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종말론과 스피노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2/20 [09:47]
화평서신

종말론과 스피노자

화평서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2/20 [09:47]
 
▶종말론은 어떤 의미에서 종교로 인도하는 매력적인 이론입니다. 특정 종단이나 교파에서 줄곧 제기한 종말론에 현혹되어 갖가지 불상사를 생겨났으며 번번이 그 예언이 빗나갔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종말론 신앙에 매료되었고 그 종교가 득세하는 것입니다.


대개의 종말론은 성경(특히 요한계시록)을 특정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과 꿰맞춰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웠습니다. 미국의 ‘다윗파’(안식교의 한 분파) ‘태양사원’  ‘천국의 문’ ‘인민사원’, 일본의 ‘옴진리교’를 비롯해 국내의 ‘오대양’, ‘다미선교회’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입니다.


▶지난 2012년 등장한 종말론은 좀 새로웠습니다. 고대 마야인들이 역사 기록에 사용한 주기 중 394년을 뜻하는 박툰(baktun)이란 것이 있는데 이들이 사용한 달력은 기원전 3114년 8월을 시작으로 해서 13박툰이 지난 2012년 12월 21일로 끝이 납니다. 이것이 기후변화, 지축이동, 태양풍의 내습 등 과학적 예측들과 결부되어 지구종말설로 꿰어 진 것입니다. 국내외 언론에서 이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종말에 대한 공포가 퍼져갔으며 심지어 지레 겁을 먹고 자살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이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가 전 세계 극장가에 올려지며 지구종말설은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급기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식해명하고, 특정 종교에서는 ‘상영불가’를 주장하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지구 멸망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역이용한 '종말론 마케팅'에 불을 붙이는 데 일조할 뿐이었습니다.


영화흥행이 성공했을 뿐 아니라 가스 마스크, 자외선 차단 담요, 태양열 발전기 등 종말대비 물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결국 이 해프닝은 말 그대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종말론은 다른 방식으로 재등장하여 여전히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종말론을 이용한 교세확장과 마케팅은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난 18일에는 지구의 종말을 두 차례나 예언했던 미국의 해롤드 캠핑 목사가 끝내 ‘지구의 종말’을 보지 못한 채 자신의 종말을 맞았습니다. 그는 기독교 성서에 기록된 일련의 숫자들을 수학적으로 해석해 ‘지구 최후의 심판일(Judgement Day)’을 예상했는데 그의 예언은 미국 뿐 아니라 남미, 중국까지 확산돼 지구 종말의 날을 앞두고 이혼하거나 자살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켰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20년 동안 주장해 온 지구 종말론이 틀렸음을 시인,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추종자들을 잘못 이끌었으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으며 사과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저희 신문은 ‘바람직한 '다문화 다종교사회의 정착’을 추구합니다. 각 종교에서도 종교평화와 화합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의 문제와 해결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야말로 궁극적 종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종말론으로 사람을 미망에 빠져들게 한다든가 교세를 키운다든가 하는 일보다 이러한 ‘좋은세상 만들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더욱 와닿게 되는 종교계의 현실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옥용 '和平書信' (5분) 유트브 영상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