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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칼럼●일본이 아시아의 일원이 되려면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4/07 [18:05]
과거청산하고 ‘아시아 중심’ 인식 벗어나야

조규성 칼럼●일본이 아시아의 일원이 되려면

과거청산하고 ‘아시아 중심’ 인식 벗어나야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4/07 [18:05]
지난달 28일 요미우리신문은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인터뷰 때 일본어로 '진신바이바이(人身買賣)'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이것이 WP기사에 '휴먼 트래피킹(human trafficking)'으로 번역됐다고 보도했다. 29일자 산케이 신문도 "'인신매매'의 일본어 의미에 강제연행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을 소개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하고, 그들의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 여성인권도 침해가 '일본탓이 아닌 전쟁탓' 이라고 운운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어 한·일 관계는 소중한 관계이고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웃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은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일본의 강제 동원 때문이 아니라 전쟁 자체가 초래한 비극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가 이러한 표현을 한 것은 20세기 최악의 인권유린이자 국제사회가 ‘성노예’(Sex Slavery) 사건으로 규정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며, 미국 내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시키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인신매매라는 용어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그 함의를 달리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사람을 상품화하여 팔고 사는 행위로, "개인의 자유의지에 반하여 그의 신체가 제 3자에 의해 상품화되어 매매되는 것" 이다. 이는 법보다 윤리적 도덕적 평가에 의존하므로 사람이 하여서는 안 되는 탈법적이고 파렴치 행위이다. 노예매매에서나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인도주의적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당시 한반도는 일제 치하였으니까, 군이 직접 할 필요가 없었다. 즉, 조선총독부라는 시스템을 사용하면 됐다. 총독부 상부에는 일본인이 있지만, 하부에는 조선인이 있으니 그 시스템을 사용해 사람을 동원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일본의 국가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말단에 조선인이 있다고 해도 행정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폭력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여성에 대해 '당신이 가지 않으면 부모에게 누가 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위협이나 공장에서 일할 거라고 속여서 끌고 갔다. 이처럼 국가 시스템을 사용해 속이거나 위협해서 데려가는 것 자체가 범죄다. 이러한 내용을 아베 총리가 모를리 없을 터이고 전쟁당시 위안부 징용에 강제성을 띄고 일본인 스스로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였다고 자인한 셈이다. 정말로 유감스러운 일이며 뻔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소인배의 행위다. 강제연행이 있었건 없었건 여성들을 위안소로 넣고, 성(性)의 상대가 되길 강요했다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이고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이에 관련한 증언내용은 많다. 당시 폭력으로 데려가는 강제연행은 중국과 동남아 각지에서 증언 자료가 나오고 일본 정부가 가진 자료 속에도 있다. 아베 정권이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공문서가 없다'고 말하지만 1993년 8월의 고노 담화 발표 이후 발견된 5백 수십점의 공문서가 있다. 22년간의 연구 성과를 아베 일본 정부는 무시하고 있다. 이처럼 실제로 군위안부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문서는 많이 있다. 더불어 요 몇 년 사이 일본 극우 성향의 잡지, 신문, 인터넷에는 반한 및 혐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글들이 넘쳐난다. 일본 내 혐한은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공공연히 비하하고 때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서적과 만화가 범람하고, 수백~수천명이 모인 집회에서 태극기를 밟고 지나가는 이벤트까지 벌어지고 있다. 재일교포가 경영하는 상점에 들어가 물리적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밤 12시 무렵 복면을 한 괴한이 일본 도쿄의 주일 한국문화원에 방화를 시도했다. 한국문화원에 입주한 한국관광공사 직원이 발견해 조기에 진화하지 않았다면 우리 공관이 불탔을 수도 있다. 일본 주재 우리 공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1996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범인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본 극우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한국문화원 방화사건도 병적 수준에 이른 혐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 사회에서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을 겨냥한 민족차별적 횡포마저 나타나 양식 있는 일본 지식인들도 우려할 정도다.
 
아베 총리는 이달 29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 계획이 확정 되면서, 박 대통령을 따라다니다시피 하면서 회담을 요구하던 자세가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이제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오만방자함마저 느껴진다.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리부동의 간악함이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심지어 정당화하는 국수주의 움직임이 최근 일본에서 확산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점이다. 혐한 정서가 이제 일부 전문 시위꾼 차원을 넘어 일반인들 사이로까지 퍼져가고 있다. 일본 내각부 연례조사에서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2011년 36.7%에서 작년에 두 배 가까운 66.4%로 뛰었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키는 사건들보다
 
이런 저변의 기류가 훨씬 더 큰 문제다. 그러므로 아베 정권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국민의 이해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1980년대 재일 한국·조선인의 인권을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결국 지문 날인이 철폐되고 1995년 무라야마(村山)담화도 나왔다. 그러나 담화가 내용대로 효과를 다 낸 것은 아니었다. 최근 일본은 점점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무라야마 담화를 기초로 해서 오늘까지 왔으며 무라야마 담화를 훼손한 적이 없다.
 
우리 정부는 지금처럼 의연하게 끈기를 가지고 대응하면 된다. 일본에 아첨할 필요도 없으며 자세를 낮출 필요도 없다. 역사 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할 수는 있지만 과격한 폭력적 행동은 금물이다. 이성을 상실한 혐한과 반일이 충돌하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양국 모두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지향으로 생각하려면 먼저 토대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토대가 흔들리는 미래는 없다. 우리가 타협할 것은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일본의 속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일본이다. 동일본대지진 이후에 이른바 '혐한‧반한' 붐이 일어나고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시위가 확산했다. 식민지배에 대한 평가를 역사가에게 맡겨야 하고,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아베 총리는 공공연하게 말한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뻔뻔스런 태도이다. 이런 식의 일본 총리 발언이 태연하게 보도되고 있다. 신주쿠에는 일본의 '리틀 서울'로 알려져 한때 많은 사람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한산하다. 이런 문제가 한국이 아니라 바로 일본에서 시작됐다.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일본에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는 나서야 한다. 뒤집을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방법으로 사죄할 것, 사죄의 표시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 일본 정부가 보유한 자료의 전면 공개, 국내외에서의 추가 조사와 국내외 피해자 및 관계자에 대한 청취 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 의무교육 과정의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을 포함해 학교교육·사회교육의 실시, 추도사업의 실시, 잘못된 역사인식에 기반한 공인의 발언 금지 등 성의 있는 사과를 보여줘야 한다. 사과의 증표로서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교과서에 위안부가 나오는 것은 나라 역사의 수치라며 교육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었다. 일본은 자라는 세대에게 자신들의 과거를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일본 외무성이 최근 해외 주재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원조 성과를 과장해 부각한 것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은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 성격으로 무상 3억 달러의 청구권 자금과 유상 2억 달러의 공공 차관을 제공했다. 이 자금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재원 마련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지원으로 한국이 발전했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당시 한국의 국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기업인, 근로자, 공직자 등 국민들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이룩한 ‘한강의 기적’에 대한 모욕이자 역사 왜곡이다.
 
다음은 ‘일본은 한국을 아직도 '惡友'로 생각하는가’라는 제하의 조선일보 이선민 여론독자부장의 글을 옮겨본다.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1885년 3월 자신이 발행하는 지지신보(時事新報)에 훗날 '탈아론(脫亞論)'으로 불리는 논설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이웃 나라의 개명(開明)을 기다려 함께 아시아를 흥하게 할 여유가 없다. 차라리 그 대오에서 이탈하여 서양의 문명국들과 진퇴를 같이해야 한다. 지나(支那)와 조선을 대하는 법도 이웃 나라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할 것이 없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아시아 동방의 악우(惡友)를 사절해야 한다." 김옥균·박영효·유길준 등 조선의 개화파를 지원했던 후쿠자와는 조선의 개명을 급진적으로 시도했던 갑신정변(1884년 10월)이 실패한 뒤 이 글을 쓰면서 자신부터 마음에서 조선을 지웠다. 그의 만년에 간행된 회고록에는 조선 개화파와의 교류 사실이 들어 있지 않다. 그의 고향 나카쓰(中津)에 건립된 후쿠자와 기념관에도 조선 개화파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시아의 악우(惡友)'를 사절하려는 움직임은 후쿠자와의 지적 후예들에 의해 깊고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일본 학자들은 일본이 봉건사회를 거치며 서양과 비슷한 발전 경로를 밟아온 것과 달리 중국과 한국은 오랫동안 정체돼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차이를 강조했다. 일본이 영국·독일 등을 모델로 서구화를 급속히 진행하는 동안 일본인의 마음에서 중국과 조선은 더욱 멀어졌다. 20세기 전반 일본 제국주의의 한국과 중국 침략 과정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됐다.
 
일본은 지금도 지난 세기에 자기 나라가 한국과 중국에 미친 파괴적 결과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을 때 충격적이었던 것은 부설 군사박물관 유슈칸(遊就館)에서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영상을 틀어주면서 가장 큰 피해자였던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 전혀 배려가 없다는 점이었다. 일본 제국해군의 요람이었던 에타지마(江田島)의 해군박물관과 인접 도시 구레(吳)의 야마토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동아시아를 쑥대밭으로 만든 전쟁들에 대해 그 불가피성과 일본 해군의 무공을 자랑할 뿐 인접국에 미친 피해에는 아무런 인식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동아시아는 후쿠자와가 '탈아론'을 발표하던 시대와 크게 달라졌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 못지않은 '개명'을 이루었다. 경제적으로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흥하게 할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후쿠자와도 다시 살아난다면 아마 '탈아론'을 철회할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여전히 한국을 '나쁜 친구'로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아베 총리는 얼마 전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지만 이웃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친선과 동아시아의 번영을 바라는 사람들은 일본이 한국을 '중요한 이웃'을 넘어 '좋은 친구'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문예춘추 편집장 출신인 역사 저술가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일본인은 일찍이 조선인이나 중국인에게 아픔을 준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역사를 바탕으로 살아간다. 자연스러운 교류를 위해서도 잊지 말고 알아두어야 할 것은 있다"고 했다.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이 이 사려 깊은 지식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껏 일본 아베 내각의 과거사·독도 도발은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잘못이지 일본 국민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집권 3년에 접어들은 지금 박 대통령과 이 정부가 일본 국민을 상대로 어떤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말로는 일본 정부와 국민을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고 해놓고선 정작 일본 국민에게 한·일 우호협력을 바라는 한국국민의 뜻을 전하는 대일(對日) 공공외교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부터 일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
 
하야시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 일본 발언에 대해 구체성 없는 메시지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중요한 시기를 택해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가 어떤 식으로 하면 된다는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한국과 일본이 국장급 협의 중이다. 일본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정상회담)를 요구하고, 한국은 국민이 이해할 해결책을 일본이 내놓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 사회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과거 문제를 청산하는 것은 일본이 다시 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이 유럽국가의 일원이 된 것처럼 아시아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중심이 되려고 하는 것이 없지만, 일본에는 그런 의식이 계속 있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한다. 아시아의 일원이 되려면 과거 문제를 제대로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딛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방안은 확실한 과거 청산이다. 과거 문제만이 아니라 현재·미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일수교 50주년인 올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한일 문제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 한일 관계는 현저하게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재일 한국인 사학자인 강덕상(83) 재일한인역사자료관장은 수교 50주년을 맞아 어려운 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 열쇠로 역사 교육을 꼽았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것은 정치의 영향도 있으나 일본인들이 한일 관계의 역사에 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우리 정부는 한국의 역사 교육이나 인식에 관해서 재일동포에게 더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사실에 근거한 역사교육 자료를 만들어 재외동포에게 교육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 이다. 재외동포 특히 재일동포는 조국의 번영이 있어야만 일본에서 존중받는다. 재일동포는 줄곧 한국인으로 살았지만 그래서 일본에서 얻은 것은 없다. 취직에서 차별받고 뒤에서 손가락질당하고 '저놈들 조심하라'는 얘기를 듣는다. 또 경찰이 항상 주변에 서성거리고 있다. 얼마가지 않아서 일본 책에서는 위안부관련 내용이 없어질 것이다.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가 위축해 스스로 규제하고 만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교육위원회는 역시 정부 측이므로 집필자가 양심적으로 써도 채택되지 않으면 출판사는 적자를 본다. 결국, 그만두게 되고 그런 형태로 점점 소수자가 의견을 말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가 급하게 관계를 개선하려고 역사 인식에 관한 원칙을 훼손하기보다는 지금처럼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일 관계 50년 가운데 약 20년간 서로 많이 왕래했다. 그동안 일본에서 한류가 생기고 한국에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다. 이런 관계가 가능했던 것은 역시 무라야마 담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본인이 국책의 잘못, 식민지배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한 걸음 나아간 역사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역사 인식이 제대로 돼 있다면 정치가가 침범할 수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을 맞은 나라는 일본이다. 그래도 일본인이 미·일 관계의 역사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부정적으로 선전하더라도 동조하거나 ‘미국인 돌아가라’는 혐미‧반미 시위는 하지 않는다.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무라야마 담화라는 것은 쌍방의 정치인이 지혜를 모아 합의한 국제적인 공동의 토대다. 독일에서 야스쿠니 신사의 유슈칸(遊就館, 전쟁박물관)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곳에서 히틀러를 제사 지내고 그곳을 총리가 방문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독일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독일은 전후에 철저하게 과거를 반성했으며 전범 미화 등을 허용하지 않는 법률이 만들어져 있다. 그간 한국과·일본 정부, 민간인이 여러 조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군 위안부, 원폭·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과거의 사실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식민지배 그 자체의 정책·실태를 총체적으로 하는 진실규명이 있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점점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다. 일본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피해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고 미래에는 절대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처럼 역사를 직시하고 잘못된 역사의 과거를 청산하여야 일본은 아시아의 일원이 되는 길이 열린다. (국립한경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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