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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멍멍’이 아니라 ‘머~엉’

박현선 작가 | 기사입력 2023/02/01 [14:43]
제1부 살다보면 좋은날이 올거야

‘멍멍’이 아니라 ‘머~엉’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멍멍’이 아니라 ‘머~엉’

제1부 살다보면 좋은날이 올거야

‘멍멍’이 아니라 ‘머~엉’

박현선 작가 | 입력 : 2023/02/01 [14:43]

  박현선 (수필가) ./© 매일종교신문


선생님! 아호가 담헌(潭軒)이면서 머엉이시네요!”

 

담헌이란 아호는 무덤덤한 듯하면서 변함없는 생을 살라는 의미 에서 스승이신 근원 구철우 선생이 지어준 것이다. 이외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아호가 하나 더 있다.

 

전명옥 서예가 자신이 지었다는 머엉이다처음 들었을땐 멍멍개 짖는 소리 같은 장난기가 려 있는 듯해, 으하하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머엉은 예술가로서 바른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넣어 해학적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이 글씨같기도 하고그림 같기도하다.

 

처음 대할 때는 도무지 분간이 안 되었다. 그래서 마치 숨은그림 찾기하듯 제목과 견주어 차근차근 관찰한 뒤에야 의미를 알게 었다보통 서예에서 상상할수 없는 과격해 보이는 비유나 미의 조형성이 작품에 숨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전시회 작품의 주제로 택한 이유를 여쭈어보았다. 크게 보는 의미는 자신을 깨우치고 이를 획에 담아 세상과 소통코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세상의 모든것이 나의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객들에게 묵시적인 암시로 전해 주기 위해서다그리고 걸음 더 나아가서 나의 마음은 단지 나의 마음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작품에서는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과 같은 소외된 계층에게도 날이 있을거라는 암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결국,‘ 나는 누구인가?’에서는 서예가 자신이 예술인이지만 작금의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이를 날카로운 붓끝으로 경종을 울리고 계셨다.

 

누구나 추구하는 글씨의 세계는 자기의 것, 자기의 작품을 쓰는것에 집중된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것 을 찾아 세우는 것 또한 남과 다른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드는것이다

 

그분은 한글이든한문이든 구분하지 않고 각 문자의 특성과 지닌 내용을 최대한으로 살려내면서 형상화 시켜내고 있다. 습 윤과 드라이함의 기막힌 조합으로 비백과 번짐의 접점을 이룬 미감 은 오래도록 머리를 휘감고 있다. 한 번 맛보면 헤어나기 힘든 음식 처럼 중독성이 강한 괴력을 지녔다고나 할까?

 

삶이 뭔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라고 하는거죠.”

 

먹으로 김수환 추기경얼굴을 계란 모양으로 표현하고, 생전에 하신 말씀을 적어 넣은 삶은 계란이란 수묵담채 작품이다. ‘계란이라는 통찰력을 통해서 삶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밀착되어 있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거창하지도 않다. 유머러스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가슴의 서늘함을 느낀다.

 

어쩌면 머엉전명옥 선생은 삶은 거창하게 멀리, 혹은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 속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쓰고, 그려내었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것들 이 밀착될 때 비로소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글자,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선 하나 글자 한 자에도 혼을 담아 쓰시는 머엉전명옥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 선인들이 물려준 진실하고 힘이 되는 말씀 이 작금의 사람들에게 내려져 삶의 구심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상의 웃고 울고 하는 삶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면서 글에 내재한 사상과 한 획의 붓 터치로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씀하셨다.

 

글자 같은 그림그림 같은 글자에 ~엉 빠져드네!” 

 

박현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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