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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해맞이와 계묘년 전망 그리고 희망 메시지

문윤홍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1/03 [07:54]
각자의 해를 담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채우는 것은 오직 기다림

새해 해맞이와 계묘년 전망 그리고 희망 메시지

각자의 해를 담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채우는 것은 오직 기다림

문윤홍 대기자 | 입력 : 2023/01/03 [07:54]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얼굴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시인의 의 시작 부분이다. 해방 후 19465월 시 전문지 상아탑에 발표되어 우리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시(). 11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매봉산(梅峰山)에 올라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이 시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간절히 일출(日出) 장면을 보려고 하는 걸까. 어떤 숭고한 마음이 목이 긴 기립의 새벽을 맞이하게 하는가. 동양의 태양숭배 사상은 천문(天文)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숭배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한민족도 태양을 하느님으로 인식하고 우리가 이 하느님의 자손(天孫)이라 믿었다. 인디언과 인디오들도 태양을 창조신으로 숭배했다. 태양의 윗 가장자리가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접하는 이 순간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에 이런 원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해맞이는 한 해의 소원을 고()하면서 스스로를 향해 다짐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해돋이의 첫 순간이 그날의 날씨와 잘 맞아떨어지면 큰 해를 맞이할 수 있다. 새해 첫날의 기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양은 성난 동물의 송곳니처럼 깨진 몸의 한 조각부터 들어 보여주다가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둥글고 가장 뜨겁고 가장 최초의 것인 양 가볍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 해는 누구에게나 오직 하나의 해가 되어 이 지상의 모든 어둠을 가볍게 내리누른다. 

 

나이를 안 먹는” 2023 새해

 

2023년 새해를 맞이해도 한국인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만 나이 통일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 해넘이를 앞두고 내년에는 한 살 안 먹는다는 말이 자주 들렸다. 매년 꼬박꼬박 늙는 게 아쉬웠던 많은 이들은 내심 기뻐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법제처는 지난 1227일 사법 관계와 행정 분야에서 만 나이로 표시방식을 통일하는 내용의 민법·행정기본법 개정안을 628일부터 시행하겠다고 공포했다.

 

법을 두 건이나 개정했으니 공무(公務) 체계가 대대적으로 변할까 싶기도 하지만 답은 아니오. 무려 110년째 만 나이가 법제·행정상 표준 나이로 쓰여지고 있어서다. 일제(日帝)1912년 조선민사령(朝鮮民事令)연령은 출생일부터 기산한다고 공포한 게 시작이다. 1958년 제정된 현행 민법이 이를 그대로 따랐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도 동사무소(주민센터법원 사무나 부동산 거래 등 공무 처리 때에 자신의 만 나이를 기재해왔다. 은행 등 금융거래나 병원 진료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1227일 유관 협회 점검회의 결과 이번 법 개정이 금융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실 이번 법률안 개정은 조문(條文) 변화 자체보다도 국민에게 주는 상징 입법성격이 컸다. 법률을 두 건이나 바꾸고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을 노출함으로써 오랜 사회 관습인 세는 나이’, 즉 한국식 나이 사용을 중단하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긴 것이다. 개정 전·후 법조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령 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민법 158)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로 아주 상세히 바꿔 기술한 정도이다. 그러면서 혼인(18)이나 유언(17)을 할 수 있는 나이를 규정할 때는 표기를 아예 없애버렸다.

 

새 기준을 세웠으니 굳이 자를 거추장스럽게 달아 쓰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돌이켜보면

정부는 196211일 송요찬 내각 수반이 국민의 연령 계산을 만 나이로 통일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국민 협조를 당부했다. 60년 만의 캠페인 성공 조짐인 셈이다.

 

새해는 어떨까2023 계묘년 풀이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이다. 육십 간지(干支) 40번째인 계()는 흑색, ()는 토끼를 의미하므로 검은 토끼의 해라고 불리어진다. 항상 새해를 맞이하면 한 해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매년 이때면 역술인들은 저마다 새해 국운과 띠별 운세 등을 쏟아 낸다. 그중에 2023 계묘년을 풀이하는 긍정과 부정적 시각을 간략히 소개한다.

 

정치권에서 이름이 알려진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은 새해를 꽤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2022년에는 검은 호랑이 해(壬寅年)의 거친 기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기본적으로 토끼해는 호랑이해에 비해 많이 순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큰 사건이 많았던 임인년과 비교하면 계묘년은 상대적으로 큰 사건이 적었다고 한다. 다만 호랑이해의 거친 기운이 상반기까지는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좋은 기운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노 소장이 주목하는 것은 2023년보다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다. 호랑이(임인), 토끼(계묘), (갑진), 이른바 인묘진(寅卯辰)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에서 마지막 갑진년은 그야말로 계절의 변화와 같은 변곡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계묘년에서 시작된 상승 기운이 2024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역술인들은 이 인묘진 사이클을 궤도를 이탈할 정도로 새롭게 튀어 오르는 기운이 축적되는 시기로 해석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노 소장은 2024년 총선 일시가 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이 치러지는 2024  410일은 갑진년(甲辰年), 무진월(戊辰月), 갑진일(甲辰日)이 드물게 겹치는 이른바 삼진(三辰)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총선이 진짜 큰 변곡점이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강호동양학자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이보다 좀 비관적이다. 2022년 검은 호랑이가 일으킨 거센 파고가 4~5년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경제적인 침체 국면이 새해부터 본격화돼 상당히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봐서는 자본주의의 거품이 꺼지는 시기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련기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메마른 땅의 소나무처럼 우리 민족의 근성 자체가 시련 속에서야 발휘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시련기 뒤에는 도약기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일부 역술인들은 묘()를 갈라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치적·경제적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평균 실종,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를 예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해에는 참다운 평화 시대 열자종교계 희망메시지

 

종교계 지도자들은 2023 계묘년 새해를 맞아 모두가 합심해서 ‘평화를 이루고 다시 한번 희망으로 달려갈 것을 당부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2023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새해 첫날은 ‘평화의 날이다참다운 평화는 단순히 분쟁이나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정의를 바탕으로 이루는 평화라며 “우리 사회는 진정한 평화를 위해 서로의 존중과 참된 대화가 필요하다세상 곳곳 일어나는 모든 분쟁과 전쟁사회의 모든 갈등과 불안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진정한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2022년은 코로나19와 전쟁재난경제 침체 등 많은 일이 우리를 걱정과 근심 가운데 몰아넣은 한 해였다면서 “지나간 모든 문제와 어려움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새롭게 부어주실 은혜와 축복을 바라보면서 믿음으로 전진해 나가길 소원한다고 전했다이와 함께 “우리 1000만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돼 다시금 꿈과 희망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기후위기한반도 긴장 고조이태원 참사 등 다양한 문제는 우리를 매우 불안하게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사 새해를 주셨다 “범사가 우리 맘대로 되지 않고 사회 안전과 평안이 없다고 하지만 흔들리는 역사 속에서 구원의 역사를 이뤄가시는 하나님을 희망하고 믿어야 한다고 헀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은 “묵은 것을 버리고 빛이 소생하는 마음 밭을 경작하자 “다투며 갈라지고 증오와 분노로 마음 밭이 거칠어졌으니 인내와 용서하는 화해의 덕성을 길러 인간의 뜰을 소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이제 작두 위에서 누리는 잠깐의 신묘한 재주를 멈추고 창과 칼을 녹여서 호미와 보습을 만드는 일을 위해 솜씨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며 “자비와 상생을 향한 걸음걸음만이 모든 인류에게 진정한 광명이 되고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정신은 고난의 시대를 극복하는 고통 분담에 기꺼이 동참하는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든 새해는 희망을 품고 맞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빨리 뜨거워지려는 마음이 11일의 해오름을 간절히 기다리게 했지만, 그 해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가서 닿았다. 각자의 해를 담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채우는 것은 오직 기다림이다. 열정에 달궈진 날이 좀 더뎌 오더라도 기적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기 마련이므로 우직한 바위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 본다.

▲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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