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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첫 회견 “이슬람법 안 여성권리 존중”...'조건부 변화' 천명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1/08/18 [15:39]
사면령 따른 보복 금지도 천명...“국제적 인정 위해 정교한 홍보”

탈레반 첫 회견 “이슬람법 안 여성권리 존중”...'조건부 변화' 천명

사면령 따른 보복 금지도 천명...“국제적 인정 위해 정교한 홍보”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1/08/18 [15:39]

 

▲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전쟁 종전을 선언하며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면령 따른 보복 금지도 천명
...“국제적 인정 위해 정교한 홍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전쟁 종전을 선언하며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첫 기자회견에서 변화를 천명하며 여성권리 존중과 사면령 따른 보복 금지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이슬람법 안에서란 단서를 달았다.

 

17(현지시간)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전쟁은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 대변인은 의복 규율과 사회 활동 등 어느 정도 수준에서 여성 권리가 존중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아프간 내 민간 언론 활동도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라고도 했다. 단 기자들은 국가의 가치에 반해서는 안 된다며 통제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처럼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당하지 않고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9962001년 집권한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다.

▲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지역에서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여성의 일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변화 예고에도 여성의 얼굴이나 모발을 가리는 히잡 등의 착용은 의무화 될 것으로 에상된다. AFP연합뉴스    

 

특히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까지 착용해야 했다. 탈레반의 변화 예고에도 여성의 얼굴이나 모발을 가리는 히잡 등의 착용은 의무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타르 도하 소재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이날 외신과 인터뷰에서 "부르카만이 히잡은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히잡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국제 사회의 의구심을 지우고 아프간을 다스리는 합법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 정교한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에 대한 아프간 여성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 아프간 여성은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말을 믿지 않는다우리를 벌 받게 하기 위해 밖으로 유인하려는 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다른 여성은 우리가 일을 계속하고 교육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레드라인이라며 탈레반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 히잡 등 이슬람 복장 규정은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에서의 인권 탄압 재연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아프간 사태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한 뒤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사국은 모든 적대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과 협상을 통한 포괄적이고 대표성을 갖춘 새 통합정부의 수립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아프간이 또다시 테러리스트 단체의 은신처나 무대로 이용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모든 당사자, 특히 탈레반에 생명 보호와 인도주의 요건의 충족을 위해 최대한 자중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암흑기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에 대한 인권침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지금 목도 중인 아프간의 상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비극이라며 유엔 안보리 긴급 결의안 채택 등 국제 사회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이 없다면 상황은 악화되기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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