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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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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자전거
펑크가 나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때우고 태연히 돌아오고 싶다
기사입력: 2020/05/08 [07:17]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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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삶은 일이고, 그래서 일이 놀이며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누워버린 사랑하는 아내 치료비와 우리 부부가 먹고 살아갈 기본적인 생활비 마련이 당장 절실해, 사실 이 일 저 일을 따질 입장은 아니었다.

 

우선 생명 유지를 위한 삶에 필요한 비용 외의 온갖 지출부터 모두 줄이거나 없애려고, 오랜 시간 정들었던 차를 버리고, 집구석에 관심 없이 세워놓은 자전거로 일상을 바꾸었다. 먼저 살아야 한다. 사는 동안은 먹지 않으면 안 되니 별수 없다. 기름 넣을 필요 없고, 차비도 따로 들지 않을 자전거 출퇴근이 내 비용 절약 그림 중 가장 손쉽고 이상적인 묘약처럼 느껴졌다.

 

쉬는 날 아침, 세상은 코로나와 전쟁으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 때, 나도 일이 끝나면, 사람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수통골을 산책했고, 갑천 하구 금강 변에서 잠시 어슬렁대다 뿌리 공원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바람 쐬고, 평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퇴근하곤 했다. 거리두기 자전거 생활 속의 한적한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뜬금없이 자연과 하나로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안에만 갖혀 살다가 어느 날 밖으로 막 나온 듯한 신선한 상쾌함과 같은 새로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한겨울 이른 새벽, 반짝거리며 쏟아지는 별 무리를 쳐다보는 출근이 딴 세상을 여행하는 듯한 색다른 설렘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고, 바람 없이 고요한 금강 변 들꽃 천지가 꿈결 같은 퇴근 산책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노년에 하늘의 축복으로 자전거와 함께 살아가게 된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은혜가 천사처럼 내려와 앉았다. 퇴직과 아내 병고로 거의 빈곤의 나락으로 내동댕이쳐질 뻔한 옹색한 처지라, 말이 좋지, 건강을 위한 운동은 사실 그림의 떡이었지만, 자전거 출퇴근으로 운동 속의 생활을 뜻밖에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 재활을 위해 죽을 때까지 실은 근력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하늘은 특별히 우리 부부를 어여삐 여겼음이 틀림없다. 따로 비싼 운동을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나는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새롭게 힘이 솟고, 근심 걱정할 겨를 없이 온밤 곯아떨어지게 되었다. 그렇구나. 돈 많아 빈둥대며 편하다고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은 아니고, 비록 찢어지게 가난한 노년의 삶이지만 오직 처량하고 쓸쓸하게 슬프지만은 않구나

 

펑크가 나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때우고 태연히 돌아오고 싶다 

 

마음의 욕구란 한없는 모양이다. 어쩌다 시간이 나면, 금강 변을 따라 끝없이 내닫고 싶었다. 그러면서 백 리 길 한중간에서 불의의 사고가 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현도를 지나 부강에서 자전거 바퀴에 또 펑크가 나다니. 앞뒤 타이어와 튜브가 얼마 전에 간 새것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무척 조심했는데. 하늘이 무너졌다. 또 날벼락 맞았다. 이제 어떡해야 할까.

 

달포 전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났을 때, 다행히 아들은 일하다 외출을 달고 달려왔다. 처음이지만 그때도 정말 고맙고 미안해서 할 말이 없었다. 설사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랴 생각하면서도 조심조심 주의를 기울여 왔는데. 세상에 비슷한 장소에서 또다시 펑크났다.

 

이번에는 아들 대신 딸에게 알렸고, 거의 다 왔다는 아들 연락을 받았으나, 염치없어 내가 손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말해버렸다. 괜히 객기 부린 모양이다. 아무 소리 말고 민망하지만 기다릴 건데. 참으로 후회스러웠다. 이왕 사고 쳤으니 뻔뻔하게 버텼으면 됐는데. 새 튜브가 돼지 막창처럼 삐져나온 펑크난 자전거를 끌고, 나는 부강을 지나 현도를 거쳐 신탄진까지 장장 세 시간 걸었다.

 

아무리 쉽게 보이는 일도 막상 몸을 담가야 넘지 않으면 안 될 거친 풍파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어떠한 일상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당황하며 겪어내야 하는 시련이 다 있을 듯싶다. 자전거도 펑크 수리는 할 수 있어야 즐기며 이용할 자격이 주어질 듯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일을 마치고, 다음 일터로 가려고 할 때, 자전거 앞바퀴에 펑크가 났다. 나는 속으로 더 침착하자고 반복해서 중얼거리며, 덜컥대는 심정 끌어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타이어와 튜브를 분리했다. 마침내 공기가 새고 있는 작은 흠집을 찾아냈고 순서대로 그곳을 때웠다. 서두르지 않았으나, 일터에 지각하지도 않았다.

 

해가 갈수록 내 아이들에게 걱정스러운 아빠는 되지 말아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 변화에도 엄마ㆍ아빠에게 사랑을 아끼지 않는 내 아들딸이 참 고맙다. 나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자전거와 더불어 살면서, 이제 펑크가 나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때우고 나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히 그 자전거를 다시 타고 집에 돌아오고 싶다. 설령 살면서 또다시 작은 변화를 겪더라도, 더 침착하게 생각하고 배우면서 포기하지 않고 즐기듯이 정해진 방향을 향해 살아가면 좋겠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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