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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총리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1/10 [11:01]
화평서신

일본총리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며

화평서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1/10 [11:01]
 
◈ 요즘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번역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SNS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대통령이 부족하자 만델라를 데려가셨고, 핸드폰이 없자 잡스를 데려가셨고, 댄스 파트너가 없자 마이클 잭슨을 데려가셨고, 운전기사가 없자 ‘분노의질주’의 배우 폴 워커를 데려가셨다. 전능하신 주여, 혹시 '개' 가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아베 신조 좀 데려가시죠!”
 
이 글의 백미는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총리 아베 신조를 거론한 부분입니다. 아베의 시대착오적 돌출행동에 중국과 한국이 공분한 모습입니다. 일본의 식자층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만약 야스쿠니 참배를 이해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간 매국노, 정신이상자로 몰릴 것은 뻔합니다. 일본에 강점당해 온갖 핍박을 겪은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 욕지거리로 아베의 행동을 비난하는 감정적 대응이 속 후련하고 때론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과 정서를 알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설득력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시바시 겐이치 동경특파원의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기사를 매일종교신문 인터넷판에 올렸습니다. 일본인인 그는 야스쿠니 신사의 유래와 의미, 일본인의 정서, 그리고 참배를 둘러싼 찬반 입장을 차분히 정리했습니다. 
 
◈ 그는 8월 15일이 한국에선 ‘광복절’이지만 일본에선 ‘종전의 날’로 추도식이 이루어지는 날이라고 전제했습니다. 잘못된 전쟁으로 세계평화를 교란시킨 A급 전범을 합사한 곳에 아베 총리가 참배한 것은 잘못이라 반발하는 일본인들이 많지만 250만명에 이르는 조상의 영령이 있는 곳에 의례적인 행사로서 총리가 참배하는 것을 고마워하는 일본인들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군정 시대에 미군이 이 신사를 태워버리려고 한 적이 있으나 당시 주일 로마교황청 대표자인 브루노 비터(Bruno Bitter) 신부가 “전승국이든 패전국이든 국가를 위해 죽은 병사들에 대해 존경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맥아더 사령관에게 조언했고, 그에 따라 소각이 취소된 역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군인들은 “죽으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고 서로 약속하면서 죽어갔고, 가족에게는 “야스쿠니신사에 와서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 나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죽으면 ‘야스쿠니신사’로 영혼이 가는 걸로 굳게 믿었는데 어느 종교에나 있는 죽음에 대한 종교적 의례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이러한 기사를 인터넷신문뿐 아니라 SNS에도 띄웠는데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의외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야스쿠니 참배를 이해하고 두둔한다는 비판을 받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일본의 입장과 정서를 바탕으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논리적, 거시적 지적과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반응이었습니다.
 
◈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양분된 국정논란도 각 진영논리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감정적으로 무조건 단정짓지 말고 상대 진영의 입장과 이야기도 진정으로 들어보며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철도파업, 국정원 대선개입 등 현 정부의 치정(治定)을 놓고 보혁, 세대간에 극한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종교계에서는 그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입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의 진보 종교인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에 나서고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립니다. 보수 종교계는 이에 대항해 ‘종교인 아닌 종북․ 정치인’이라는 매도와 함께 집회와 성명서를 연일 발표하고 있습니다. 
 
◈ 상대의 입장과 정서, 논리를 알려는 노력이 안 보입니다. 말로는 서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오히려 불통의 장벽이 쌓여 갑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극심한 도그마의 노예에 빠져듭니다. 소통을 위한 대화가 아닌 일방적 주장으로 무장대결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고집불통, 막무가내의 진영으로 보입니다. 자기진영이 아니면 불의의 집단입니다. 서로 ‘불의를 보고 분노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며 정의파라고 자부합니다.
 
◈ 오히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공분보다 우리 내부에서의 진영간 분노심과 배척이 거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사안 자체보다 양편의 질시와 공방이 더 무섭게 느껴지고 혼란스럽습니다. 자신의 신앙에 충실하되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가운데 종교와 세상의 평화가 자리잡듯이 다른 진영논리를 그들 입장에서 알아보며 자신의 진영논리를 펼칠 때 오히려 설득력이 더해집니다. 그리고 소통과 평안의 사회가 온다고 봅니다. 종교계가 우선 그러한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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