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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교회 국가 첫 동성결혼 합법화…교인들 반발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2/16 [11:57]
총리 "인권의 이정표“ vs 그리스정교회 수장 "전통 가족 가치 무너뜨려"

그리스, 정교회 국가 첫 동성결혼 합법화…교인들 반발

총리 "인권의 이정표“ vs 그리스정교회 수장 "전통 가족 가치 무너뜨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4/02/16 [11:57]

 

▲ 15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 의원들이 동성결혼 및 동성부부 입양 합법화 법안을 가결한 뒤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국민 80~90%가 보수적인 성향의 그리스 정교회 신자인 그리스가 동성결혼과 동성 부부의 아이 입양을 합법화했다.

 

15(현지시간) 영국 로이터 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체 300명 가운데 176명의 찬성표가 나왔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중 2명은 기권했으며 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의원은 46명이었다.

 

이로써 그리스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최초의 정교회 국가가 됐다. 앞으로 그리스 동성 커플은 결혼할 수 있고, 자녀를 입양할 수도 있게 된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의회의 이번 결정이 "오늘날 그리스가 유럽의 가치를 지키는 진보적인 민주국가임을 보여주는 인권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해 온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동성 부모 단체인 레인보우 패밀리 대표 스텔라 벨리아는 "역사적인 순간이며 기쁨의 날"이라고 말했다. 16일 아테네에서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의회의 이번 결정이 "오늘날 그리스가 유럽의 가치를 지키는 진보적인 민주국가임을 보여주는 인권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 15일 그리스 의회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자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과 지지자들이 의회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성소수자(LGBTQ) 가족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레인보우 패밀리스 그리스'는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통과된 기쁜 날이라며 16일 아테네에서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리스 정교회는 어린이들이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다면서 동성결혼에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리스 정교회 수장인 이에로니모스 2세 아테네 대주교는 동성결혼 합법화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려 "그리스의 사회적 결속력을 해칠 뿐인 시도"고 비판했다.

 

지난 1월 미초타키스 총리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그리스에서는 찬반 양측 간에 논란이 이어졌다. 올해 초 여론조사에서도 동성 결혼 허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찬성보다 많았다.

 

지난 11일에는 4천여명이 아테네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이날도 의사당 밖에서 소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그리스는 시리자 집권 시절인 지난 2015년 합법화 전 단계로 동성 결혼 당사자들에게 이성 부부와 유사한 수준의 법적 권리와 혜택을 주는 '시민결합'(civil union)을 법제화했으나 당시에는 아동 입양에 대한 조항이 없었다. 

 

그리스의 동성결혼과 입양 법제화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16개국, 동성 부부가 아동을 직접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가는 17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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