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석가모니의 일생과 그의 가르침을 9폭의 그림으로 펼쳐낸 불화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현재 지정명 ‘송광사 영산전 후불탱·팔상탱’)을 국보 지정 예고했다. 2003년 보물로 지정된 지 약 21년 만의 국보 승격이다.

▲ 대한불교조계종 송광사성보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문화재청 제공

송광사 영산전에 있는 불화는 영산회상도 1폭과 팔상도 8폭으로 이뤄져 있다. 그림에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조선 영조(재위 1724∼1776) 대인 1725년에 승려 의겸 등이 그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제자에게 설법하는 모습을 담은 불화이며,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8개의 주제로 묘사한 그림이다.

▲ 순천 송광사 팔상도. 문화재청 제공

송광사의 영산회상도는 다른 영산회상도와 달리, 그림 아랫부분에 설법을 듣는 청중과 사리불(舍利佛·석가모니의 십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까지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팔상도의 경우, 통일된 필선과 색채를 유지하면서 섬세하게 묘사한 점이 돋보인다. 석가모니가 도솔천에서 코끼리를 타고 사바세계로 내려오는 장면인 ‘도솔래의상’, 룸비니공원에서 마야부인의 옆구리를 통해 출생하는 모습을 그린 ‘비람강생상’ 등으로 구성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며 “조선 후기 영산회상도의 다양성과 팔상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 ‘남원 대복사 동종’ 2건을 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서원아집도 병풍은 김홍도가 30대였던 1778년 그린 작품으로 중국 북송 시대 국왕의 사위였던 왕선이 자기 집에서 여러 문인과 문예 활동을 즐겼던 모습을 담고 있다. 함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대복사 동종은 종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몸체에는 제작 배경, 제작자, 재료 등을 적은 기록인 주종기가 새겨져 있어 승려 장인인 정우·신원 등이 1635년 제작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은 예고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와 보물 지정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