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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과 오연총이 맺은 사돈査頓지간

임종대 | 기사입력 2015/01/12 [15:23]
査頓(나무 등거리에 앉아 머리 숙이며 술이나 마시자)의 유래는?

윤관과 오연총이 맺은 사돈査頓지간

査頓(나무 등거리에 앉아 머리 숙이며 술이나 마시자)의 유래는?

임종대 | 입력 : 2015/01/12 [15:23]

어버이 이신 친부모의 부름말이 '아버지․어머니'다. 그리고 며느리가 '시아버지․시어머니'의 부름말은 '아버님․어머님'이다. '님'자는 남을 높여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꼬리말이다. 그래서 시동생에게도 도련님이라 부르고 나이 어린 시누이에게도 아가씨라고 부른다.

부름말에 있어서 친부모를 '나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부름이다.

우리 전통문화에서는 나를 낮추어 부르는 것이 관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는 말을 빼고 '우리 아버지․우리 어머니'라고 부르거나 '우리 어른' 또는 '우리 바깥어른' '우리안어른'이라고 불러야한다. 혹여 '저희 아버지․저희 어머니'라고 하는 경우에는 친족의 어른이나 아주 웃어른일 때 붙여 부르는 부름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된 자에게는 천륜관계로 맺어져 있어서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이가 없다.

이런 어버이를 모시고 사는 식구간에 형제끼리는 형제동서兄弟同棲가 된다. 아들 끼리는 형제兄弟가 되고 며느리끼리는 남남이었지만 동서同棲지간이 된다. 두 집안이 혼인婚姻이 맺어지면 사돈지간査頓之間이 되는데 '사돈査頓' 이라는 말은 아들의 아버지가 며느리의 친정아버지를 만났을 때 부름말이다. 며느리의 친정아버지도 딸의 시집 아버님께 똑같이 사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돈이라는 한자漢字말이 사위와 며느리로 맞아들인 인륜대사人倫大事의 뜻과 맞지 않다는데 있다. 사돈의 사査자는 '뗏목사'자에 돈頓자는 '꾸벅거릴돈'자인데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왜 사돈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이런 의단疑端으로 역사의 면면을 훑어 내리다가 고려 예종睿宗(재위1105~1122)때 명장 윤관尹瓘(?~1111)과 문신 오연총吳延寵(1055~1116)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었다.

1107년(예종2)에 윤관이 원수元帥가되고 오연총이 부원수副元帥가 되어 17만 대병을 이끌고 여진족女眞族을 정벌하였다. 이 전쟁에서 큰 전공을 세우고 아홉 개 성을 쌓고 재침을 평정한 다음 개선하였다. 그 공로로 윤관은 문하시중門下侍中이 되고 오연총은 참지정사參知政事가 되었다. 두 사람은 지금의 길주인 웅주선雄州城 최전선에서 생사를 같이 할 만큼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자녀를 결혼까지 시켜 사돈관계를 맺게 되었고 함께 대신의 지위에도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관직을 물러나 고령에 들어서는 시내를 가운데 두고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 종종만나 고생하던 회포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윤관댁에서 술을 담갔는데 잘 익어서 오연총과 한잔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하인에게 술을 지워 오연총 집을 방문하려고 가던 중 냇가에 당도했다. 갑자기 내린 비로 물이 불어 건널 수가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냇물 건너편에서 오연총도 하인에게 무엇을 지워 가지고 오다가 윤관이 물가에 있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물었다.

“대감, 어디를 가시려는 중이오?"

윤관이 오연총을 보고 반갑게 대답했다.

“술이 잘 익어 대감과 한잔 나누려고 나섰는데 물이 많아서 이렇게 서 있는 중이오."

오연총도 마침 잘 익은 술을 가지고 윤관을 방문하려던 뜻을 말했다. 

피차 술을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 환담을 주고받다가 오연총이 윤관에게 말했다.

“잠시 정담을 나누기는 했지만 술을 한잔 나누지 못하는 것이 정말 유감이군요?"

이에 윤관이 웃으며 오연총을 향해 말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내가 가지고 온 술은 대감이 가지고 온 술로 알고, 대감이 가지고 온 술 또한 내가 가지고 온 술로 아시고 '한잔 합시다'하고 권하면 역시 ‘한잔 듭시다'하면서 술을 마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연총도 그 말에 흔쾌히 찬동했다. 이렇게 해서 나무등걸위〔査〕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편에서 '한잔 드시오'하면 한잔 들고 머리를 숙이면〔頓首〕저편에서 '한잔 드시오'하고 머리를 숙이면서 반복하기를 거듭하여 가져간 술을 다 마시고 돌아 왔다.

이 일이 조종의 고관대작 들에게 풍류화병風流畵屛(멋진 이야기거리)으로 알려져서 그후 서로 자녀를 혼인시키는 것을 우리 사돈査頓(나무 등거리에 앉아 머리 숙이며 술이나 마시자) 맺기라는 말로 회자 되었다. 오늘날의 사돈(혼인한 집 부모가 서로 부르는 존칭)이 바로 예서禮書 발원된 것이다.

천년의 세월이 지나다 보니 양가의 촌수에 따라 '부모끼리는 맞사돈', 아내 되는 사람은 '안사돈', 더러는 사부인査夫人이라고도 부른다. 사돈의 부모나 형님에게는 사장査丈 사돈의 조부모 에게는 노사장老査丈, 노사부인老査夫人이라 칭한다. 이외 사돈의 사촌형제나 친척을 통칭하여 '곁사돈'이라 부르기도 한다. 

갓 시집온 며느리는 시부媤父와 시모媤母를 모시고 시형媤兄, 시제媤弟, 시매媤妹와 함께 살게된다. 시댁에 시집온 며느리는 조상을 받들고 추모하는 제사를 봉행해야 하며 시부모의 생신生辰도 잘 모셔야 한다. 생신生辰의 신辰자는 '별신'자로 별이 나셨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로 태어나신 년을 해〔太陽〕라 하고, 태어나신 달을 월月이라하며, 태어나신 날을 일日, 태어나신 시간을 시時라 하여 사주四柱로 년, 월, 일, 시 네 기둥이 결국 해와 달과 별을 상징한다. 혼인전에 주고 받는 사주단자四柱單子의 봉투에 쓴 四星은 ‘아홉 개의 별중에 네 개의 별을 보자기에 싸서 보내오니 규수閨秀로 허락하여 주시오’ 라는 청혼례請婚禮였다.

아홉 개의 별 九星은 북두칠성北斗七星과 자미성紫微星 두별을 포함한 것을 말한다. 

부모님께서 생신生辰을 맞으신 것은 하늘에 있는 별이 인신화하여 왕림하셨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모와 자식간에는 천륜天倫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도리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나의 생명도' 하늘에 있는 별이 부모님을 통해 이 땅에 낳아 주셨다는 의미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이며 이 귀한 생명을 부모를 통하여 나에게 주심으로서 수십억대의 사명계승자로 세워주신 것이다.

이런 천명天命을 띠고 하늘의 가호아래 남녀가 만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 혼인婚姻이고 그 혼인으로 인하여 맺어지는 것이 사돈査頓지간이니 이야 말로 하늘이 내린 가없는 천은天恩인 것이다.(미래문화사 회장, 출판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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