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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결심한 남편과의 마지막 여정 그린 ‘사랑을 담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7/14 [20:40]
“아내의 가슴 절절한 상실의 기록이자 가장 애틋한 러브스토리”

안락사 결심한 남편과의 마지막 여정 그린 ‘사랑을 담아’

“아내의 가슴 절절한 상실의 기록이자 가장 애틋한 러브스토리”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3/07/14 [20:40]

 


사랑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인간으로서의 삶을 점점 더 잃어가기 전에 스스로 삶을 떠나길 선택한다면, 그 선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의 자발적 죽음을 보며 도덕적 갈등과 슬픔을 그린 사랑을 담아’(원제 In love)(에이미 블룸 ·신혜빈 ·문학동네 )1953년생 소설가가 작가가 남편의 결심을 지지하는 한편 아내의 가슴 절절한 상실의 기록이자 가장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에세이이다.

 

뉴욕 타임스등 여러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때로 슬픔은 가장 지극한 사랑으로 몰아낼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타임선정 ‘2022년 최고의 논픽션 1에 올랐다.

 

이 책은 조력자살을 지원하는 스위스의 안락사 관련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의 문을 두드린 부부가 함께 2020126일 취리히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 함께 울고 웃으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사랑 가득한 이야기가 담겼다.

 

중년에 들어서 서로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최근 삼 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브라이언은 삼 년 전부터 이미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을 보였고, 에이미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에이미가 쓴 글을 매번 읽고 정성스레 피드백해주던 브라이언이 언젠가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글을 읽지 않기 시작했다. 무채색 셔츠만 입는 아내에게 튈 레이스가 달린 얼룩무늬 옷을 선물하는가 하면, 몇 년이나 참여했던 독서모임의 일정을 헷갈리거나 모임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고, 불과 십 분 거리로 이사간 회원이 아주 먼 곳으로 이사갔다고 착각하기까지 했다.

 

브라이언의 문제는 직장에서도 계속되어 예상보다 이른 은퇴를 맞이하기에 이르고, 결국 부부는 신경외과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MRI 촬영 결과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 주말 내내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진단을 받고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브라이언은 스스로 삶을 떠나길 결정하고, 그 결심에 흔들림이 없다. 그때부터 에이미는 브라이언이 선택한 마지막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디그니타스를 발견한다. 그리고 브라이언의 존엄사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충만한 삶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잘생기고 너그럽고 자기 자신과 세상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사람인 브라이언은 식당에 가면 주방장이 달려나와 맞이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며 대학시절 뛰어난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고 열정적인 건축가로 사십 년을 일했으며 다정한 남편이자 손녀 넷의 쾌활하고 장난기 많은 하부지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가 깜박이며 스러져가는 인지의 불꽃에 기댄 위태로운 삶을, 꺼져가는 삶과 그후에 올 죽음의 어둠으로 침잠하는 과정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은, 그의 삶이 커다란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힘으로 용기 있는 이별을 선택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상실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에이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삶에 더욱 간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되뇌게 된다. 내 삶의 모든 날에, 사랑을 담아 살아가겠노라고.(역자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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