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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썩을놈의 코로나야!

박현선 작가 | 기사입력 2023/01/03 [16:58]
제1부_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2. 썩을놈의 코로나야!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썩을놈의 코로나야!

제1부_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2. 썩을놈의 코로나야!

박현선 작가 | 입력 : 2023/01/03 [16:58]

▲ 박현선(수필가)     ©매일종교신문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그런 재래시장이 아니다. 과일, 채소, 약초, 잡곡, 의류, 생선 등 무려 천여 명의상인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모란역 주변에 자리 잡은 보따리장수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더욱 늘어난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와걷다 보면, 현대식 장터 풍경이 펼쳐진다.

 

붐비는 인파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없고,턱에 걸치거나 코를 내놓은사람도 없다. 사람들의 표정을 다 읽을순 없지만 값싸다고, 맛있다고, 푸짐하다고, 흐뭇해하는 모습이다. 수상한 세월이라 꽁꽁 싸매고 나오긴 했지만, 코로나란 녀석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죠? , 저도, 힘들어 죽겠어요! 그래도 맛있는 거 먹고 다들 힘내자고요~.좋은 하루 되십시오. 그런 의미에서 싱싱한 과일 싸게 드리고 있어요~. 잘 먹어야 이겨내지요~.”

 

모자, 마스크, 장갑으로 무장한 상인이 크게 외치고 있었다. 이런 호객이라면 기꺼이 넘어가고 싶다. 이 정도 마음이 움직였다면 응원가이다. 염려가 들어 있는 말투가 고맙고,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 거지, 웃다 보면 웃게 되고, 그 사람 보고 옆 사람이 웃게 되고, 그렇게 살다 보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 정말이지 모란장엔 없는게 없다. 이곳에 없는 물건이라면 전국 어딜가도 구할 수 없다.

 

물론 먹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터만의 재미 가운데 하나이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모둠전을 한 접시 시켜놓고 요것조것 맛보는 이들.장터국밥,닭발,똥집,돼지껍데기구이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가지가지여서 장터의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와 합을 이뤄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전통적인 오일장은 그 장을 이용하는 지역 중심으로 걸어서 2시간 안에 해당하는 거리에 생겨났다. 수줍은 여인네였던 할머니. 장날엔 바쁜 손길로 골라 놓은 콩이나 팥을 머리에 이고 새벽길을 재촉한다.

 

그래야만 아침나절부터 모여드는 장꾼들에게 곡물 팔기가 수월하다. 그 돈으로 찬거리, 생필품을 챙길 수 있다. 그렇게 서둘러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언제나 저물게 마련이다.

 

마을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새벽길과 밤길을 함께 오가며 그간 묵힌 이야기를나눈다.그때문에 장날은 단순히 서로 교환을 위한 시장적 의미만을 지닌 게 아니다. 이웃 마을 사람들 간의 소통 내지는 정보를 주고 받는 광장이나 마당이 되었다.

 

~씨구씨구 들어간다~. ~ 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왔네.”

 

각설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장터였다. 5일마다 차려지는 장을 찾아다니며 주로 돈을 얻었고, 밥을 얻기 위해 마을의 집 문전을 찾기도 하였다. 나름 인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체면과 부끄러움도 넘어선 그들이다. 머리, 등을 벅벅 긁어대고, 양손 엄지손톱을꾹꾹 눌러 이를 잡고, 그것을 다시 입으로 가져가 빨아먹는 시늉을한다. 아주 원색적인 동작의 춤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남을 해코지하려는 마음이나, 자신을 위해 욕심을 부리는 행위도 없다. 각설이는 구경꾼들을 바보로 만들기도 하고, 자신이 바보가 되어 웃고 즐기고 있다. 익살의 자연스러움에서 영혼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각설이가 간절한마음으로 장터가 떠나갈듯 소리를 지른다.

 

이썩을 놈의 코로나야! 급행열차 잡아타고 써~억 물러가라!”

 

호령소리와 뒤섞여 맹맹한 확성기 소리가 들려온다.

 

야생 토종닭 할인행사 합니다~.코로나 면역엔 직방이지요~.”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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