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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내조는 힘들어!

박현선 작가 | 기사입력 2023/02/13 [20:55]
제1부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야!

8. 내조는 힘들어!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내조는 힘들어!

제1부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야!

8. 내조는 힘들어!

박현선 작가 | 입력 : 2023/02/13 [20:55]

 박현선 수필가 © 매일종교신문


금요일 오후인데도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인가, 먹자골목은 한산하다.

더러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우리가 들어선 음식점은 곱창집이다. 공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짓고 있던 제조장은 준공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건설사 사장과 막창을 구우며 시작한 사업이야기는 우리부부 얘기로 넘어왔다남편친구이기도한 건설사민사장은 제수씨인제 그만좀같이다녀요!” 짓궂게 웃으면서 말을 건다.

 

네∼에! 저도, 너무 힘들어요! 혹여, 술 마시고 운전이라도 할까? 걱정돼서 함께 다니는 거라고요!”

 

볼멘소리로말하자저렇게,농담한걸 가지고 정색하기는그럼제가 미안해지죠. 저도, 제수씨가 친구랑 같이 다니니까 보기도 좋고, 마음이놓여요."

 

민사장은 얼근히 취기가 돌자 노래방으로 2차를 가자고 졸라댄다.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노래를 찾는 동안 캔맥주, 소주, 안주로먹태가 들어왔다. 재빠르게 컵에 맥주를 따르고 소주를 배합했다

 

민사장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탬버린을 챙겨 들고 박자를 맞춰줬다. 노래방 안은 걸쭉한 땀 냄새로 시큼하게 젖어간다. 민 사장이 제수씨도 한 곡 하라는데 맨정신에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고역이다.

 

몇년전, 화성관광단지 개발시절에 남편과 함께 중국과 일본을 비즈니스 관계로 자주 오간일이 있다. 그때일본어와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그 나라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티엔 미∼미∼. 니∼샤오∼더티엔∼ 미∼미….” 「첨밀밀(달콤하다)」을 한곡조 하고 나니잘한다며 박수를 보낸다. 민사장은 아들이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일본여성과 결혼을 하였단다.

 

아들이 보고싶다며 일본노래도 불러 달라고 요청을 한다. 무슨 노래를 할까? 고민하다 학창시절 좋아했던「고이비토요(여인이여)」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카레하찌루∼ 유우∼ 구레와….” 목소리가 올라가다 갈라져 끊긴다. 술을 한방울도 안마시고 노래하니, 깊은 흥이 나질 않는다.

 

이 분위기에 있다 보니, 난 정말 내조의 여왕인가?

일본에서 기업체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할때 공항에 가서 모셔오는 일은 나의 임무였다. 운전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물음에 답하랴운전하랴긴장은 회사에 도착해서야 끝이난다

 

,그때도 정신없이 뛰었는데…. 일본에 부부 동반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통역이 있어도, 간단한 대화는 직접 해야 한다. 일본기업 회장님도 부인과 대동한다. 주로 부인들끼리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식사 때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혼자 여행할 정도로 언어 실력이 늘어갔었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술자리도 12시가 다가오니 끝이 났다. 화성은 밤이면 산업체 건물이 많다 보니 깜깜이가 된다. 어두컴컴한 길을 더듬으며 집으로 돌아오다 보니, 내가 무엇에 홀린 건가

 

계속 그 자리만 돈다거나 산길로 연결되기도 한다. 결국, 산길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 . 암흑 속에서 무언가가 덮칠 것 같고, 눈앞이 안개로 자욱해져있다. 그런 데다가, 빗물까지 떨어져 내렸다. 앞을 분간할 수 없어 귓바퀴와 코끝에 신경이 모인다.

 

한참 뒤에야 정신을 가다듬고 등성이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로를 지나고 있. 내리던 비가 잠시 숨을 죽이자 어슴푸레한 안개가 피어오르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까악!”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목젖이 갈라질 만큼 숨이 가빠온.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가도, 가도 낯선 곳이다.

 

남편에게 , 일어나봐요!” 몸을 일으키 며 여기가 어디야?” 놀란 기색이다. “모르겠어요! 내비게이션을 보고 왔는데 모르는 길만 계속 나오네요더욱이 차창에 성에까지 서 앞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남편은 술이 깼는지 화성은 구도로가 많아운전하려면 헷갈리지이젠걱정하지여긴 구역이니까. 가만있자! 근데 앞에 웬 물이야? 매향리 포구잖아! 큰일 날뻔했네후진해서 왔던 길로 나가야 !”

 

다음날, 남편은 토지 번지를 메시지로 보냈는데, 토지이용 계획확인서 빼서,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줘. 등기부 등본도 신청해 찍어 내고공유물 분할 소송하는거 사건 검색해서 알려 주고, 오후에는 곤지암 현장 같이 다녀와야 해!”

 

어이구, 내가 무슨 기계인 줄 아나?’

 

박현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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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경 2023/02/15 [13:33] 수정 | 삭제
  • 생소한길 밤운전에...정말 바쁜 일상을 소화해 내는 내조의 여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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