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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도가, 우리민속, 영지주의 등에서의 인간론’

정영부 | 기사입력 2023/04/20 [09:59]

정영부의 ‘영혼학개론, 그 표준이론’-‘도가, 우리민속, 영지주의 등에서의 인간론’

정영부 | 입력 : 2023/04/20 [09:59]

도가의 인간론

 

도가의 정통 우주창조 이야기는 전술한 바와 같이(1)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陰陽의 두 기가 작용하여 형성된 조화의 기(沖氣)’로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기에서 창조된 영혼은 명종 후 어디로 가는가? 도가의 생사관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은 낮과 밤과 같다. 또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과 같다.”이다.(2) 그 속뜻은 해가 나고 기가 모이면 비로소 하여 삶이 있는 것이니 삶에 대해서 알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종교가 아니라 사상이니 생과 삶만 따진 모양새다. 도가는 도교에 그 사상을 교리로 바쳤다. 도교는 도가에서 생과 삶의 사상을 가져와 여기에 사후관을 더해 그들의 생사관을 완성하였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道家(仙道)의 현대판 이론인 한당의 삼혼칠백설을 보자. 이는 8.7. ‘정기신(精氣神)의 인간론의 아홉 번째 사례로서 儒彿仙에 도교의 교리에 뉴에이지까지 섞여 윤회론만 더하면 표준이론과 유사하다.

한당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은 정((()으로 구성되고, 정기신은 각각 백(), (), ()인데 사람마다 하나의 영이 있고 영()은 세 개의 혼()과 일곱 개의 백()을 거느린다. 이름하여 일령 삼혼 칠백(一靈 三魂 七魄)이 그것이다. 일신(一神) 삼기(三氣) 칠정(七精)인 셈이다.

칠백(七魄)은 이목구비의 일곱 개 구멍(七孔)으로 출입하며 이를 다스리는 곳은 하단전(下丹田)이다. 육신(肉身)이 죽으면 함께 음()인 땅속으로 들어가 지기(地氣)와 합일하여 흩어진다. 표준이론의 생기체와 비슷하다.

삼혼(三魂)에는 천혼(天魂), 인혼(人魂), 지혼(地魂)이 있고 중단전(中丹田)에서 다스린다. 명종 후 삼혼(三魂)은 양()인 하늘로 올라가 천기(天氣)와 합일하여 흩어진다. 스스로 혼()에 해당된다고 한다. 사후 소멸하는 것을 빼면 표준이론의 정신체와 비슷하다.

()이 사람으로 올 때 우주의 정기(精氣)를 받아오게 되는데, 바로 이 정기(精氣)가 인체 내의 생명의 원동력을 이루게 되며 상단전(上丹田)에 위치하여 있다. 일령(一靈)은 천상계(天上界)로 돌아가 뉴에이지의 우주의식과 비슷한 우주의 순리에 귀의한다. 영이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윤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표준이론의 영과 유사하다. 

 

우리나라의 민속적 인간론

 

동아시아 각 나라의 민속종교는 대부분 고유한 무속(巫俗)과 유불선(儒佛仙)이 혼합된 형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조선조를 거치면서 유교적 인간관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우선 세상은 여러 가지 정령(3)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였다. 또 사람에게는 혼()과 백()이 있는데 죽으면 각각 신()과 귀()가 된다고 믿었다. 또한 죽은 시신을 잘못 다루면 귀는 땅으로 가지 못하고 시신 주위에서 맴돌다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일을 한다고 했다. 귀신(鬼神)은 음양의 두 가지 기()의 굴신왕래(屈伸往來)로 인한 조화의 자취일 뿐이라는 주희의 귀신관(4)으로 무장한 성리학의 지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민속의 유교적 사후관은 사람이 죽으면 우선 혼백이 분리되고, 혼은 신()이 되어 바로 하늘로 가고 백이 변화된 귀()는 땅으로 돌아가 흩어지는데 당분간 시신 주위를 배회할 수 있다(5)’고 하고 신은 조상신이 되어 불멸하거나 3~4대 이상 개별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공공연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한 유교사회에서 공적(公的)으로는 있는 귀신을 없다 해야 했고 사적(私的)으로는 있는 귀신을 모르는 체할 수 없었으니 귀신관도 이처럼 공과 사가 타협하였다.

유불선을 막론하고 탁상공부가 깊어지면 기복(祈福)이 난망함을 깨닫고 내부로 눈을 돌려 자신만을 개발하려 하기 때문에 섭리(攝理)에 주력할 뿐 섭리와 의 주관자는 애써 외면하려 한다. 따라서 유가와 불교는 문묘와 승가에 각각 모여앉아 성리(性理)와 불성(佛性)까지만 이야기할 뿐이나 이는 이해관계에 얽매인 교학(敎學)이나 직업적 도그마에 얽매인 교리(敎理)일 뿐이고 유불을 막론하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 진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는바 유교는 도교의 원시천존이나 옥황상제 이하 군신(群神)을 공공연히 끌어들이고 불교는 부처와 보살을 자비와 복을 내려 주는 인격신으로 모시는 한편 극락과 비로자나불의 창조세계를 꿈꾸었다. 이는 세상살이가 구복(求福)과 은총 없이는 견디기 어려워 그런 것일 것이나 이면에는 삼라만상의 주재신(조물주)에 대한 확신이 있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사람에게는 조물주에 감응하는 센서가 있기 때문이다.(6)

 

영지주의의 인간론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는 인간을 영, , 물질의 세가지 요소(속성)로 구성된 존재로 보고 영적 발달 정도에 따라 인간을 영적인 인간(Pneumatics), 정신적인 인간(Psychics), 물질적인 인간(Hylics, somatics)의 세 부류로 구분하였다. 이 구분에 따라, 영지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이 세 부류 중 구원을 성취할 가능성이 가장 큰 영적인 인간의 부류에 들어가며, 보통 사람들은 정신적인 인간의 부류에 들어간다고 주장하였다.(7) 또한 영지주의자들은 이들 세 부류의 사람들 중 영적인 인간과 정신적인 인간만이 그노시스(靈智, 영적인 지혜)를 가질 수 있으며, 물질적인 인간은 이번 생에서 그노시스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 이유는 물질적인 인간은 물질에 너무 몰입해 있으며 따라서 더 높은 차원의 실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타당한 생각이다. 영지주의에서 인간을 세 부류로 분류한 것은 표준이론에서 인간을 자아의 수준으로 분류한 것과 상통한다. 영적인 인간은 표준이론의 자아등급에서 3단계 이상이고 정신적인 인간은 2단계이다. 물질적인 인간은 1단계의 자아를 가진 사람이다. 또한 일정 단계 이상의 사람만 그노시스를 가진다는 말은 표준이론에서 2단계의 사람은 그 일부만 영을 가지고 3단계의 사람들은 모두 영을 가진다는 생각과 일응 통한다. 또한 앎과 믿음은 다르다는 관이론(觀理論)과도 잘 어울린다(2.3.2. ‘앎과 과 믿음의 관이론(觀理論)’ 참조).

그런데 여기서 그쳤으면 영지주의가 누구에게나 설득력 있는 사상이요, 철학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지주의의 일부는 그리스 신화적인 요소를 받아들여 종교적 색채를 띰으로써 허황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미 말한 대로 영지주의의 기본이요 핵심은 위 진술이니 영지주의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자 사상이다. 그러므로 일반 영지주의에서 주장하는 바 궁극의 본질()에게서 인간 영혼의 정수인 불꽃 혹은 영이 나오고, 이것들은 다시 그 궁극의 본질로 돌아가려고 애쓴다. 각각의 영적 존재는 신적 의식의 순수한 불꽃으로서 신성한 존재와 동일한 본질로 구성되어 있다.”(8)라는 영지주의의 기본정신은 표준이론에서도 택하고 있고 그러한 면에서 표준이론은 영지주의적이다.

 

그런데 영지주의에서 귀일(歸一)하는 것은 영이다. 그럼 영지주의에서 혼은 어떤 존재인가?

 

1) 혼은 육체의 생명력으로서 생기체일 뿐이다. 영지주의는 타락한 영, 즉 태생은 천국의 시민이었던 영이 타락한 것이고 사람의 마음은 바로 이 타락영이다. 영지주의에서 혼은 중요하지 않다. 혼이 있다면 생기체 정도이다. 절대자의 단편인 영을 주장하는 영지주의가 기어코 영혼육을 주장한다면 그들의 혼은 혼의 원시적 개념인 생기체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영적인 인간과 정신적인 인간의 구분은 사람의 영혼육 구성요소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영의 수준에 대한 구분일 뿐이다.

2) 1)의 의견은 영지주의가 워낙 다양하고 신화적이라 혼에 대한 개념의 정립이 부족함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영지주의는 블라바츠키 신지학의 생각들이 근원한 모태임을 감안할 때 분명 혼에 대한 신지학의 생각도 영지주의에 기인한 바가 컸을 것이다. 신지학에서 사람의 영혼은 영인 모나드가 지상에 떨어져 동물의 각혼과 결합하여 탄생하는데 이때 인간의 영혼은 마나스(에고)만 있는 혼적 영혼’, 붓디체(양심)가 발현된 영적 영혼’, 아트마()가 완전히 발현된 신적 영혼의 세 가지 수준으로 나뉜다고 하였다. 이는 영지주의가 인간을 영적 발달 정도에 따라 세 부류로 구분한 것과 일통한다. 따라서 영지주의에서도 사람의 혼은 신으로부터 발출한 단편인 영이 물질계에 적응하면서 얻은 물성(物性)의 정신(마음)으로 본다. 이러한 혼이 이 세상 경험과 지혜로 수고를 다하여 고양(高揚)되고 수승(殊勝)되면 정신적인 인간으로 발전하여 영과 함께 귀일(합일)의 때까지 혼영일체로 윤회하다가 마침내 물질계를 떠나면서 물성을 버리고 플레로마의 세계에 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영지주의학자인 바르다이산은 영은 항성천 밖에서 기원한 영적인 존재라고 하면서 영은 지상에 태어날 때 지나온 별자리의 행성에서 정신()을 얻으며 이 정신이 心的인 부가물(附加物)’을 벗게 되면 영과 합일하여 빛의 신방에 들어 귀향한다(9)고 하여 같은 생각을 하였음을 보여 준다.

3) 전형적인 영지주의 종교로서 아직까지 면면한 만다야교의 교리에 의하면 지고의 무형존재가 시공(時空)안에 영계(spiritual world), 의 세계(etheric world), 물질계(material world)와 이들 세계의 제() 존재들을 창조하였다고 한다.(10) 이는 영혼육의 인간구조론과 동시에 영혼육이 사는 저승도 따로 있다라는 교의로 보이는 만큼 영과 혼은 다른 존재이고 가는 저승도 다르다는 표준이론과 유사한 생각이다.

 

이처럼 영지주의는 어느 하나의 입장을 견지하지 않는다. 영지주의가 워낙 연원이 다양하고 의론이 많음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즉 그러나 2)3)의 입장이 보다 발전적인 형태임은 분명하다. 바르다이산의 心的인 부가물을 벗지 못한 혼은 물성을 극복하지 못한 혼 즉 물성이 강한 정신체가 큰 수준이 낮은 혼이다. 

 


<註釋> 

1) 5.6.8. ‘도가(道家)의 영혼(靈魂)’ 참조

 

2)

1. 이는 길을 가다 빈 해골을 만난 장자에게 그 해골이 그날 밤 장자의 꿈에 나타나 한 말이다. “죽으면 위로 군주가 없고 아래로 신하가 없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할 일도 없다. 천하를 다스리는 왕의 즐거움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2. 이런 이야기가 전하는 것을 보면 장자가 모르면 몰랐지 사후관에 관심마저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장자가 환생에 대한 믿음을 가졌음을 주지하여야 한다(미주 145 ‘道家의 윤회론참조). 장자는 에서 이 나온 것만 알면 족하다 하면서도 그 이후에 대한 생각도 많았던 것이다.

 

3) 사전적 의미로 정령이란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의 여러 가지 사물에 깃들어 있다는 혼령이다. 표준이론에서는 무생물에 스민 기덩어리가 혼이 된 것으로 사람에게 드러나 작용이 가능한 정도의 존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도깨비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정령은 도깨비뿐 아니라 죽은 후 이승을 떠도는 사람 또는 생물의 혼백을 합한 뜻으로 쓰였다.

 

4) 주희의 귀신관

 

南宋의 주희(朱熹, 朱子 1130~1200)

1) 중용16장의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물 모두는 귀신을 다 품고 있다(*1)는 공자님 말씀과

2) 예기(禮記)에서 사람은 죽으면 혼기(魂氣)는 하늘로 돌아가고 정백(精魄)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한 선진(先秦)의 본원유학에 어긋나지 않게 귀신의 존재를 일단 긍정하여 귀신은 있다”(주자어류 3-72)고 한다.

 

그러나

1) “귀신은 조화의 자취라는 정이(程頤, 1033~1107)의 명제와

2) “귀신은 음양 두 기의 굴신(屈伸)하는 양능(二氣之良能)(*2)이라는 장재(張載, 1020~1077)의 명제를 사용하여 선진의 귀신은 여귀(厲鬼, 원귀)이거나 제사감격(祭祀感格)을 위해 자손이 제사를 모시면 이를 흠향하러 오는 일시적 존재(*3)일 뿐이라고 하여 사실상 귀신을 부인한다. 그는 주장하기를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다만 陰陽二氣屈伸往來일 따름이니(68-18) 기가 모이면 귀신이 생기고 기가 흩어지면 귀신은 죽는다(氣聚則生, 氣散則死 3-17).(*4)따라서 사람은 죽으면 곧 전부 흩어져 없어진다(死便是都散無了 39-18)고 하였다. 귀신은 음기와 양기의 본래적인 작용으로 사계절이 변화하는 것처럼 造化로운 자연의 자취인 現象일 뿐이지 存在가 아니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신은 하늘의 구름처럼 조화로운 자연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귀신은 있지만(3-72) 그 귀신과 생사의 이치는 결코 불교적 설명이나 세속의 소견과 같은 것이 아니므로(3-12) 세속에서 말하는 귀신은 없다(3-4)는 것이다(박성규, 주자어류(해제)참조).

 

그러나 주희 귀신론의 중언부언(重言復言)을 갈라보고 해쳐보면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귀신현상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귀신은 있다. 그러나 그 귀신은 조화의 자취요 음양의 본래적 작용일 뿐으로 하늘에 뜬 구름과 같은 것이니 귀신은 없다.” 내 귀신은 있고 네 귀신은 없다. 그러니 내 귀신에 제사드리라.’는 말이다. 다음에서 그의 어폐(語弊)를 지적해본다.

 

1. 그는 성현의 는 만세에 존재하고, 도 만세에 존재하니, 성현이 남긴 는 그를 제사하는 후생과 상통하게 된다고 말한다. 즉 하늘이 황제를 냈으니 하늘은 황제의 어버이이므로 그의 혼백은 불멸이요, 왕가나 성인의 귀신은 종묘나 문묘에서 수시로 제사드리니 흩어질 새가 없어 영영 산다는 아세(阿世)의 논리다. 지극히 정치철학적이자 백성의 정신교화에 씀직한 논리다.

 

2. 중용의 귀신체물(鬼神體物)만 두고 보면 만상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니 범심론(汎心論)이라고 해석함이 오히려 마땅하거늘 주희는 그것을 헛것으로 만들기 위해 공자의 귀신을 불렀을 뿐이다. 또 불교의 見性成佛설의 영향 하에 당시의 유학자들이 천지지성(天地之性)이 곧 나의 성()이니, 죽는다고 곧 성이 없어질 리가 있겠는가?”라는 당연한 질문에도 그는 아니()’라는 대답만 반복하였다.

 

3. 그가 인용한 二氣之良能의 명제의 주인인 장제는 형궤반원(形潰反原)을 주장하여 윤회론에 속한 생각을 가진 자였다. 주희는 그의 말 중에 일부만 사용하여 원작자의 본뜻을 왜곡하였다.

 

4. 그는 세속의 귀신 이야기 중 8할은 엉터리이지만, 2할에는 예외적인 이치가 있다(二分亦有此理)’고 하며 부인할 수 없는 귀신현상(괴이현상)은 인정하였다.(*5)그러나 이는 원귀의 기가 흩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기는 현상은 세상의 도덕적 부조리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사암(不正邪暗)한 괴이현상(變理)일뿐으로 다만 비정상적인 현상일 따름이니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사람이 물 위를 걷는다 해도 이는 비정상적인 현상일 뿐 이상한 현상은 아니라는 식의 언사다. 그가 말하는 부정사암한 귀신이 그가 부인하고 싶어하는 세속의 귀신이고 불교의 아뢰야식이다. 따라서 그의 이분역유차리(二分亦有此理)는 귀신은 있는 것이라는 자인(自認) 외에 아무 말도 아니다. 귀신은 사람이 제사드리면 모였다가 제사가 끝나면 흩어지는 구름이 아니다. 자연 조화의 자취가 아닌 것이다.

 

5. 그는 지각은 흩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하는() 것이다, 가 다하면 지각도 다한다.”(63:132)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손이 제사를 드리면 조상신이 감응하여 흠향하러 온다고 한다. 귀신도 지각(知覺, 감응과 흠향)과 의도적인 행동(온다)을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은 두말 할 것 없이 서로 모순된다. 주희는 귀신이 조화의 자취인 하늘의 구름과 같다면서 그 구름은 사람이 제사지내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가 제사상이 차려지면 흠향하러 헐레벌떡 달려오는 존재라고 하는 것과 같다.

 

6. 주희가 愛好한 중국 남조(南朝) 때 무신론 철학자 범진(范縝 450-510)은 그의 신멸론(神滅論)에서 칼날이 있어야 예리(銳利)가 있는 것처럼 육체가 있어야 정신이 있으니 정신(神者)은 육체의 작용(神者形之用)일 뿐이라고 했으나 칼날이 없어도 예리는 존재하는 만큼 예리가 칼에만 있다는 범진의 말은 대장간에서나 통하는 잡설이다. 주희는 어찌하다 춘추전국의 천변(賤辯)인 형신론(形神論)의 아류마저 끌어다 대어 정치판에 조달함으로써 동양의 사상사 발전에 커다란 장애물을 구축하였는가.

 

7. 표준이론으로 해석하면 주희의 혼은 움직이며 활동하는 기로서 정신체. 또 백은 기가 뭉친 생기체. 주희의 혼은 명종 후 공기 중에 흩어지고 백은 땅으로 돌아가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불교의 업론을 부정하여 현생에 상벌이 실현된다는 윤리를 세우려는 목적과, 엄연한 귀신현상을 부인할 수 없다는 현실론, 그리고 성현(공자)이 말씀하신 귀신과 예() 때문에 주희는 여귀론(厲鬼論)과 제사감응론(祭祀感應論)을 세웠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진실을 반영하여 이후 善神론이 되고 祖上神론으로 변화하여 민심을 지배함으로써 그의 주장이 탁상공론임을 증명하였다.

 

8. “불교는 사람이 죽으면 귀()가 되었다가 그 귀가 다시 사람이 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되면 천지간은 항상 일정한 수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오고 가는 것일 뿐이고, 낳고 낳는 조화를 거치지 않는 것이 되니 결코 그런 이치는 없다.”(3-19)고 주희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불교가 영혼의 先在를 주장하거나 창조주에 의한 태초창조설을 말한다고 恣意하고 펼치는 言說일 뿐, 오히려 주희의 수승함을 볼 때 그가 私利와 예단을 버리고 조금만 정신차려 불설과 천지조화를 관찰하였더라면 윤회뿐 아니라 진화에 의한 영혼의 증가현상까지도 일찌감치 알 수 있었을 것이었는데 안타깝다.

 

9. 조상신과 그 후손이 서로 혈맥이 관통하는 데다가 일기지유전(一氣之流傳)으로 동일한 기가 유전하고 있어 조상과 후손의 기가 서로 공명, 동조, 감응한다는 생각도 여기에 해당할 일이 아니다. 비슷한 기는 궁합이 맞아 서로 연을 맺을 뿐이지 그들 간의 기가 합쳐지거나 후손의 기가 천지간에 흩어져 이미 다른 혼백 중에 있는 조상의 기를 불러내어 옛 귀신으로 다시 뭉쳐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주희는 조상의 정신과 혼백은 이미 흩어졌어도 일부는 조상의 열매인 자손의 정신과 혼백으로 이어져 후손의 안에 얼마간 자약(自若)한다.”(주희집, 2579)라고 하여 사대봉사(四代奉祀)의 룰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후손타령과 장손타령에 그 가사(歌詞)를 제공하였으니 허망한 짓은 다한 꼴이다. 공자도 아니고 맹자도 아닌 이런 애매모호한 정치철학에 근거한 해괴한 생사관을 벗어나지 못하여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그의 후생들이 가련할 뿐이다.

 

10. 주희가 주장하는 귀신은 표준이론의 생기체다. 표준이론에서 귀신은 대부분 망자의 생기체가 이승에 떠도는 지박령(地搏靈, earth bound)이다. 생기체에는 혼뇌가 있어 아직 망자의 지각과 기억이 있고 지박령은 주로 이드가 강한 1.6단계 이하의 사람 또는 원한 맺힌 사람의 생기체인 경우가 많으며 짧게는 이삼일 길게는 몇십 년간 지상에 존속한다. 신지학에서는 이를 에텔아스트랄 유령이라고 한다(미주 40 ‘귀신 그리고 신지학과 표준이론의 지박령참조). 귀신에는 아스트랄 유령이나 멘탈 유령 등 고급 귀신도 있다. 그들은 사명 또는 목적이 있어 이승을 방문하며 대부분 젊잖다. 그리고 이승에도 저승에도 악마나 사탄은 없다.

 

다음은 주희의 언사 중에서 그의 귀신이 생기체임을 보여주는 부분을 모아 보았다.

1) 백은 육에 깃드는 것으로 눈은 이고 눈의 빛(시력)이다. ()이면 귀의 은 청력이다.

2) 제사는 지성스러운 마음으로 귀신이 감응하여 오게 하는 것이니, 죽은 이의 魂氣가 아직 다 흩어지지 않았는데 어찌 흠향하러 오지 않겠는가?(3-19)

3)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정()과 기()가 모이기 때문이다. 정은 음기이며 백이고 물질이다. 기는 양기이며 정신이고 혼이다.

4) 주희는 기억하고 변별하는 기능을 ()에게 부여하였다. 기억과 변별 작용을 과거에 습득하여 저장해둔 정보를 되살리거나 구분하는 정적(靜的)인 기능으로 보아 에게 그 기능을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백을 기정처(氣定處)라고 하였으나 종국에는 그냥 기사처(記事處, 메모리)라고 하였다. 표준이론으로 볼 때 기억기능은 윤회체도 갖지만 생기체인 도 가지니 기억이 백의 기능일 수 있다. 혼뇌가 그것이다. 그러나 변별기능은 윤회체인 정신의 기능이니 이를 백의 기능으로 봄은 부당하다.

5) 주희는 혼 안에도 백이 있고 백 안에도 혼이 있다(魂中求魄, 魄中求魂)”고 하고 코가 냄새 맡고 입이 맛을 아는 것은 백이 아니겠으며, 눈과 귀 속에도 난기(煖氣)가 있으니 혼이 아니겠는가? 몸 안의 모든 부분의 작용이 다 그렇다.”라고 말한다(주희집, 2102) 냄새와 맛은 감각으로서 생기체의 작용이다. 혼중구백(魂中求魄)과 백중구혼(魄中求魂)은 생기체가 혼의 일부분임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1) 子曰 鬼神之爲德 其盛矣乎 視之而弗見 聽之而弗聞 體物而不可遺 귀신의 덕은 참으로 지극하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사물의 체가 됨에 남음이 없다.

(*2) 양능은 음양의 기의 굴신능력을 지칭한다.(18-17) 즉 기가 屈伸往來하며 생성발전하고 변화하는 조화의 과정이다.

(*3) 주희는 조상의 정신혼백은 곧 자손의 정신혼백이다라는 사량좌(謝良佐, 1050~1103)의 말을 아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돌아가신 조상은 후손과 같은 종류의 기()이기 때문에 서로 혈맥이 관통하는 사이라서 一物(항상하는 존재)은 아니지만 후손과 서로 감응할 수 있다.(3-59) 제사의 주관자가 그의 후손이라면 그와 동일한 기가 유전하고 있을 것이므로(一氣之流傳) 그 주관자가 정성과 공경을 다하여 감응하여 부를 때 조상의 기는 정말로 거기에 깃들게 되는 것이다.(3-62)

(*4) 주희의 귀신은 귀()와 신()으로 나뉘는데 이는 살아서는 각각 백과 혼이다. 정리하면

 

 

(*5) 세상에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이 매우 많으니, 어찌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正理가 아닐 뿐이다.(3-19)

 

5) 표준이론식으로 말하면 신은 윤회혼이고 귀는 생기체이며 흩어지지 않은 귀는 생기체 유령이다(미주 40 ‘귀신 그리고 신지학과 표준이론의 지박령참조).

 

6) 태극(太極)에 운동과 정지가 있으니, 이는 천명이 流行하는 것입니다‥‥ 가 주인이 되어 그것을 유행하게 하는 것입니까? 태극이 운동하고 정지하는 것은 태극이 스스로 운동하고 정지하는 것입니다. 천명이 유행하는 것은 천명이 스스로 유행하는 것입니다. 어찌 다시 그렇게 하는 명령자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무극(無極음양(陰陽오행(五行)이 신묘하게 결합하여 응취하여 만물을 생성시키는 관점에서 보면 마치 주재하고 운용하면서 이렇게 시키는 자가 있는 듯합니다. 서경(書經)에서 이른바 위대한 상제(上帝)가 백성들에게 선한 본성을 내렸다라든가 정자(程子)가 이른바 주재로 말하면 제()라고 한다.’는 것이 이것입니다(허남진, 조선 전기 이기론 - 이황, 退溪集13-16).

 

7) 기독교 외경(外經)으로서 영지주의 텍스트인 유다의 복음(Gospel of Judas)’에서 유다는 Pneumatics(immortal soul), 다른 제자인 비영지주의자는 somatics(die both spiritually and physically at the end of their lives)로 묘사된다(Wikipedia, Gospel of Judas).

 

8)

1. 스티븐 횔러, 이것이 영지주의다, 145~147

2. Stephan Hoeller(1931~)는 영지주의 교회인 Ecclesia Gnostica의 사제로서 1967년 주교(Gnostic episcopate)로 임명되었다. 1963년부터 영지주의 학회(Gnostic Society)를 이끌고 있다.

 

9) 시리아 에데싸 아브가르 왕가의 가신으로 시리아 정교회를 세운 설립자이자 후대기독교의 성 도마학파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르다이산(Bardaisan 154~222)의 주장이다. 그는 인간은 영혼육으로 구성된다고 하고 영지를 얻은 자의 혼은 명종 후 조건적인 불멸성을 지닌다고 한다. 그의 심적인 부가물은 심()이 가진 물성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10) 미주 103 ‘만다야교(Mandaeis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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