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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에 대하여’ 중 ‘성령(聖靈)과 호흡 등 관련한 기’

정영부 | 기사입력 2023/08/03 [06:20]

‘기(氣)에 대하여’ 중 ‘성령(聖靈)과 호흡 등 관련한 기’

정영부 | 입력 : 2023/08/03 [06:20]

 

성령(聖靈)과 기

 

히브리어 구약성경에서는 하느님의 영(성령)’을 루아흐(ruach)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호흡, 바람, 숨결, 생기등의 의미를 갖는다. 신약에서 성령을 뜻하는 프네우마(pneuma)도 역시 , 호흡, 공기를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 단어다.(1)

한편 구약성경의 네페쉬(Nephesch)란 단어는 숨 쉬는 것이나 호흡하는 존재(피조물), 영혼, 생명등을 의미하는데 표준이론에서는 혼()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2) 프시케(Psyche)는 구약의 네페쉬에 대응되는 신약의 그리스어로 이 역시 네페쉬와 마찬가지로 본래 이란 뜻으로 쓰인 단어인데 목숨, 영혼(soul), 마음 등의 뜻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처럼 구약과 신약, 즉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를 통틀어 성령 그리고 사람의 영혼, 동물의 생기나 혼 등을 가리키는 단어는 모두 숨이나 바람을 뜻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이 단어들은 모두 인간의 생명과 관련하여 사용되면서 인간의 호흡이 생명의 증거이자 곧 사고, 열정의 매개체, 또는 인간의 생기(生氣)임을 가리키고 있다. 특히 하느님의 숨은 영기(靈氣)로서 인간은 태어날 때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이 담겨 있는 하느님의 숨을 받았다. 또 성령은 그 운행하는 모양도 항상 바람이나 숨처럼 나타난다고 표현된다.(3)

한편 성경의 여러 곳에서 하느님 자체가 인 루아흐이거나 아니면 과 동역(同役)하고 계신 분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렇다면 성령인 루아흐가 피조물들에게 부여되어 생명력의 원천이 되었으니 하느님은 피조물에게 숨을 통하여 자신과 동일한 품격(品格)을 주신 것이다.(4)

 

이러한 사실들은 표준이론의 다음 진술을 담보한다. “1. 태초에 하느님의 가 있었다. 기는 하느님의 생명에너지다.”

 

호흡과 기

 

인간은 생명활동에 필요한 기를 천기(天氣) 즉 태양의 기와 지기(地氣)인 음식물에 들어있는 기, 그리고 공기(空氣) 중의 기로 흡수한다. 공기 중의 생기(生氣)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려는 방법 중 하나가 요가의 호흡법이다. 요가에서 주장하기로는 숨을 들이쉬면서(吸息) 우주의 생기(生氣)인 프라나(prana)를 섭취하고 숨을 참으며(止息) 그것을 자기화(自己化)한다고 한다. 프라나, 즉 공기 중의 기를 흡수하여 생기체에 영양소로 공급하는 것이다. 프라나는 사고(思考), 행위, 감정 등의 활동에 의해서 소모되는 생명력으로서의 기이므로 사람은 이를 끊임없이 섭취하고 비축해 두어야 한다. 佛家의 참선호흡이나 仙道의 단전호흡도 이와 마찬가지다.

 

여러 종교와 사상에 나타나는 기

 

원래 기는 고대 중국의 철학에서 우주 창조 이전의 自在원소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늘과 땅이 분리되기 전,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이 기가 충만해져 천지가 나누어지고, 점차 모든 사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인간을 비롯한 자연계의 모든 것을 생성시킨 생명과 물질의 동적 에너지가 바로 이다. 이때까지의 기의 개념은 상당히 추상적이었는데, 전국(戰國) 시대에 공자(孔子 BC 551~479)는 혈기(血氣)(5)를 거론하여 기의 개념이 당시에 이미 성숙함을 드러냈고 맹자(孟子 BC 372~289)호연지기(浩然之氣)’를 이야기하면서부터 기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상적 주제로 변모하게 되었다. 맹자에 따르면 기는 혈기(血氣)’를 근본으로 하며, 치기양심(治氣養心)이라는 양생술(養生術)을 수반한다고 하였다.

()가 많은 종교와 사상에 공히 나타나고 있음은 이미 수차 거론하여 익히 살펴본 바가 있으나 여기서 그 일부를 다시 정리하여 재론(再論)함은 여러 종교와 사상에 나타나는 가 그 實在性을 넘어 성질과 역할까지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을 보이려는 데 있다. 따라서 여기 나열하는 사례 외에도 여러 다른 기론(氣論)을 찾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니 독자들도 이를 발굴하여 서로 비교하여 보길 바란다.

 

<노자의 도와 기>

 

도가(philosopical taoism)는 노자(BC 570~479)도덕경을 효시로 본다.(6) 老子도덕경21장에서 道之爲物, 其中有象. 其中有物, 其中有精이라는 글로 도가 물질임을 반복하여 밝히고 있으며(7) 42장에서는 만물 조화의 기인 충기(沖氣)(8)를 거론하고 있다. 이는 가 곧 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훗날 주석하는 자들도 노자는 도덕경의 각처(各處)에서 기가 도에서 발원함을 말하고 있다고 명언(明言)한다.(9) 기가 우주에 충만하다 사람에 이르러 마음이 되는 것은 알겠는데 도덕경을 보면 그 기능이 더욱 대단하다. 심지어 도덕경에서는 기가 하느님의 섭리를 구현하는 역할도 한다. 즉 도는 天法道하고 道法自然’(10)하여 섭리를 매개하고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또 하상공의 노자하상공장구(11)도덕경해석을 보면 사람은 코와 입으로써 천지의 를 호흡한다. 사람은 천지자연에 충만한 를 향유하며 살아간다. 땅에서 생산된 곡기를 취하고 숨을 쉬며 살아간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숨을 쉬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다. 숨을 쉬는 것은 천지와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천인합일의 근거이기도 하다.”라고 하였다.

 

<아낙시메네스와 아낙사고라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BC 585~525)는 공기(aēr)를 만물의 근원이라 하였다. 즉 공기가 차고 농후하게 되면 바람(), (), (), ()으로 되고, 뜨겁고 희박해지면 불()天體로 되며 번개나 지진으로도 전화(轉化)되고 나아가서 거기에서 유기체들이 형성된다고 하면서, 만물의 다양성을 일원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했다. 또한 인간의 혼()도 호흡(pneuma)이라는 자연 활동의 원리에 귀결시켰다.

이후 아낙사고라스(Anaxagoras BC 500~428)는 물질보다 우월하고, 물질에 운동과 형태와 생명을 주는 원리로서 누스’(12)를 상정하였다. , 다른 것은 모든 것과 섞여 있으나 누스만은 어떤 것과도 섞이는 일 없이 순수하게 자주독재(自主獨在)하고, 대우주(大宇宙)와 소우주의 주인이며 혼합분리(混合分離)하는 모든 것을 알면서 과거·현재·미래에 걸친 질서를 정리하는 세계의 형성자라고 하였다. 아낙시메네스는 에 대하여, 아낙사고라스는 기의 조리(條理)(13) 또는 영()에 대하여 말한 것이다.

 

<도교의 기철학>

 

도가(道家)의 사상은 한나라의 왕족 유안(BC 179~122)에 의해 회남자(淮南子)로 정리되어 나타난다. 회남자는 도의 관점에서 노장 사상과 공맹의 유가 사상 그리고 묵가, 법가, 음양가 등 종래의 대립되던 주장들을 통합하여 집대성한 책으로 도교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회남자에 따르면 도는 만물의 근원이므로, 도가 우주를 낳고, 우주는 기를 생성하고, 기는 하늘과 땅, 음양을 만들고 음양에서 사계절이 생기고 사계절에서 만물이 나온다.(14) 東漢시대의 왕충(15)의 기철학에 의하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가 뭉치는 것이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가 흩어지는 것이다.”라고 하여 훗날 태평경에서 도교의 사상적인 배경이 된다. ‘태평경(太平經)’은 후한시대인 2세기경에 신인(神人)이 우길(于吉)에게 전했다고 하는 태평청령서(太平淸領書)로 추정되는데, 이는 최초의 도교적 교단인 태평도의 경전이다. ‘태평경에서 는 우주만물의 존재를 포함하여, 우주의 모든 유무형 일체를 라고 본다.(16)

 

이처럼 도가(taoism)에서 발전하여 틀을 잡은 철학은 이윽고 道敎(religious taoism)에서 채택되어 이제 기는 생명이나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명할 수 있는 사고(思考)의 중심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으며,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의 집산(集散)으로 설명하게 되었다. 그래서 도교에서는 교리의 이상적 관념인 ()’원기(元氣)’로 규정하고 있다.(17)

 

<註釋>

1) 1. 이종란, 기란 무엇인가, 30쪽 참조

2. NASB 성경에서 프네우마는 하느님의 영 또는 성령(Spirit)의 의미와 숨(breath), 영성(spiritual), 바람(wind), 바람들(winds)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2) 창세기 2:7에서 하느님은 사람에게는 네페쉬 외에 특별히 네샤마를 추가 하셨다. 네샤마 또한 구약에서 루아흐와 비슷한 영적 숨이다(8.2.3.2. ‘성령과 기독교 인간론참조).

 

3)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은 다 이러하니라.”(요한복음 3:8) “오순절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라.”(사도행전 2:1~3)

 

4) 1. 창세기 1:2하느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라는 부분의 하느님의 영도 루아흐다. 또 에스겔서 37:4~5마른 뼈들아, 이 야훼의 말을 들어라. 뼈들에게 주 야훼가 말한다. 내가 너희 속에 숨을 불어넣어 너희를 살리리라.”의 숨도 루아흐이다.

2. 김은수는 그의 비교종교학개론(141)에서 루아흐가 때로는 기운이나 바람으로 해석됨으로써 도교에서 음과 양의 움직임의 근원인 一脈相通한다고 주장한다.

 

5)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논어 계씨편 제7) 공자왈 군자는 세 가지를 경계하여야 하니 젊어서는 혈기가 바로잡히지 않으므로 색을 경계하여야 하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한창 왕성하므로 경계할 것은 싸움이며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약해지므로 탐욕을 경계하여야 한다.”

 

6) 심지어 도교에서는 노자를 도교의 창조주인 원시천존의 화신으로 보고 태상노군(太上老君)으로 숭앙한다.

 

7) 道之爲物 도에서 물질이 나오는데

惟恍惟惚 그저 어두워 잘 분간할 수 없고

惚兮恍兮 분간할 수 없는 어두움 속에도 참으로 흐릿하다

其中有象 무엇인가 모양이 있으며

恍兮惚兮 어두워 분간할 수 없는 속에도 참으로 깊고 어둡다

其中有物 무엇인가가 실재하고 있다

窈兮冥兮 심오하고 그윽하며

其中有精 그 안에 영묘한 정기가 들어 있다

 

8) 5.6.8. ‘도가(道家)의 영혼참조

 

9) 1. 김홍경, 노자

2. ()나라 때 관리이자 이학자(理學者)인 오징(吳澄)()이란 사물이 생긴 이후의 형체이고, ()이란 사물이 생기기 이전의 기()”라고 하였다.

 

10) 1. 도덕경25,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사람은 땅을 본보기로 하여 따르고, 땅은 하늘을 본보기로 하여 따르고, 하늘은 도를 본보기로 하여 따르고, 도는 자연을 본보기로 따른다(5.1.2.3.9. ‘도가의 합일사상참조).

2. 그런데 도덕경42道生一이니 天法道, 道法自然天法氣, 氣法道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뻔하였다. 지금 문장대로라면 自然스스로 그러함으로서 攝理를 의미하는만큼 도 위에 攝理가 있다는 뜻이니 이는 도덕경에서 창조주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도교의 경전인 태평경에서도 자발성을 가진 대자연의 理法이라고 한다.(미주 246 ‘태평경의 氣論참조)

 

11) 노자하상공장구(老子河上公章句)는 중국(中國) ()나라 문제(文帝) 때 하상공(河上公)이라는 사람이 도덕경을 주해(註解)한 책()이다.

 

12) 누스(Nous)는 마음·정신·이성, 지성 등으로 번역되는 그리스어로 누스를 처음으로 사물들의 원리라는 의미로 파악한 사람은 아낙사고라스다. 그의 누스는 영혼이라는 생명원리를 가리키지만, 동시에 그 보편적 원리로서의 지성(, intellect’)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미주 178 ‘플라톤의 혼의 종류참조).

 

13) 8.12. ‘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 참조

 

14) 성리학에서는 원초의 혼일적(渾一的) 기가 음양(陰陽)으로 자체 분화되고, 그것은 다시 오행(五行)으로 갈라진다. 도가의 그것과 그 구분이 의미 없을 만큼 유사한 스토리다.

 

15) 왕충(王充 27~97)은 틀에 얽매인 한나라 유학의 폐단을 비판한 사상가로 당시 전승되는 도가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16) 태평경의 氣論

 

1. 사물에는 성질이 있는데 그 성질에 따라 여러 가 있다.

2. 사물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의 관계 또한 기의 작용이다. 이 결합한 것이 생명이며, 과 분리되면 죽게 된다. 은 유형적 이며 은 무형적 .

3. 만물의 근원으로서 원기가 있으니, 원기는 천지의 본성이다. 원기와 자연은 천지의 본성이다(元氣自然 共爲天地之性). 元氣는 혼돈의 상태이며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으로써 만물을 생성하고 사물의 성장과 소멸을 관장한다. , 만물은 원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사람은 동일한 원기에서 나오며, 세 가지의 형체로 분리되지만, 각기 근원이 있다. 하늘은 양기이며 태어남을 담당하고, 땅은 음기로 만물을 기른다. 인간은 음기와 양기 사이에 존재하는 중화의 기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다. , 하늘과 땅을 부모로 하여 생겨난 것이 인간이다. 도가에서 원기는 도덕경42道生一로서 太虛.

4. “원기는 도를 지킨다.”라고 하여 원기는 도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란 자발성을 가진 대자연의 理法이다.

5. 양이 다하여 선하게 되고 음이 다하여 악하게 된다. 양이 다하게 되면 선을 생겨나게 하고 음이 다하게 되면 사물을 살상한다. 이것이 음양의 이다. 사람은 중화기(中和氣)로서 천지인을 통합할 수 있는 心靈的 主體로서 능동성을 지니고 있다.

 

17) 마노 다카야, 도교의 신들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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