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27) 날란다 사원대학 전통과 불교학 연구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3/07/03 [08:23]
불교학 연구 중심, 아시아에서 서구로 이동 중

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27) 날란다 사원대학 전통과 불교학 연구

불교학 연구 중심, 아시아에서 서구로 이동 중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3/07/03 [08:23]

모든 종교가 다 마찬가지지만, 한 종교에 대한 체계는 신앙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종교에 대한 신념, 행동과 제도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한 종교의 체계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여 하나의 종교로서 전반적인 모습을 독특하게 정립하는 역할이 바로 학문적 작업이다. 그 종교를 설명하고, 다른 종교와 비교하고, 해석하고, 체계적, 역사적 기반 및 교차 문화적 관점을 강조하여 드러내는 것이 바로 종교학 연구이다.

 

이런 종교학 연구 원칙에서 불교라는 종교를 대입하여 그대로 적용한다면, 불교학이 성립된다. 말하자면 불교학은 불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 세계 여러 종교의 상징들.  © CRS NEWS

  

불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근대의 보편적 학문연구의 관점에서 불교를 학문의 대상으로 정의하여 불교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유니테리언주의(Unitarianism)의 조셉 에스트린 카펜터 목사였다. 그는 불교, 부처의 본성, 부처의 교리에 대한 연구라고 조어한 데서 비롯된다. 유니테리언 주의는 이신론(理神論)의 영향을 받은 반삼위일체론 계통의 기독교 신앙이다. 삼위일체 신앙을 갖고 있는 주류 기독교와는 교리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런 관점은 기독교 내에서의 문제일 뿐, 불교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카펜터 목사의 용어 정의에 대하여 현대적 맥락에서 덧붙인다면, 불교 해석학, 석의(釋義), 존재론 및 부처의 속성에 초점을 맞춘 불교연구의 하위 집합으로 간주 될 수 있다. 좀 더 부연하여 설명을 하자면,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역사, 문화, 고고학, 예술, 문헌학, 인류학, 사회학, 신학, 철학, 실천, 종교 간 비교 연구 및 불교와 관련된 주제 중점을 둔 연구 분야라고 범주화할 수 있겠다.

 

▲ 날란다 대학교 캠퍼스.     ©CRS NEWS

 

현대 불교학 연구는 유대교나 기독교 연구와는 대조적으로 불교연구 분야는 불교 문화와 전통에 직접 관련된 내부자들의 연구보다는 불교 외부자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인도나 아시아에서의 불교학 연구가 대학을 중심으로 하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여러 대학에서의 불교학 연구는 역사와 전통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다 할 것이다.

 

본격적인 현대적 학문 방법에 의한 불교학 연구는 유럽과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북미(미국)가 중심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근대적 학문 방법에 의한 불교학 연구를 리서치 하기 전에 이른바 불교학 연구라고 한다면 우리는 인도의 날란다 사원 대학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날란다 사원대학의 전통은 사실상 티베트 불교에서 계승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7세기와 8세기 동아시아(중국)에 산스크리트 문헌이 날란다사원대학으로 부터 전해져서 일정부분 연구되고 교학상의 전통이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긴 하다. 그렇지만 투명하게 체계적인 전문성을 갖고 전파된 것은 티베트 불교라고 하겠다.

 

현대에 와서는 인도의 옛 날란다 사원대학 일원에 신() 날란다 대학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고, 왕사성에도 날란다 대학이 개교되었지만, 옛 인도의 날란다 사원대학의 학문전통은 티베트 사원 대학에서 계승되고 있다고 본다. 

 

▲ 인도 비하르 주 라즈기르(왕사성)에 2010년 11월 25일에 개교한 날란다 대학교(Nalanda University)의 학생과 교수진.  © CRS NEWS

 

인도의 날란다 대학교는 옛 날란다 대학의 맥을 계승한다고 하지만, 학문적 내용은 티베트 사원대학에서 계승하여 현재도 건실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티베트 본토와 동티베트(중국의 사천성 청해성 감숙성)와 인도 망명 난민 지역이다. 불교학을 논하면서 우리는 날란다 사원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먼저 고찰해야 담론이 전개된다고 본다.

 

▲ 5세기에서 13세기 불교연구 중심 센터였던 옛 날란다 사원대학.  © CRS NEWS

  

날란다(Nālandā)는 인도 동부의 고대 마가다(지금의 비하르)에 있는 유명한 마하비하라(큰 절 大寺)였다. 불교사원(수도원)이지만, 역사가들에 의하면 세계 최초의 주거 대학이자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학습 센터 중 하나로 간주되는 대학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사원대학은 라즈기르 시 근처에 있으며 비하르 주 수도인 파트나에서 남동쪽으로 약 9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날란다 사원대학은 서기 427년부터 1197년까지 운영된 사원대학으로 서기 5세기와 6세기 동안 예술과 학문의 후원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불행히도 12세기 초 이슬람 침략자 터키계 이슬람 장군 킬지에 의해 많은 시설이 파괴되고 불태워졌다. 화재를 만나기 전 날란다 사원대학 도서관에는 무려 9백만 개 이상의 텍스트를 보유했었다고 한다.

 

날란다는 굽타 제국 시대(서기 319467)에 설립되었으며 불교도와 비불교 신자를 포함한 수많은 인도 및 자바(인도네시아) 후원자의 지원을 받았다. 750년 동안 그 교수진에는 가장 존경받는 대승불교 학자들이 포함되었다. 당시 날란다 사원대학의 커리큘럼은 요가차라(유식)와 상좌부(아비담마) 6개의 불교 주요 학파와 베다 문법 의학 논리 및 수학과 같은 과목을 교수했다. 일종의 종합대학의 교과과정이었다. 

 

▲ 인도에 있는 티베트 세라사원대학.  © CRS NEWS

 

동아시아(중국) 유식 불교학의 뼈대가 된 문헌 대부분이 날란다 사원대학에서 운반되었다. 그 역할은 7세기 현장법사가 그 역할을 했으며 657개의 문헌을 중국에 가져왔다. 7세기에는 의정이 400개의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가져왔다. 날란다에서 저작된 대일경(大日經), Mahāvairocana Tantra과 샨티데바 입보살행론(入菩薩行論),Bodhisattvacaryāvatāra을 포함하여 마하야나(대승)및 바즈라야나(금강승Vajrayana) 불교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날란다사원대학은 무함마드 박티야르 칼지 장군의 군대에 의해 약탈당하고 파괴되었으며, 그 후 부분적으로 복원되어 서기 1400년경까지 계속 존재했었다. 오늘날 날란다사원대학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10년에 인도 정부는 유명한 대학을 되살리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라즈기르에 현대 불교학 연구 센터인 날란다 대학교가 설립되었다. 날란다대학교는 인도 정부에 의해 국가 중요 연구소로 지정되었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대표>

▲ 필자 보검스님이 인도에서 개최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 CRS NEWS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