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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

원영진 | 기사입력 2016/12/19 [06:54]
가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며 사는 삶의 지혜 아쉬워

인생은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

가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며 사는 삶의 지혜 아쉬워

원영진 | 입력 : 2016/12/19 [06:54]
가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며 사는 삶의 지혜 아쉬워

 
인생이 가지고 온 것이 없으니 가져감도 없음이다.
 
푸르던 산천도 낙엽이 되어 옷을 벗고 앙상한 가지만 바람에 나부낀다. 89세를 넘기시는 어머니가 점점 기억을 못하시고 숨소리가 거칠어지신다. 아들 여섯, 달 둘 그리고 손주 손녀 외손까지 40명을 거느리신 요즘말로 왕 할머니시다. 어머님은 조부모님과 일꾼들까지 12식구였다. 쌀을 한 달에 한두 가마씩 밥을 해대는 억척스런 어머니이셨다. 동네 부인회장가지 맡으셔서 안팎으로 일을 두루 살피셨다. 가난하던 살림을 수만 평으로 일구어 아들 부자 땅 부자 소리를 들으시며 행복해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애처롭다.
 
옆 동네에 사는 여동생이 어머니를 위해 반찬을 해 와도 못 알아보시고 내가 낳은 딸이냐고 묻는다. 죽도 몇 숟가락 드시고 입맛이 없다고 물리신다. 그래도 아침저녁 천수를 뜨고 천부경 삼일신고를 가물가물 봉독으로 기도하신다. 양심에 부끄럼 없이 천궁문 활짝 열어주세요 기원하신다. 마지막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침이 보이신다.
 
야위어 가는 모습, 거동이 불편해하는 발걸음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치매 현상이 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텅 빈 집에 홀로 계신다. 이것이 인생이다. 가지고 온 것이 없기에 또한 내가 가져갈 것이 없이 모두 놓고 가는 것이다. 페르시아제국과 이집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많은 땅을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이 죽으면서 남긴 마지막 유언이 있다.
 
“나를 묻을 때는 나의 손을 무덤 밖으로 내놓고 묻어주게 천하를 손에 쥔 나도 죽을 때는 빈손이란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네.”
 
그는 인도를 정복하려 공략하던 중 열병으로 사망했다. 10년 넘게 계속되는 전쟁으로 피로와 병사들의 반란 등으로 온갖 고통 속에 죽음을 맞는다. 그의 나이 33세에 불과했다.
 
한 철학자가 그의 죽음에 대해 말했다.
 
“어제는 온 세상도 부족했으나 오늘은 두 평의 땅으로 충분하네. 어제까지는 흙을 밟고 다녔으나 오늘부터 흙이 그를 덮고 있네!…….”
 
결국 죽을 때는 자신도 예외 없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후세 사람들에게 진리로 알리고 싶었던 알렉산더 대왕이다.
 
성 프란체스코도 말한다. 소유와 가난은 우리 자신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 들어 올리는 길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이웃과 나눠 그것은 우리 자신을 높이 들어 올리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가 지금 마주치는 사회적 혼란 경제위기는 우리 자신을 떨어트리지 않고 우리 자신을 높이 들어 올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가난과 겸손은 보다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 형제들의 모든 집과 움막은 반드시 흙과 나무로 지어야 한다는 유언을 넣도록 했다. 힘겹게 한해를 보내며 저녁노을을 본다.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찬란함인가 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가난함 속에서도 마음의 풍요와 여유로움 속에 살았다. 서로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다. 가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며 사는 삶이다. 그 지혜가 아쉬워 진다.
(단군정신선양회장·전 대종교 총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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