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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퇴치카드’와 종교인의 자세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09/15 [19:01]
화평서신

‘전도퇴치카드’와 종교인의 자세

화평서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09/15 [19:01]

 
◈ 서울대 동아리 ‘Free Thinkers’가 ‘길거리 전도사’에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전도 퇴치 카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습니다. 명함크기의 카드엔 ‘종교와 생각의 자유를 존중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들은 페북에서 “학내 종교 동아리만 16개에 달하는데 정작 종교를 믿지 않는 대다수의 학우들이 종교집단이 내는 큰 목소리에 묻혀 종교인들로부터 피해를 볼 때가 많았다”며 동아리 설립취지를 밝혀 놓았습니다. 무신론자 혹은 ‘안티 크리스트’라는 반발을 의식한 듯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종교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고, 근본주의적인 Anti-Christ 사상은 경계하는 건전하고, 도덕적이며, 합리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악마의 조종’이라는 등의 항의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들의 활동이 공감대를 형성해 각 대학에 확산되고 있고 언론의 주목도 받고 있습니다.
 
◈ 아닌게아니라 공격적이고 광신적인 전도활동에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상황입니다. ‘Free Thinkers’에 비해 노골적이며 비속어와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편협하고 광기어린 전도에 반발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Religion is like a penis’이란 제목의 외국 길거리 표지판이 친절한 번역을 달아 SNS 세상에 떠다니고 있습니다.
 
‘Religion is like a penis.
It's fine to have one.
It's fine to be proud of it.
But please don't whip it out in public and start waving it around.‘
<종교는 페니스와 같습니다. 하나 갖고 있는 건 좋습니다.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꺼내 흔들어대지 말아주세요.>
 
◈ 한국 선종의 맥을 이은 선승이자, 1960년~1970년대 "욕쟁이 스님"으로 유명한
춘성 스님의 일화도 요즘 부쩍 떠돌아다닙니다.
 
‘춘성스님이 전차를 탔는데 "예수 믿으면 천국, 불신지옥"을 써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스님이 탄 칸에 우르르 몰려와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합니다.
"죽은 부처를 믿지 말고, 부활하신 우리 예수를 믿으시오. 그래야 천국갑니다."
 
그러자 전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춘성 스님이 기골이 장대하기 때문에 필시 싸움이 일어날 걸로 생각했습니다. 춘성 스님이 그 말을 한 사람을 가만히 올려보더니 물었습니다.
- 부활이 뭔데?
-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요. 부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지 못했지만, 우리 예수님은 부활하셨소. 그러니 죽은 부처보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더 위대하지 않소?
예수님을 믿으시오.
- 죽었다가 살아나는게 부활이라?
- 그렇소.
- 그럼 너는 내 X을 믿어라.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죽었다가 도로 살아나는 것은 X 밖에 보지 못했다. 내 X은 매일 아침 부활한다. 예수가 내 X하고 같으니 너는 내 X을 믿거라.‘
 
◈ 굳이 성기까지 등장시켜 이렇듯 전도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기존 종교에 대한 비아냥이 잔뜩 배어있다는 것을 엿보게 합니다. 인구의 절반이 되는 무종교인 뿐만 아니라 심층신앙에 다가선 종교인들마저 이러한 비아냥에 동조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젊은이들이 종교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과 배경도 SNS 세상에서 보게 됩니다.
 
◈ 비교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무신론자를 포함해 ‘인간은 모두 종교인’이라 했습니다. 미지의 세계과 우주를 살아가는 연약한 인간은 근본적으로 종교를 생각하게끔 되어 있고, 따라서 ‘모든 종교는 근원적으로 일치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래들어 종교인과 무종교인, 타종교․타종파와의 반목이 더욱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무신론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마치 이념과 빈부, 정치사회의 갈등처럼 종교의 갈등이 세속적으로 번져나갑니다. 공격적이고 광신적인 전도를 공격 타겟으로 하지만 그 이면에는 종교적이지 못한 종교의 모든 행태에 대한 환멸이 도사리고 있을 것입니다. 종교의 바람직한 활동과 역할도 덤터기로 묻혀가는 것입니다.
 
◈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상대의 비아냥과 비판, 공격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틀이 된 내 종교, 내 생각을 벗어나 남의 생각, 남의 종교를 한번쯤 들여다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틀을 잠시 벗어나보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고 스스로를 점검해 볼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인간은 종교인’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일치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틀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많이 공부하고 생각하며 너그럽게 세상을 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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