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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진관사 입지 연구를 통해 본 한국풍수와 사찰풍수④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7/06/10 [07:00]
사찰풍수, 비보풍수의 이론과 사상

북한산 진관사 입지 연구를 통해 본 한국풍수와 사찰풍수④

사찰풍수, 비보풍수의 이론과 사상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17/06/10 [07:00]
<연재순서>
1.사찰을 대상으로 한 풍수학적 관점에서의 입지선정 선행연구들
2.고대 중국에서 발생, 동양철학에 뿌리 둔 풍수의 역사
3.구석기시대부터의 자생풍수설 등 한국 풍수의 역사
4.사찰풍수, 비보풍수의 이론과 사상
5.진관사 입지에 대한 풍수학적 분석   
▲ 사진 일반 풍수는 왕궁이나 가문 개인의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양택풍수와 묘의 지기를 통해 동기감응을 통한 발복 기원이나 조상숭배 봉제사를 통한 정통성 계승차원의 음택풍수가 있으나 사찰풍수의 중심은 몸과 국토가 둘이 아니라는 ‘依正不二思想’에 기초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있다.    

모든 외래사상의 수용 형태가 그러하듯, 풍수설도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오자, 그것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계층이 귀족 등 상류계층이었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신라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사상이 불교였고, 불교는 풍수사상보다는 훨씬 뚜렷한 경로를 통하여, 토속신앙과 충돌 또는 습합,병행하면서 신라의 상층부에 깊이 파고들었다. 불교사상과 풍수사상은, 그 근본적인 사생관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그 사상의 구조에 있어서도 서로 상용될 수 없는 일면을 지니고 있다. 다만 풍수설은 우리 조상들의 원시신앙인 산천숭배 사상과 그 근본이 공통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신의성향을 기반으로 하여 풍수설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의 고유 신앙은 매우 뿌리 깊은 것이었으므로, 이러한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불교를 맹신하면서도 그 불교 속에는 전래의 고유 신앙이 침투해 들어가서, 불교와 타협 병행하는 신앙양상을 보이고 있다.    

불교와 풍수설이 밀접한 관련성을 맺어 왔던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다. 불교와 풍수설은 크게 두 개의 면에서 상통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첫째, 승려는 당시 지식계급에 속한다. 그러므로 문자를 습득하여 경전을 비롯한 여러 서적을 읽을 수 있는 지식층이었다. 풍수지리설에 관한 서적 등에도 접하게 된다. 특히 승려가 풍수설에 가장 친근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대민접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승려는 세상만사에 능통해야 하고, 그러한 세상사 중의 중요한 부분이 정례 등과 같은 일이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일반 민중의 일상적인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도 양기와 음택의 찬정술에 숙달해 있다는 것은 필요불가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로,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종교로서의 불교는 인간의 생사에 관한 문제가 관심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과제인데, 풍수설도 사람의 죽음과 관계되어 있다. 생사관에 있어서나 인생관에 있어서 불교가 풍수설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반풍수와는 그 개념자체가 많이 다른 사찰풍수    

신라 말 선종계열 사찰을 대표하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개산(開山)은 지방문화의 발흥과 자신감의 표현이었고, 지방호족들이 사회 경제적 기반을 토대로 한 것이다. 풍수학이 성행하기 전에 지어진 사찰들은 주로 전통적인 토착신앙 세력들이 신성시하였던 성소, 성지를 택하여 입지했다. 주로 신라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그만큼 기존 종교를 신앙하는 집단의 조직적인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에서는 왕성의 도심 곳곳에 많은 사찰을 지었다. 이후 신라말기에는 선종의 유입으로 인해 선종사찰들이 많이 지어졌고 풍수학도 본격적으로 성행하게 되어 사찰의 입지에 풍수논리가 뒷받침되기 시작하였다.    

“선종사찰들을 창건할 때 좋은 입지를 선별함에 있어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첫째, 신앙의 중심이 불탑 위주에서 불상 중심으로 변환되면서, 불상을 안치한 금당[주불전] 중심의 사원조영에서 주불전[불상]의 유무와 불탑의 기수 및 장소를 선정하여 조화를 이루도록 가람을 배치하는 것이다. 둘째, 대승불교의 이념과 사상이 서로 다른 소의경전(所依經典) 교리에 의거 다불종배(多佛宗拜)에 따른 다불전(多佛殿)의 공간적 가람배치를 토대로 입지를 선정하여야 한다. 셋째, 우리 민족의 전통적 산악숭배사상과, 토착민속신앙의 귀의처였던 산신각[삼성각], 칠성각 등을 고려하여 입지하는데 좋은 위치이어야 한다. 넷째, 현실생활에 우(雨), 무(霧), 설(雪),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등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이 주는 被害有無를 고려하여 무리가 없는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풍수이론에 의한 取吉避凶의 相地法을 통해 天氣, 地氣, 人氣 즉, 삼재(三才)의 성스러운 기운이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최상의 터[장소]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음양오행사상을 응용, 吉地吉方과 凶地凶方을 가려, 凶地凶方을 버리고 吉地吉方을 취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사찰풍수는 일반풍수와는 그 개념자체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입지를 선정함에 있어서, 사찰 본연의 뜻을 잘 전달 할 수 있고 사찰을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보다 안락하면서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 할 수 있는 입지를 택해 좌와 향을 결정하여 가람을 배치하는 것을 사찰풍수이론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사찰풍수의 중심은 몸과 국토가 둘이 아니라는 依正不二思想에 기초     

“사찰풍수와 일반풍수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땅에 대한 인간의 이기적 사람 중심성과 땅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지양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조화성에 있다. 일반 풍수는 왕조의 사직번성이나 신성화한 터를 기반으로 왕궁이나 가문 개인의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양택풍수가 있고, 능이나 묘의 지기를 통해 동기감응을 통한 발복 기원이나 조상숭배 봉제사를 통한 정통성 계승차원의 음택풍수가 있다. 그러나 사찰풍수의 중심은 몸과 국토가 둘이 아니라는 依正不二思想에 기초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일반풍수는 음양 유별적 관념에 따른 풍수관으로 생자와 망자를 위한 음택과 양택, 음기와 양기를 명확히 구별하는 반면, 사찰풍수는 음양 무별적 관념에 따른 풍수 관으로 음택과 양택, 음기와 양기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는다.     

둘째, 일반풍수는 땅의 음택과 양택에 대한 이해를, 제가(齊家)와 행효(行孝)를 위한 공간개념으로, 부자가 상속하는 혈족 연대적 복된 땅을 이루기 위한 성복지(成福地)와 복리를 이루기 위한 득복리처의 관념이 지배적인 반면, 사찰풍수는 땅[地]의 음기(陰氣)와 양기(陽氣) 구별 없이, 땅에 대한 이해를 수행과 전법을 위한 성소개념으로, 스승과 제자가 상전(相傳)하는 불법 연쇄적 불국토를 이루기 위한 성불토 및 수행을 완성하기 위한 성수행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셋째, 근원이 되는 이론이나 풍수사상에 불교경전에 의한 교리적 이념이 첨가되어지는 점이다. 음양오행설에 기초한 풍수사상이 불교의 이념적 사상과 조화를 이루며 서로 다른 새로운 모습의 사찰풍수 이념과 사상적 교리로 재탄생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백양사가 정토사로 불리어질 때의 주금당은, 아미타불을 주존불로하여 극락정토 구현을 목표로 하고자 정토사라고 사찰이름을 지어 그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이곳의 지형지세가 연화부수형 이라는 물형론적 논리가 풍수적으로 적용되어, 불교사상과 교리적 경전으로 연꽃[九品蓮臺]과 정토세계[九品淨土]라는 이념을 효과적으로 조화시켜 극락정토를 구현하고자 했다. 일반적인 풍수론리에서는, 정토사상과 극락세계의 실현을 위한 불교적 이념과 사상를 가지고 풍수론리에 적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 사찰의 고유한 특징으로 입지되기도 한다.    

비보풍수의 개념과 논리     

“비보(裨補)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도와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수에 있어서 비보란 ‘풍수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여러 가지 풍수적인 조치를 행하여 좋지 못한 부분을 없애거나, 더 나아가 명당으로 만드는 일련의 방법’이라는 광의적(廣義的) 의미와, 압승(壓勝)과 반대되는 협의적(狹義的) 의미로서의 비보로 좀 더 폭넓게 이해될 수 있다.”     

청오경, 금낭경, 설심부에서도 비보의 중요성과 개념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청오경에서는 “초목이 울창하고 무성하면 길한 기운이 서로 따르니 안과 밖의 표리(表裏)는 자연적일 수도 있고, 인위적일 수도 있다.”고 하였고, “좌, 우, 안산, 조산은 혹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고, 人力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식목이나 조산(造山), 돌담 등으로 좋은 기운을 형성해 만물을 생성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과[넘치는]한 것은 누그러뜨려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낭경에서 “비보란 ‘마땅히 높여야 할 곳은 더욱 높이고, 마땅히 낮춰야 할 곳은 더욱 낮춰라’ 라고 설명하였고, 󰡔설심부󰡕에서는 ‘토가 남아 마땅히 제거하여야하면 제거하고, 산이 부족하여 마땅히 북돋워야하면 북돋는다.’ 하고 ‘산에 악형(惡形)이 보이면 이 산에 대나무를 많이 심어 가리거나, 혈 앞에 안대(案對)를 밀고 나무를 심어 가리고, 수(水)가 급하게 흐르는 형세가 보이면 구불구불하게 흐르게 하거나, 혹은 못을 파서 머물게 하고 혹은 둔덕을 쌓아 막고, 혹은 가까이 안대(案對)를 쌓아 가린다면, 흉이 바뀌어 길이 된다.’ 하였고, ‘혈속의 바람은 모름지기 피하여야 하니, 담을 쌓고 둥글게 호위하던지, 깊이 움을 파고 묻던지, 좌우를 밀쳐 엿보게 하던지, 꺼진 곳은 보완하고 공결한 데는 막아 바람이 불어와도 혈의 이(耳)를 베거나 혈의 가슴[胸]으로 불지 않게 해야 한다.’고 기록해 비보의 필요성과 중요성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비보의 개념과 논리는 풍수에서 추구하는 바가 비단 명당을 찾아서 복록(福祿)을 누리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함으로 인하여 생기를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흉지를 여러 가지 풍수적 조처를 통해 생기가 바르게 생동하여 명당을 이루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보 조처의 대표적인 것이 진호(鎭護)를 위한 풍수탑이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조산(造山)이나 비보 숲, 그리고 방살위호(防殺衛護)를 위한 압승물(厭勝物)이다.” (삼국유사문화원장·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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