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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 신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빠져드는 집단사고의 위험 -캐스 R.선스타인의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서평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10/31 [09:18]

같은 생각, 신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빠져드는 집단사고의 위험 -캐스 R.선스타인의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서평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10/31 [09:18]

같은 생각, 신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빠져드는 집단사고의 위험

 

서평/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캐스 R.선스타인 지음, 이정인 옮김, 프리뷰 간, 13.800원)


한 대형교회의 목사가 주일설교에서 이단교인과는 아예 접촉도 말라고 했다. 또 다른 목사는 불교방송에서 나오는 스님의 좋은 법문 내용에 혹(惑) 할까봐 채널을 돌렸다고 했다. 같은 신앙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집중해서 신앙을 고백하고 결속을 다지자는 의미일 것이다.

교인들이 자신의 집단과는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생각이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자신들의 믿음에 반하는 것은 모두 ‘사탄’이 된다. 그래서 ‘사찰 땅밟기’, ‘공격적 이슬람 선교’ 등의 무모한 집단행동이 스스럼없이 행해진다. 사명감으로까지 무장된다. 이슬람 테러 역시 마찬가지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끼리 서로들 격려하고 부추김으로써 테러에 대한 입장이 더욱 확고해진다. 무지막지한 테러를 지하드(聖戰․성전)로 확신하게 된다.

기독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홀로 있으면 개신교에 대한 반감은 그리 크지 않다. 그저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방식으로 여긴다. 그러나 여타 종교의 신자나 무종교인이 집단으로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을 토로하다 보면 적대감까지 생기는 경향이 있다. ‘배타적 종교’라는 인식 차원을 넘어 갖가지 교회비리를 거론하며 비난하게 된다. 인터넷에 수없이 등장하는 ‘안티 크리스천 카페’ 등이 그러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인터넷 포럼 등의 집단이 더욱 극단적인 성향을 강화시킨다. 음모론이 과장돼 전파되고 분노를 자아낸다. 상호 생각과 신념의 골은 깊어지고 ‘큰일’까지 내게 된다.




상대 목소리를 듣지 못해 극단주의 발생




베스트셀러 ‘넛지’로 국내에 알려진 캐스 R.선스타인의 신간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Going To Extremes)’는 같은 생각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극단화의 위험성과 가능성을 함께 분석하고 비판한 책이다. 

이 책은 주로 테러리즘의 배후 매커니즘, 금융위기를 불러 온 배후 상황, 이라크 침공과 지구온난화, 에이즈를 둘러싼 음모론 등을 집단극단화(group polarization)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집단 극단화’란 ‘집단 구성원이 모여서 토의를 하고 나면 기존에 갖고 있던 성향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면서 더 극단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종교에 관련한 분석과 비판은 거의 없다. 그러나 기자가 서두에 장황하게 종교이야기를 쓴 이유는 이 책을 훑어보면서 줄곧 종교와 연관시키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자, 기업 경영진, 정부 관리, 사회 개혁 운동가, 정치적 시위자, 경찰관, 학생 조직, 노동조합, 그리고 배심원과 평범한 이웃에서도 드러나는 집단화 현상과 집단사고의 위험성이 종교집단에서도 딱 맞아 떨어졌다.

이 책에서는 심각한 인종적 편견을 가진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인종적 편견이 더 심해졌고, 반대로 인종적 편견이 약한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눈 다음 편견이 더 줄었다는 실례를 들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최상이라는 생각을 가진 투자자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의사가 더 강해졌음도 보여주고 있다. 집단이 토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도출하는 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고 선스타인은 주장한다. 그는 ‘종교적 신념이나 행동도 이런 식으로 자극을 받고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 줄의 글을 썼는데 기자는 종교집단의 사례들만 열거해도 관심 있는 저술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을 현혹시키고 미망에 빠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집단행동을 하는 신흥종단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욱 큰 문제는 집단극단화를 직접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이 지극히 합리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이런 집단에선 온건한 입장을 가진 구성원은 밀려나고 열렬한 신봉자들만 남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구성원간의 애정과 연대감이 최우선시 되고, 폐쇄적인 극단주의가 만개하기 때문이다.

선스타인은 극단주의를 피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시스템, 다양성,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것들이 서로 반대 목소리를 듣지 못해 극단주의가 발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극단주의라고 모두 나쁜 것이 아님을 이 책 마지막 장에서 밝히고 있다. 경우에 따라 착하고 훌륭한 극단주의 운동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빈곤, 범죄와 같은 지역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집단극단화를 통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집단극단화는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유익한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종교가 그러한 극단주의에서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러한 착한 극단주의가 형성되기 위해선 다양성의 힘, 동질적 집단과 자기침묵, 표현의 자유, 내부 견제와 균형 등 앞에 거론한 ‘탈(脫) 극단주의’의 해법이 다시 제기된다.

보수와 진보, 전통과 개혁, 신념과 생활관의 차이 등 크고 작은 갈등과 분란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일독해 볼만한 책이다. 또한 다종교사회에서 반목을 떠나 화합을 이루는 다종교사회의 정착을 위해 종교인들에게도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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