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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부 유엔본부와 반기문 총장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1/25 [16:57]
이규원의 명당풍수

세계의 정부 유엔본부와 반기문 총장

이규원의 명당풍수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1/25 [16:57]

살풍을 막아 주는 건물이 있어 큰 불화는 없을 자리라
 
▲ 본부 건물의 북현무에 해당하는 등 뒤로 이스트 강이 에워싸고 앞(남주작)으로는 허드슨 강이 절경을 이루는 이곳은 맨해튼에서도 핵심요지로 꼽힌다.     ©

 등 뒤로는 이스트 강이 에워싸고 앞으로는 허드슨 강이 절경을 이루는 곳에 위치한 유엔본부 건물은 맨해튼에서도 핵심요지로 꼽히고…. 맨해튼 전역의 얕은 지층이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초고층 건물을 짓는 데도 깊이 팔 필요가 없어 39층의 유엔본부 건물이 지하 4층밖에 안 된다는 것. 땅속이나 땅 위의 암석은 기가 뭉쳐 응결되는 것이니 길조로 여기는데….
 
반기문 사무총장 초청으로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를 다녀왔다. 유엔총회장을 비롯한 안전보장이사회장, 경제사회이사회장 등 건물 내부와 시설을 답사하고, 오후에는 독일에서 국제회의를 마치고 막 도착한 반 총장 내외와 오찬을 겸한 환영회를 가졌다.
 
당시 나는 미국에서 일고 있는 양택·인테리어풍수 열풍을 염두에 두고 몇 개의 건물에 의도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 중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국회의사당, 백악관 등도 계획했으나 밀착취재 기회가 주어진 곳이 유엔본부 건물이었다.
 
빈 라덴의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항구나 공항은 물론이고 고층 건물에만 출입하려 해도 예외 없는 검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엔본부는 더욱 삼엄하다. ‘일단 모든 사람을 의심한다’는 전제로 근무하는 검색요원의 지시에 따라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비표가 주어지고 이때부터 미국 내 ‘유엔 영토’에 들어서는 것이다.
 
좌향 측정을 위한 나경과 수맥탐지 기구인 L로드가 무사통과될 리 없다. 얼핏 총알 모양과 흡사한 펜듈럼(금속추)이 X-레이 모니터에 걸리자 표정이 굳어진다. 곧 풍수전문기자란 설명을 듣더니 “정말이냐”고 오히려 반색을 하며 관심을 표명한다. 그들에게도 ‘펑슈이(풍수의 중국 발음)’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총회장 건물과 사무국외 부속 건물로 구성된 유엔본부는 미국의 록펠러 2세가 낸 기부금으로 약 7만 평방미터의 토지를 구입하여 현 위치에 건립한 것이다. 국제연맹이 해체되고 새로 설립(1945년 10월 24일)된 국제연합(UN) 본부를 유치하기 위한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조국을 위해 사유재산을 흔쾌히 내놓은 것이다. 그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에 두길 원했고, 소련과 중국은 반대했다. 미국인들은 자국의 명예를 위해 개인의 부를 쾌척한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 있다.
 
본부 건물의 북현무에 해당하는 등 뒤로 이스트 강이 에워싸고 앞(남주작)으로는 허드슨 강이 절경을 이루는 이곳은 맨해튼에서도 핵심요지로 꼽힌다.
새롭게 안 사실은 맨해튼 전역의 얕은 지층이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초고층 건물을 짓는 데도 깊이 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39층의 유엔본부 건물이 지하 4층이고 더욱 놀라운 건 102층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지하가 겨우 1층이라는 것이다. 땅속이나 땅 위의 암석은 기가 뭉쳐 응결되는 것으로 풍수에서는 길조로 여긴다. 풍수에 대한 신봉 여부를 떠나 정직한 땅의 이치야 동서양이 다를 바 있겠는가.
 
본부 건물은 묘좌유향으로 정동쪽에서 정서쪽을 향해 있다. 광장 앞 큰 도로가 좌에서 우로 기울며 우백호를 가르고 환포하지 못했다. 건너편 밀레니엄 유엔플라자 호텔로 빠지는 길이 일직선으로 관통해 돈이 들어와도 머물러 있을 수가 없는 풍수학적 지형이다.
 
특히 서사택에서 오른편의 흠결은 재물과 연관된다 하여 비보로라도 채워야 하는 동양의 풍수사상을 이들은 어찌 여길까 싶다.
 
별도의 자체 건물로 지어진 유엔총회장은 정좌(남에서 서로 15도)계향(북에서 동으로 15도)으로 북쪽을 향하고 있다. 본부와는 달리 동사택에 해당한다.
 
어쨌든 유엔본부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지여서 배산임수란 기대할 수 없는 일이고 중국 평원에서 주로 원용되는 향법풍수를 적용해야 한다. 다행스럽다 할까. 등배수가 되는 이스트 강의 살풍을 막아 주는 비보성 건물이 자리하고 있어 총회장에 들어선 유엔 가입 192개국 대표들 간 큰 불화는 없을 듯싶다.
 
득수와 파구는 새로 지어진 건물 군에 가려 측정할 길 없으나 좁은 정육면체로 거대한 커튼 벽Curtain Wall의 본부 건물은 주위를 압도하며 단연 군계일학이다. ‘평화를 위한 공장’을 디자인 목표로 미국 건축가 윌러스 해리슨이 설계한 것을 1947년 기공하여 1952년 완공한 것이다. 평탄한 판면版面과 측벽면側壁面의 취급으로 기하학적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국제기구의 주요 건물이나 사옥 건축에 해당하는 양기풍수의 상징성은 단체나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기선을 제압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건물의 배치방향이 이스트 강과 나란히 서 있어 기를 가두지 못함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 일고 있는 풍수 열풍이 일찌감치 불었더라면 자좌오향을 택해 남향으로 앉혔을 것이란 아쉬움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처럼 동작동에서 내려오는 물길의 수기水氣를 받아야 재복이 따른다는 풍수학적 이치다.
 
8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미국의 풍수바람은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매우 거세다는 보도들이다. 워싱턴 주택개발회사에서는 아시아인 풍수전문가를 고용해 고객유치에 성공하고 있으며, LA 지역 노스트롬 백화점은 ‘풍수학적으로 보아 백화점에 들르는 것만으로도 기와 복을 얻을 수 있다’고 선전하여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곤혹을 치를 때 중국 풍수전문가의 권고로 집무실 재배치와 실내장식을 바꿨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첨단과학의 상징인 실리콘 밸리에서 풍수를 따지는 현지인이 부쩍 늘고 있으며, 코카콜라 체스넛 부회장도 “풍수지리는 동양의 오랜 전통사상인 만큼 충분히 존중할 만하다”며 양택법에 맞지 않는 화장실을 재배치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현재 미국사회에서는 자칭 풍수전문가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 오히려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는 현지의 반응이다.
 
6천4백여 명의 국제공무원이 근무하는 유엔본부는 미국과의 협정에 의해 불가침이 보장되는 국제영토다. 미국은 각국 유엔 대표와 직원들의 본부 출입을 방해할 수 없으며 출입국 수속 때 외교관급 대우를 받게 되어 있다. 전 세계 1만 6천여 명의 직원을 총괄 지휘하는 사무총장실은 38층 전부를 사용하고 있다.
 
유엔의 결정이 국가적 구속력은 없지만 규정을 위반하거나 협약을 안 지키고서는 비등하는 국제여론을 배겨날 나라가 없다. 유엔사무총장은 세계 어딜 가나 국가 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유엔총리대신’으로도 불린다. 지명도에선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며 도덕적 권위는 로마 교황과 비유되고 있다.
 
제8대 반기문 사무총장은 사단법인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제정한 제6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했다. 그 수상자 일행을 반 총장이 초청하여 유엔본부 건너편 밀레니엄 유엔플라자 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갖게 된 것이다. 나도 이 상의 심사위원으로 동행취재를 위해 합류했다.
 
이날 수상자와 가족 등 40여 명의 방문단 일행은 30분에 걸친 반 총장 환영사를 경청하면서 그의 겸양지덕과 소신 있는 추진력에 크게 감동했다. 늘 잊지 않고 성원을 보내주는 고국의 국민들에게 감사하면서 몇 가지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처신에 관한 경책으로도 들렸다.
 
반 총장은 “현재 세계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이 국내에서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면서 수출 규모나 IT산업, 조선수주 등의 순위가 1위에서부터 12~13위 안에 모두 들어 있다고 예를 들었다. 지금 세계인들은 ‘정치 민주화와 함께 경제발전을 크게 이룬 한국’으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세계적 위상에 걸맞는 국가적 처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현재 60억의 세계 인구 중 36억 명이 상상할 수 없는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그들의 참상에 동참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공항이 거론되고 동상 건립까지 논의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자신과 전연 무관하며 오히려 짐이 되어 돌아온다고도 했다. 얼마 전 언론사 뉴욕 특파원이 낸 본인의 서적과 관련해서도 모두가 덕담이겠지만 찬사 일변도의 출판물 간행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처음 취임할 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에 대한 주변의 의구심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음이 몸으로 느껴진다면서 이제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화두로 세계가 나서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 사무총장 중 처음으로 재산을 공개하고 사무국을 개혁 중인데 반발도 만만치 않고 60년 세월 동안 정체된 조직과 관료주의가 현안문제라고 덧붙였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그의 생활철학에 모두 감동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월 24일을 ‘유엔데이’라 하여 국가공휴일로 제정했으나 폐지했다. 유엔이 처음 발족하면서 원 가맹국 51개 국가 중 5개국(미, 영, 소, 불, 중)은 상임이사국으로 특권(거부권)이 부여되어 있다. 이것이 1국가 1표제의 평등원칙에 부합되는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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