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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함께 나누는 세상’을 지향하는 계룡산 여명사 주지 청담 스님

엄해정 기자 | 기사입력 2014/10/23 [22:42]
“지금은 인간성 회복, 즉 人本을 바로 세워야 할 때”

인터뷰●‘함께 나누는 세상’을 지향하는 계룡산 여명사 주지 청담 스님

“지금은 인간성 회복, 즉 人本을 바로 세워야 할 때”

엄해정 기자 | 입력 : 2014/10/23 [22:42]

인성·체력·지식에 바탕한 교육 혁신 강조
 
한국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황금만능주의로 인해 지역·계층·세대·성별·이념 등으로 인한 분열 양상이 갈수록 심화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부패가 적나라하게 표출된 대표적 사례가 ‘세월호’ 대참사라 할 수 있다. 세월호 뿐만아니라 2014년 갑오년에는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무질서와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이렇게 혼란한 때일수록 길잡이가 되어 줄 정신적 지주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실의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 줄 확고한 비전과 철학있는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종교 본연의 가르침은 자비와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우리 민족의 앞날과 미래 세대를 위해 깊은 불심(佛心)을 바탕으로 사회·지역·종교·계층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에 앞장서면서 차원 높은 정신문화를 꽃피우는데 매진하고 있는 여명사(黎明寺)의 주지 청담(淸潭) 큰스님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충남 공주시 계룡면 양화리 계룡산 천왕봉 자락에 위치한 청정수월 도량 여명사에서 참선과 수행·예불·기도를 통해 불국토(佛國土) 실현의 원력을 세우고 있는 청담 큰스님은 극도의 물질문명 시대가 끝나면 정신문명이 꽃피우게 될 것으로 예단했다. 정신문명의 꽃은 종교이다. “일부 사이비 종교와 관련 집단의 왜곡된 신앙 행태로 인해 세월호와 같은 끔찍한 비극을 낳기도 하지만, 종교 본연의 가르침은 자비와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청담 스님은 역설한다.
 
‘함께 나누는 세상’을 지향하는 청담 큰스님은 잃어버린 양심과 인간성을 회복하고 나눔과 배려의 정신으로 각자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바르게 생활하고 실천한다면 부정부패, 부(富)의 양극화, 극단적 개인주의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편으로 기존의 지식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인성, 체력, 지식이 밑바탕을 이루는 교육 혁신을 주문한다. 그는 “우리 사회에 시급히 요청되는 바는 인성 교육을 강화해 인간성 회복, 즉 인본(人本)이 바로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원 높은 정신문화가 개화돼야만 인류의 진정한 행복 보장돼
 
“물질문명을 수용하는 정신문화를 꽃피워 인류와 삼라만상이 기뻐하는 열락(悅樂)의 세계를 이룩해야 합니다.” 스님은 컴퓨터 자판 하나만 누르고, 휴대폰만 있으면 위성과 연결돼 세상 어디에도 통화할 수 있는 시대임을 재확인하면서 “그러나 이것은 다만 물질문명일 뿐입니다. 차원 높은 정신문화가 개화(開花)되어야만 인류의 진정한 행복이 보장되는 안심입명(安心立命)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이 제시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청담 스님의 법어는 이어진다. “가정과 학교, 사회, 국가가 크든 작든 고민하고 제 역할을 할 때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우리의 미래세대인 후손들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담 스님의 현시대 문명론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제시는 진지하고 명쾌하다. 스님은 다시 한번 힘주어 설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물극즉반’(物極則反)의 법칙에 따라 유형문화·기계문화, 곧 극치의 물질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현시대 이후에는 무형의 정신문화가 꽃필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문화의 정수(精髓)는 종교입니다. 물질과 정신을 대표하는 과학과 종교의 만남이야말로 행복한 불국토(佛國土)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영악하지 않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생명 순환, 곧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열린 마음으로 통합 이루는 화쟁 정신을 발휘할 때

이제 화제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첨예한 갈등 구조와 소통 부재의 해법 찾기로 돌려봤다. 청담 큰스님은 사회 통합이 관건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지역과 계층, 세대, 성별, 이념 등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통합은 남북통일을 이루는 힘의 원천이기에 절실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화쟁(和諍)이 필요합니다. 화쟁을 하려면 새로운 시각이 있어야지요. 낡고 고정된 눈을 버려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화쟁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반대되는 측의 입장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갈등을 넘어선 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청담 스님이 행하는 설법의 핵심은 대의명분의 눈으로, 통합·협동의 눈으로, 사부대중 공동체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을 위할 때는 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이다. 원효(元曉)대사의 화쟁사상이 여러 종파로 대립하던 불교를 하나로 회통(回通)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라와 백제, 고구려가 하나로 통합해 통일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일구는 밑바탕이 됐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는 두루두루 품고 소통하기에 일체제법의 사리가 융합되어 막힘이 없는 원융무애(圓融無碍)의 정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청담 스님은 개개인의 인격수양에도 하심(下心), 즉 마음을 열고 끝없이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 광활한 들판이 어떤 것과도 자리다툼을 하지 않듯이 열린 마음에는 일체의 시비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나와 더불어 살고 아낌없이 나누기를 즐겨할 것입니다. 거기에 참자유인의 길이 있습니다. 낮은 것이 높은 것이 되고, 열린 마음이 강하다는 이치가 합당한 것입니다.”
 
‘융합의학’은 인류에 봉사하는 방편이자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해
 
청담 큰스님은 정신문화의 정수인 ‘종교 바로 세우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양의(洋醫)와 한의(韓醫), 전통의학(침·뜸 등), 대체의학과 음식의학을 통합시키고 여기에다 정신의학을 더하는 ‘융합의학’의 토대를 닦고 있다. 스님은 “정신수련을 제대로 한 사람은 그 기운으로 암도 고치는 치유능력이 생긴다”며 “융합의학이야말로 인류에 봉사하는 효율적 방편이자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주 만물은 하나로 연결된 인드라망이라고 역설하는 청담 스님은 “정신을 고양시키지 않고 물질문명만을 추구하는 한, 현대인은 각종 질병과 범죄에 노출되고 결국 파탄할 수밖에 없다”면서 출가 이후 불법(佛法)을 공부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정신세계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크게 얻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스님은 융합의학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간의 질병은 대부분 마음의 불안과 스트레스 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결국 마음과 몸을 함께 아울러는 전인적 치료가 이루어져야 완전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의료 분야를 관광에 접목해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해야
 
청담 큰스님은 우리의 의료산업을 관광에 접목해 활성화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견해를 들어보자. 다음은 청담 스님의 견해를 요약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대책의 중심에 의료산업 활성화가 포함돼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 환자의 유치실적을 2013년 21만명에서 2017년 50만명으로 늘려 진료수익 1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의료관광중심지로 만들어 경제 활성화를 견인한다는 게 골자이다. 그 근거로 최근 5년간 연 41%의 해외환자 증가율, 한류 열풍에 따른 국가브랜드 가치의 향상과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꼽는다.
 
하지만 이 목표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2012년 국내 입국 해외환자 15만5000여명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입원환자는 전체 환자의 9.4%(1만4000여명)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910만원의 높은 의료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외래 환자가 80.6%(12만5000여명)로 평균 81만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한국이 아시아 최고의 의료관광지로 자리매김하려면 숙박, 쇼핑 등 충분한 관광 인프라의 구축과 함께 의료보험제도의 개선, 의료코디네이터의 양성 등 행정지원 체계가 보다 효율적으로 뒷받침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경쟁국 싱가포르와 태국 등은 인프라 및 행정체계가 우리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우리의 의료관광은 진료환자 유치라는 단순한 차원의 인식 때문에 중앙 및 지방정부의 보건행정 분야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어 관광 담당 부처의 참여는 대단히 미미하다. 따라서 의료 관광에 필수적으로 구비돼야 하는 관광 상품이나 전문 숙박시설과 같은 인프라가 원활하게 구축될 수 없다. 따라서 경제 활성화와 의료관광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큰 틀에서의 접근이 시급히 요구된다.
 
첫째, 의료관광의 범위를 확대해 성형과 질병 치료의 위주에서 벗어나 한국 고유의 경쟁력을 갖춘 한방, 대체의학, 자연치유 및 음식요법과 정신의학 등의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진료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되 지역 특성에 적합한 의료 상품과 연계된 관광 서비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서울 등 대도시권은 단기 체류형 성형과 질병치료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의료관광 관련 행정체계와 업무를 개선하고 확장해야 한다. 병원과 환자 관리는 보건 담당 부처가, 의료관광 기반시설 및 관광 상품개발은 관광 관련 부처가 주도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의료관광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후발 주자로서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이번에 경제성장의 호기(好機)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여명사의 전경.     © 매일종교신문

여명사는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해 다시 가보고 싶은 사찰
 
청담 큰스님은 30여년간 지리산과 가야산 등지에서 용맹정진의 수도를 하고 운수납자(雲水衲子)등을 거친 뒤 영산(靈山)인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여명사의 주지로 2013년 봄에 부임했다. 5대 독자인 청담 스님은 생후 겨우 세살 때 모친은 이미 그가 ‘출가(出家)의 운명’이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미 불성(佛性)의 근기가 가득했음을 알게 한다. 스님은 자신의 인격 수양에도 진력하면서 늘 하심(下心)하는 마음으로 불자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는 생활을 하고 있다.
 
청담 스님의 설법에는 오랜 수행과 체험에서 배어 나오는 혜안(慧眼)을 엿볼 수 있다. “여명사는 기도와 예불·수행을 통한 원력을 세우는 데 이만한 도량이 다시없을 정도로 좋은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한 사찰”이라며 “모든 불자님들에게는 여명사 도량이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다시 가보고 싶은 절로 알려져 있어, 인간사 번뇌와 욕망을 소멸하고 싶으면 이곳에 와서 마음이 편안해지므로 자동적으로 힐링(healing; 치유)이 될 것”이라고 설했다.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행복 그 자체이며 부처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그대로 극락이며 천국인데 인생의 모든 불행과 갈등은 참다운 진리를 깨닫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청담 스님은 “결국 어리석은 우리들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모든 불안과 갈등이 없는 안온한 진리의 세계를 향해 더욱 정진하는 불자가 되어야만 건강과 행복을 찾고 우리 모두 성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담 스님은 여명사 창건주 청호(靑湖) 전추길 큰스님의 공덕과 거룩한 뜻을 잇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여명사 건립의 취지는 청호 큰스님이 기록한 다음의 ‘창건기(創建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생동안 불가(佛家)의 가르침을 받들어 정진(精進)하였던 바 과분한 복(福)을 얻었나니,
그 복을 나누기 위해 열성(熱誠)을 받쳐 산자수려(山紫水麗)한 명산(名山) 계룡산(鷄龍山)
자락에 불사(佛事)를 일으켰도다. 세상의 빛이 여기로부터 시작되길 소망(所望)하여 여명사(黎明寺)라 하노니,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불심(佛心)을 깨우쳐, 생명(生命)이 있는 모든 것 들과 더불어 아름답게 살아가는 지혜(知慧)를 얻기 바라나이다. 서기 2010년 1월 5일”
 
여명사는 극락전의 주불로 아미타불을, 좌우 협시불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시고 있다. “나를 내세우는 아상(我相)을 버리고 탐진치 삼독(三毒)을 멀리한다면, 미타삼존이 가르치는 서방정토 극락세계는 꿈이 아니라 이 땅에 건설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민족의 성산(聖山) 계룡산을 병풍 삼은 여명사 도량에 가득히 울려 퍼지는 청담 큰스님의 청량한 불음(佛音)이다. (문윤홍취재 -엄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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