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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비평●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②

이호재 | 기사입력 2022/03/24 [08:37]
종교학자 이호재 원장과 윤승용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의 대담

종교문화비평●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②

종교학자 이호재 원장과 윤승용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의 대담

이호재 | 입력 : 2022/03/24 [08:37]

<연재순서>

1. 선맥과 무맥의 앙상블로 전개된, 종교문화전통

2. 한국종교사의 큰 기틀을 만든,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3. 한국적 기독교의 해석 틀을 만든 변찬린과 민족종교 신관을 통해 본 한국 기독교

4. 종교의 장에서도 추방당한 한국적 기독교

 

종교학자 이호재 원장과 윤승용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의 대담

한국종교사의 큰 기틀을 만든,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이호재 원장: 선맥과 무맥이 한국의 종교문화에 조화롭게 전승되어 온 맥락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선맥에서 발현하는 신과 무맥에서 발현하는 신이 변별되고, 선맥은 수련을 통한 인간의 존재변형 혹은 존재탈바꿈을 실험한다는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이 언급하신 선맥과 무맥에 대한 식견은 학자들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 종교문화라는 측면에서 선맥을 강조하는가? 무맥을 강조하는가?는 한국 종교문화의 서술에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말 그대로 한국 역사에서 최대의 민족종교문화를 집대성한 책(4.6배판 1,500, 2,351개 항목의 원고 22,000)이 나왔다고 하는 데 정말 반갑고도 고마운 연구 성과입니다. 위원장님이 개인적으로 이런 연구물의 필요성을 느낀 계기가 있으신지요?

 

윤승용 위원장: 제가 근 5년에 걸쳐 편찬한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은 한국의 민족종교문화를 중심으로 편찬한 사전이긴 하지만, ‘민족종교문화라는 지식체계의 구성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시론적인 사전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식체계를 다듬고, 그에 기초해서 더 보완해야 할 표제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유교, 불교, 도교 등의 전통종교들과 한민족이 관계되는 부분이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민족문화를 보는 시각이 강단사학자와 재야사학자가 다르고, 또 제도종교 입장과 민족문화 입장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민족의 종교문화전통인 무맥와 선맥, 신교와 선교, 단군과 마고, 하늘님과 천지신명 등의 고유한 종교문화 개념들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전을 과감하게 편찬하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사의 흐름에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민족통일을 문화적 차원에서 미리 대비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는 세계적인 한류 확산에 정신적인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민족종교만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한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함께 수록하기로 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한민족이 빗어낸 고유의 종교문화를 중심으로 하되, 종교와 관련한 민족문화를 함께 모아 하나의 민족종교문화 지식체계를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민족종교문화의 사전을 편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같은 원칙을 세우게 된 것은 서구중심의 근대적 종교개념 기준만으로는 한국의 민족종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민족종교는 서구중심의 근대적 종교개념 기준만으로 평가할 경우 종교의 평면에서 저평가될 수 있으나, 민족문화적으로 평가할 경우 한국인의 혼이자 근대 정신문화의 정수로 평가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호재 원장 : 한국 종교계의 큰 경사입니다. 이런 대사전의 편집 총책임자로서 한국의 종교학자, 철학자, 신학자. 불교학자 등 각계 전문가 등 147명의 집필진이 거의 총 동원된 것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사전과 비교할 때 대사전만이 가진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윤승용 위원장 : 2022년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종교관련 사전들은 민족 공동체의 종교문화와 관련이 없는 제도종교들의 교학사전들입니다. 불교, 유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신종교 등 각 종교의 사전들이 출판되어 있으나, 그들은 각기 자신의 종교사상이나 교학, 의례들을 담은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민족문화를 고려한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있으나 세속적 학문만을 전제한 내용이라서 종교문화 항목들이 빈약할 뿐 아니라 한국의 민족종교와 문화들이 가지는 종교문화사적 의미와 위상을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본 사전은 한민족이 직접 경험하고 신행해왔던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한 곳에 모아 하나의 지식체계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의 민족종교가 근대의 여울목에서 위기의 한민족을 지켜준 얼과 정신을 담은 큰 그릇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사전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족문화 차원에서 한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체계화한 최초의 사전입니다. 본 사전은근대 민족종교와 문화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한민족의 삶에서 형성된 민족의 종교문화들을 가능한 한 집대성하고자 했습니다. 민족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지식. 고대 하늘을 부활시킨 동학, 신명의 해원을 강조한 증산교, 민족의 상징인 단군을 강조한 대종교, 토착신앙과 융합한 민족불교, 한국인의 심성을 잘 드러낸 민족유교, 한국의 고유한 선맥(仙脈) 신앙과 종교들과 한국화한 기독교문화 현상들, 소위 미신이나 치부되는 무속을 포함한 기층신앙들과 동양의 역학과 천문 지리 등과 관련한 소위 유사과학(類似科學)으로 남아 있는 동양의 천문학, 풍수학, 명리학 등의 현상들, 민족종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민족운동과 민족문화 등의 분야로 구분하여 관련 지식들을 체계화한 최초의 사전입니다.

 

한국의 종교문화에 대한 종교문화적 평가와 민족문화적 평가를 종합화한 사전입니다. 인문학은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한 학문입니다.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되, 결국은 자신이 삶을 구성해 나가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학문입니다. 이는 한민족에게도 예외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서구적 사고가 지배하고 민족이 분단된 상황에서 민족종교가 제대로 평가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근대 이후 개인적이고 내면화된 근대적 종교개념은 민족의 위기를 반영했던 민족종교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한편, 특정 종교의 사회 지배력은 신앙양식의 특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으로만 보면 민족종교의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민족문화적 평면 위에 놓고 보면 그 맥락이 너무나 잘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본 사전은 종교문화적 평가만이 아니라 민족문화적 평가를 동시에 고려하고, 나아가 종교와 관련된 민족운동과 민족문화도 통합해 편찬한 것입니다.

 

종교의 올곧은 이해를 위해 종교학적 시각을 반영한 사전입니다. 종교학은 객관적 세속학문과 각 종교의 교학적 연구, 그 양자의 사이에 있는 경계의 학문입니다. 이에 세속학문으로 부터는 유사교학이나 유사신학으로, 교학이나 신학으로부터는 신성한 종교를 해체하는 학문으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종교학은 이성을 중심으로 한 객관적 세속학문으로부터 소외되고, 또 신앙을 합리화시키는 교학적 연구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종교학적 시각을 반영했다는 것은 각 종교의 비교분석은 물론 사회적 헤게모니 평가 방식을 배제하고 민족종교의 창립자들의 애민사상과 구도정신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서술을 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민족종교에서 주장하는 민족사의 정통론을 받아들인 사전입니다. 한민족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계 논쟁이 적지 않은 부분이지만 본 사전은 오늘날 한국 민족종교에서 주장하고 있는 역사관을 대폭 수용한 사전입니다. 특히, 개항기 이후 민족의 위기에서 발생한 민족종교의 역사관을 대폭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족사를 신시배달국, 고조선. 북부여(열국시대), 사국시대(가야를 포함), 남북조시대(발해를 포함),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남북분단의 시대로 한민족의 역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도사관에 집착하는 강단사학계의 주장과 관계없이 민족종교에서 주장하는 민족시원과 관련된 신화나 고대사를 대폭 수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단사학계에서 한민족(고조선)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홍산문화나 위서라고 주장하는 <<환단고기>>와 같은 민족고대사를 대폭 수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종교와 민족종교간의 관계를 정립하려고 노력한 사전입니다. 일반적으로 문화의 보편성은 그 지역의 삶의 특수성을 통해서 구체화되고 완성됩니다.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현재 자기 역할을 하는 종교에는 보편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수성도 동시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 인간 구제의 교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구체적인 삶의 방식도 함께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종교는 인간의 보편성을 전제한 종교이긴 하지만 어느 것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그 종교의 성격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소위 세계종교라고 하는 종교는 삶의 현장을 떠나 인간의 보편적 교리만 강조하는 교조적 종교가 될 가능성이 크고, 반면 민족종교는 자신의 삶의 현장과 과제를 보듬고 있기 때문에 보다 지역 삶의 전통을 잘 수용하면서 보다 주체적인 종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본 사전은 민족문화의 정체성의 입장에서 세계종교와 민족종교간의 이 같은 관계를 고려해 서로 상생하는 차원으로 정립하려고 노력한 사전입니다.

 

현대 세속학문에서 소외된 종교와 관련된 민족문화를 대폭 수용한 사전입니다. 현대 세속학문에서 소외된 동양 천문학과 풍수학, 명리학과 같은 동양적 유사과학이나 운기론(運氣論)과 같은 동양적 수련요소, 우주 만물의 생성과 발전을 해석하는 역학적 사고 등 현대 학문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한국의 전통적 민족문화 요소들을 대폭 수용한 사전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평가하던 간에 이들은 우리 전통문화의 일부분입니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헤도 주역을 모르면 교양인, 지식인이 될 수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것을 무시하면, 우리의 민족종교와 문화에 대한 올곧은 이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국적이고 주체적인 기독교 문화만을 수용한 사전입니다. 한국 기독교가 현재 한국의 종교계를 이끌고 있는 지배종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본 사전의 주제가 <<민족종교문화대사전>>인 만큼 그 성격을 고려해 한국적이고 주체적인 기독교 문화만을 수용했습니다.한국인이 신앙하는 한국 기독교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한다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만, 여기서는 잘 알려진 기독교의 일반적인 요소는 제외하고, 한국 기독교계에만 나타나는 한국적인 종교현상만을 골라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독교의 복음과 한국문화와의 접점이 되고 있는 민중신학, 문화신학, 토착화신학 등 한국적인 상황이나 신앙을 수용한 종교현상, 그리고 기독교의 한국적인 해석과 같은 특별한 문화현상들을 중심으로 편찬한 것입니다.

 

인류구원의 보편성을 가지는, 한국 민족종교

 

이호재 원장: 개인적으로 내막을 모르는 분들은 대사전의 이름 자체만 본다면 국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굳이 민족색채가 뚜렷한 대사전의 이름을 가질 필요가 있었는지요?

 

윤승용 위원장: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문화든 반드시 그것을 창조하고 수용하는 담지자가 있습니다. 주체자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에 있는 종교들을 다 소개하는 것은 너무 방대한 작업입니다. 여기서는 한민족의 삶을 형성해온 종교문화만을 골라 수록했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대사전의 명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의 고유 종교와 신앙을 중심으로 하되, 그와 관련한 종교문화를 함께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이라고 명명한 것이고, 그에 걸맞는 지식체계를 구성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을 했지만, 민족종교문화를 처음으로 체계화하기 위한 시론적인 사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마 한국인의 종교와 신앙생활 양상들을 좀 더 보강해 나간다면, ‘한국종교문화사전이라고도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사한국종교문화사의 입장에서 본 유의미한 표제어들을 집중적으로 골라서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민족종교라고 하면 구원이 특정 민족에게만 한정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민족종교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문화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배태되고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제의 대상이 한민족으로 한정되는 종교는 아닙니다. 한국의 민족종교는 유태교나 힌두교와 같은 자연발생적인 그런 민족종교가 아닙니다. 창시자의 종교경험에 기반을 둔 근대적 종교개념을 가진 근대적 종교들입니다. 말하자면,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로, 민족분단으로 고난을 받은 한민족이 인류구원과 세계평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종교들입니다. 요컨대, 서세동점이라는 민족의 위기에서 발생한 근대적 종교 성격을 가진 종교이고, 그 내용은 한민족의 세계사적 역할을 강조하고 세계사에서 한민족의 책무를 강조하는 종교이고, 한민족을 넘어 동서화합과 동서합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가 세계종교가 아니고 민족종교라고 해서 특별히 저평가받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종교학자가 볼 때 종교의 핵심은 불교와 기독교와 같은 특정 신앙양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신앙하는 신앙인, 즉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양식의 종교를 받아들이든 간에 인간다운 삶과 타자에 대한 사랑을 베풀게 할 수만 있다면 종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가령 종교의 교리나 의례가 세련되었다[이른바 세계종교]고 해서 반드시 좋은 종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인류 종교사에서 보면, 사회 지배력이 큰 종교일수록 소수의 성직자가 종교권력을 독점하고, 종교 갈등이나 종교 전쟁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속적인 부()와 제도적 권력(權力)에 오염되었거나 인간을 종교에 가두고자 하는 종교라면 이미 종교로서 그 본문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런 종교는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고 박탈하는 종교가 되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대체로 세련된 교리만 강조하는 종교는 교조적 종교로 전락하거나 혹은 인간해방을 가로막는 억압의 종교로 침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위 사이비 종교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죠. 


이호재 원장:대사전을 편찬 기획하면서 이와 병행하여 대사전의 기본 사상을 정리한 십여 편의 논문이 담긴 <<한국민족종교의 기본사상>>에서 민족종교의 기본사상을 단군과 개벽, 그리고 신명을 키워드로 하셨습니다. 혹시 다른 키워드를 더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없으셨는지요? 이 질문은 학문제국주의에 의해 점령당해 한국에 한국학이 없는 어찌 보면 각 분야에 한국학의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에서 학자들의 연구 공백 때문으로 인한 한계가 없었는가하는 현실적인 물음이기도 합니다.

   

윤승용 위원장: 단군과 개벽, 그리고 신명 외에도 한국민족종교의 기본 사상을 나타내는 무맥과 선맥, 주문과 수련과 같은 많은 키워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연구되어야 하겠지만 연구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의 학문 제국주의 문제는 한국학계를 총체적으로 진단해야 하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해방 이후 강대국 외세에 의해 민족이 분단되고, 그 분단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피할 수 없는 현상이죠. 민족이라는 문화적 주체를 상실한 한계상황에 처한 것이죠. 그 결과 민족문화를 연구하는 한국학자가 수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가 우선하는 우리 사회 풍조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민족문화의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민족과 국가의 개념을 분명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대적 개념으로 보면, 국가와 민족은 많이 다른 것이죠. 민족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화공동체인 반면, 현세 이익집단을 지향하는 국가는 근대 이후 국민생존을 가르는 정치경제 공동체입니다. 국민생존을 우선하는 국가는 민족문화 보존의 주체는 아닙니다. 민족의식을 가진 공동체가 민족문화의 기본 주체입니다. 남북이 경쟁하는 우리 같은 분단국가일 경우 민족문화의 보이지 않는 왜곡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해방 이후 진행된 친탁과 반탁, 냉전과 분단, 친일과 반공, 자주와 통일 등은 모두 민족문제 때문에 표출된 것입니다. 그런 관계로 민족 전체의 종교나 문화는 자연 소홀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정상적인 민족국가였다면, 우리도 자신의 문화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들을 창조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근대 이후 한민족의 역사 단절과 함께 해방 이후 곧 바로 냉전적 조류에 편승해 버린 것도 민족문화의 연구에 큰 문제였지요. 여기에 강대국들의 학문적 심술도 한국의 민족문화를 왜곡시킨 중요한 요인입니다. 남과 북은 아직도 서로 낡은 이념에 종속되어 있어요. 탈냉전의 시대가 된 지가 20여 년이 지냈음에도 여전합니다. 우리가 서구의 문화이론을 수입하더라도 먼저 자신의 문화를 잘 알아야 그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학문 분야에서도 한민족의 자주와 자치, 그리고 정체성이 보장되는 민족적 한국학이 시급한 것도 사실입니다. 민족이 없는 분단 한국을 정당화하는 한국학은 실제로 민족문화의 보존과 계승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수천 년 함께 살아온 한민족 종교문화가 우리의 얼이고 정신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1860년 동학 이후 형성된 민족종교라고 불리는 한민족의 자생종교들입니다. 한국의 민족종교에 대한 올바른 평가야말로 우리 민족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유한 하늘신앙을 다시 찾은 동학, 상제가 직접 하강한 증산교, 유불선 삼교와 기독교까지 포괄한 각세도, 민족의 정통신앙을 계승했다고 하는 대종교, 개벽의 전통을 계승하며 생활불교로 바꾼 원불교, 치병만이 아니라 영통을 주장하는 물법교, 해방이후 냉전체제 거부시위를 통해 민족통일을 주장한 갱정유도 등을 말합니다. 이들 기본사상을 축약해 보면 제가 편찬한 <<민족종교의 기본사상>>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민족의 상징으로서 단군’, 민족의 종교성으로서 신명’, 민족의 시대적 과제로서 개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종교문화사를 보면 해외 많은 종교들이 한국에 들어와 자기완성을 이루고 꽃을 피웠습니다. 대승불교와 미륵신앙이 그랬고, 유교의 성리학, 역학의 정역이 그랬습니다. 이제 한국의 기독교도 기독교를 한국에 이식하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한국적 문화기반 위에 한국적인 신학을 재정립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때 한국적 기독교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하나님께 자신의 복을 달라고 아우성만 지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은(報恩)에 묵묵히 응답해 이 땅에서 실천할 때 진정한 기독교가 될 것입니다.

▲ 윤승용 편집위원장(사진 왼쪽)과 대담자 겸 필자 이호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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