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BS경인TV 화면캡처

인도 정부기관 제안..."종교 단체나 할법한 제안" 반발 

“현란한 서구 문명으로 전통문화 소멸...소는 인도 문화와 시골 경제의 근간”

인도 정부 유관 기관이 오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초콜릿 선물 대신 소를 껴안는 ‘소 껴안기의 날’(Cow Hug Day)로 삼자는 이색 제안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와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 동물복지위원회가 밸런타인데이 대신 ‘소 껴안기의 날’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인도 동물복지위원회는 196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인도 정부의 법정 자문기관이다.

위원회는 “소를 껴안으면 감정이 풍부해지고 행복이 증진될 것”이라며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란한 서구 문명으로 인해 전통문화가 소멸할 지경”이라며 “소는 인도 문화와 시골 경제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에서는 힌두교 영향으로 곳곳에서 소를 특별대우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특히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극단적으로 소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 한 인도 여성이 2014년 힌두교 축제에서 소를 껴안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부 보수 힌두교도들은 소 도축 등을 감시한다며 ‘암소 자경단’까지 결성해 각종 폭력을 일삼고 있다. 2018년 12월에는 극우 힌두교도들이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소 도살과 관련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힌두교도들은 경찰이 소 도살을 막지 못했다며 경찰 초소를 비롯해 차량 여러 대를 불태웠다.

특히 힌두교도들은 암소를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기며, 암소에게서 나온 것들은 무엇이든 특별한 효능을 가졌다고 믿는다. 정부 산하 기관인 국가암소위원회는 2020년 암소의 똥으로 만든 휴대전화 방사선 차단 칩을 출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도 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상당하다.

팩트체크 매체 알트뉴스의 공동 창립자인 모함메드 주바이르는 SNS에 “‘소 껴안기의 날’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정치 분석가인 닐란잔 무코파디아니도 동물복지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완전히 미친 생각이라고 비난하며 “이제는 정부가 정치·종교 단체가 하던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