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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초래한 ‘시간 왜곡’

문윤홍 대기자 | 기사입력 2022/12/10 [07:37]
뇌의 피로가 ‘시간 왜곡’시킬 수 있어…규칙적 수면과 실외활동 통해 햇볕 충분히 쏘여야

코로나19가 초래한 ‘시간 왜곡’

뇌의 피로가 ‘시간 왜곡’시킬 수 있어…규칙적 수면과 실외활동 통해 햇볕 충분히 쏘여야

문윤홍 대기자 | 입력 : 2022/12/10 [07:37]

사람은 누구나 시간 왜곡을 경험한다. 가령 어떤 날은 1시간이 10분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는가 하면, 어떤 날은 시계가 고장난 것처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요즘같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나이가 들수록 덧없는 시간의 빠름을 체감하게 된다.

 

지루하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즐거우면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는 경험은 많이 하게 된다. 흐르는 시간의 속도는 변하지 않는 것인데, 체감 시간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현상에 대해 '뇌의 피로'가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일본 국립정보 및 통신기술연구소(NICT)의 연구 결과가 20209월에 나왔다. NICT 정보신경망센터(CiNet)의 연구원 하야시 마사미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가 동일한 시간 간격에 여러 번 노출되면 신경이 지나치게 흥분하고 발화 빈도가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의 뇌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밝혀진 것은 2015년 시간의 지각(知覺)에 의해 신경세포의 활동이 변동한다는 증거가 처음 발견됐다. 뉴런의 변화는 뇌의 모서리위 이랑(supramarginal gyrus: 대뇌에 있는 이랑의 하나)이라는 영역에서 발견됐지만, 뇌가 정확한 시간의 인식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뇌가 주관적인 시간의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연구에서는 18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뇌의 활동은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혈류의 변화를 감지하여 측정했다. 첫째, 피실험자들은 '적응 자극' 과정으로 검은 배경에 회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그림을 1회당 250~750밀리 초, 30회 연속으로 바라본 후, '테스트 자극' 과정으로 다른 동그라미가 그려진 그림을 일정 시간 계속 바라보았다. 그 후, 피실험자는 테스트 자극과 동시에 백색 소음(white noise: 넓은 음폭을 가져서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소음)을 들었고, 테스트 자극의 시간이 백색 잡음을 듣는 시간보다 길게 느꼈나, 짧게 느꼈나에 대해서 대답했다.

 

실험 결과, 하야시 연구팀은 적응 자극과 테스트 자극의 시간만큼의 길이가 되면 뉴런의 발화 빈도가 감소하고 모서리위이랑의 활동이 약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 유사한 자극인 테스트 자극과 적응 자극을 동일한 시간에 경험시킴으로써, 피실험자는 같은 시간이었던 백색 소음을 짧게 느끼고 테스트 자극 시간을 길게 느끼는 결과를 얻었다.

 

하야시 연구원에 따르면, 피실험자들의 뇌에 시간 지각의 왜곡이 생긴 이유로 "같은 자극의 연속에 민감한 뉴런이 피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하야시는 "우리의 연구는 신경세포의 피폐와 주관적인 시간 왜곡과의 상관관계만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뉴런의 피로에 의해 시간 지각 편향이 발생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우리의 다음 단계는 인과(因果) 관계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어쩔 수 없이 감속 당한 삶의 속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로서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레빈(Robert Levine)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보행 속도와 시계의 정확성,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토대로 세계 여러 도시의 인생 속도(pace of life)를 측정하고 건강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생 속도가 빠른 도시에서는 심장병 환자가 많았다. 남들보다 앞질러 가려다 병을 얻고, 죽음에 더 빨리 도달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3년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춰야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대유행)으로 인생 속도가 달라졌다. 멈춰서 과거를 되짚어 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견뎌내려고 현재에 몰입해야 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멈칫거렸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3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조사했다.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 이상이 시간에 대한 태도 변화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시간 지각의 왜곡을 경험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같은 연구에서 응답자 중 50.4%는 실제보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 버렸다고 인식했으며, 반대로 시간 흐름이 느려졌다고 느낀 이들도 이와 비슷한 정도로 많았다. 지금이 하루 중 어느 때인지, 주중(週中) 무슨 요일쯤 되었는지 혼란을 겪었다는 사람도 46.4%나 됐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인데도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다는 보고도 3분의 1이 넘었다. 이런 현상들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학업 문제, 격리와 같은 스트레스가 시간 지각의 왜곡과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었다.

 

자연스러운 시간 흐름을 지각하려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체감하고 적절한 수준의 실외 활동을 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장시간의 격리는 마음속 시간 흐름을 뒤틀어놓는다. 스트레스 받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고 빨리 흘러가기를 바라게 된다. 영국에서 시행된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은 기간을 실제보다 더 길게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동안 겪었던 스트레스를 심리적으로는 그보다 더 오래 지속됐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의 방식 바꿔 재정리하는 차원서 웰빙관광 시도희망찬 미래에 대한 기대 잃지 말아야

 

시간 인식이라는 심리적 토대가 흔들리는 경험은 우울과 불안을 유발한다. 잠들고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실외 활동을 통해 햇볕을 충분히 쏘여야 시간 지각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어두운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만 보다가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르게 생활하면 정신건강도 혼란에 빠진다. 우리의 삶이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쭉 이어져 간다는 영속성에 대한 믿음은 마음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이제껏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인 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냥 시간을 보낸 자신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꿔 재정리하는 차원에서 웰빙 관광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시니어들이 인생 일모작에서는 가정과 자녀를 위해 그냥 열심히 일해야 했다면, 인생 이모작은 나를 찾아서 떠나야 한다. 일모작의 일이 책임과 의무였다면, 이모작은 자아실현이어야 하고 사회적 기여를 통한 보람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코로나가 초래한 시간 왜곡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이 즐거워질 때 일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된다. 특히 시니어들은 취업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싫증이 안 나는 것을 2~3년 개발해서 남은 여생에 잘 써 먹을 수 있는 그런 일들을 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100세 시대에 후회없는 자신의 삶을 더욱더 알차게 보냈다고 자신에게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이 이 세상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부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면 희망찬 미래가 오리란 기대만큼은 잃지 않아야 하겠다.

 

▲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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