 모호하며 엄격·신중함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종교계의 혼란과 갈등을 촉발하고 사회 안정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충이탕 교회의 홈페이지는 접속되지 않고 있으며, 초기 화면에는 '사이트 보수중'이라는 글만 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저장성 당국은 "공민의 종교 자유를 보호하고 종교 사무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조례안을 만들었다"면서 의견 수렴에 나서 기독교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화교들의 종교 단체인 '대화원조협회'(對華援助協會)는 "교회 십자가 철거는 중국내 기독교의 발전에 쐐기를 막으려는 의도"라면서 "중국 정부는 교회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구속된 교회 관계자들을 무조건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화교 교회 궈바오성(郭寶勝) 목사는 "저장성 당국이 십자가 철거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내 기독교계는 당국의 탄압에 맞서 일치된 행동을 보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저장성에서 작년부터 적어도 400개 교회의 십자가가 통째로 파괴되거나 부분적으로 훼손됐다"면서 "지난달 리수이(麗水)의 교회를 비롯해 저장성내 13개 교회의 십자가가 철거됐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리수이시 칭톈(靑田)현 교회 등 역내 수 십개 교회가 십자가를 자진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溫州)에서는 작년 7월 교회당 십자가 철거를 둘러싸고 기독교 신자들과 경찰 간에 유혈 충돌이 또 빚어져 상당수 신자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저장성 십자가 수난 사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샤바오룽(夏寶龍) 저장성 서기가 작년 초 역내 순시를 하면서 곳곳에 교회가 들어선 것을 보고 불쾌감을 표시한 데서 촉발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자교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중국의 기독교 신자가 2천300만∼4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독교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로, 일각에서는 10년 내 아시아의 기독교 신자가 세계 최대 규모인 1억6천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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