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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미세먼지’공약 실효성 논란…해결에 복지부가 나서야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6/07 [18:50]
미세먼지’잡겠다는 후보들, 학계 전문가들은 시큰둥…정부, 해결책 마련 적극 나서야

지방선거 ‘미세먼지’공약 실효성 논란…해결에 복지부가 나서야

미세먼지’잡겠다는 후보들, 학계 전문가들은 시큰둥…정부, 해결책 마련 적극 나서야

양형모 | 입력 : 2018/06/07 [18:50]
6·13 지방선거에서 미세먼지 저감(低減)공약이 최대의 화두다. 그동안 환경문제는 경제·복지 공약 등에 밀려 뒷전인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미세먼지 유해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핵심 키워드에 올랐다. 주요 5개 정당 중 4곳이 미세먼지 대책을 ‘10대 공약’에 올렸고 광역지자체 후보 대다수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장밋빛 공약에 의문을 나타내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5월30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정책토론회는 미세먼지 책임 논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먼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낮아졌던 미세먼지 농도가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악화됐다”고 공격했고,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도 가세했다.

그러자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서울시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훨씬 높았다”고 맞받아쳤다. 언론의 ‘팩트체크’ 결과, 오 전 시장 때 중앙정부의 수도권 대기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졌고, 박 시장 때는 조금씩 오르다 2017년에는 감소했다. 경기도가 서울시보다 미세먼지가 심했다는 박 후보의 주장은 수치상으로는 맞지만, 이 기간 서울에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나타나 격차가 커졌다는 점에서 절반만 맞다.         

너도나도 미세먼지 공약… 실효성 있는 대책은?

4∼5년 전부터 미세먼지는 전국민의 고민거리가 됐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미세먼지는 주민복지, 지역경제 발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심 키워드다. 5월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5개 정당 중 4곳이 미세먼지 대책을 ‘10대 공약’에 올렸고, 서울·경기·인천·부산 시·도지사 후보 23명(1명은 선관위에 공약 미제출) 중 15명이 ‘5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내용이 적잖아 유권자들의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공기정화탑은 시행 중인 정부·지자체 미세먼지 정책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언급된 공약 중 하나다. 미세먼지 집진탑,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라고도 불리는 이 시설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도 한 차례 이슈가 된 바 있다.이번에는 김문수 후보가 자치구별 4대 총 100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안철수 후보도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주요 거점지 10곳에서 공기정화탑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과 부산 지역 후보 3명도 공기정화탑 설치를 공약했다. 중국 베이징(北京)과 시안(西安)에 설치된 공기정화탑은 국내 언론에 소개된 뒤 “우리 동네에도 세워달라”는 여론이 조성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부정적이다. 장영기 수원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실외 공기는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닌데 대형 탑으로 대기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건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비경제적인 발상”이라며 “학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연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과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대기분야의 한 전문가는 “환경부에서도 지난해 공기정화탑 효과를 검토했던 것으로 아는데, 전해들은 바로는 당시 ‘35평 아파트에서 쓰는 가정용 공기청정기 몇십만대를 돌려야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의, 그러니까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공기정화탑은 퍼포먼스 같은 것이지 실제 정화능력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정치적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안 후보측은 “한국기계연구원측에서 실외 테스트에 긍정적인 의견을 줘서 검증을 거쳐 상용화하겠다는 의미”라며 “굳이 (시범사업조차) 안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도로에 살수장치를 설치해 먼지를 씻어내는 ‘클린로드 사업’도 김문수·안철수 후보를 비롯해 다수가 공약했다. 공기정화탑과 달리 이 사업은 먼지 제거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제로 대구시의 경우 2011년부터 지하철 역사에서 버려지는 물을 끌어올려 달구벌대로 9.1㎞ 구간에서 여름철(4∼9월)마다 클린로드를 운영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물이 튄다는 민원이 많지만 그럼에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커 계속 운영하고 있다”며 “연간 운영비는 2억여원 든다”고 말했다.클린로드와 비슷하게 물을 안개처럼 공기 중에 뿌리겠다(미스트 분사)는 공약도 있다. 작은 물 입자가 먼지를 끌어들여 제거하는 방식이다. 사업장에서도 굴뚝 먼지를 저감할 때 이같은 방식의 ‘웻 스크러버’(습식 먼지제거장치)를 쓴다. 그러나 굴뚝과 달리 공기 중에서는 먼지가 흡착된 물 입자를 거둬들이기 어렵다는 점, 수분이 증발하면 먼지가 재비산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 ‘비상저감발령시 대중교통 무료’ 등으로 주목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박원순 후보는 5대 공약에 미세먼지 문제를 넣지 않았다. 공식홈페이지에도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내세우지 않고 ‘서울형 대기질 개선대책’으로 내놨다. 박 후보 측은 “5대 공약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자체 과제 같은 새로운 내용을 담기 위해 미세먼지를 뺐을 뿐 관심이 줄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 후보의 주요 대책으로는 전기차 보급, 녹색교통진흥지역 확대 등이 있다.그밖에 혼잡통행료, 수소버스, 도시숲도 후보들이 많이 내놓은 공약이다. 장 교수는 “대기관리는 정책은 있지만 지자체에서 예산·인력 부족으로 이행을 못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에 충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각 당은 미세먼지 저감공약을 뒷받침할 미세먼지 관련 법안에는 무관심하다. 지난 1년여 동안 국회가 관련 법안을 논의한 것은 단 두 차례다. 그나마 5월24일 정부가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수립ㆍ시행토록 한 ‘미세먼지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6월 국회는 방탄국회로 공전 중이니 언제 통과될 지 기약도 없다. 그밖에도 40여개 미세먼지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중국 미세먼지 입자, 강철보다 더 단단하다
시안교통대학 연구팀 밝혀내…"초미세먼지 많은 것도 큰 문제"
    

'스모그 지옥'으로 악명을 떨치는 중국 대도시의 미세먼지 입자가 강철보다 더 단단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월2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산시(山西)성 시안시 시안교통대학 소재과학 부문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인구 870만 명의 시안시는 분지 지형으로 바람과 비가 적어 중국에서 대기 질이 가장 나쁜 대도시 중 하나다. 2017년 중국 대기 질 순위에서 387개 도시 중 374위를 기록했다.연구팀이 시안시 공기 중 미세먼지 입자를 분석한 결과 이 입자들은 크롬, 철, 알루미늄, 납 등 다양한 물질로 이뤄져 있었다. 입자 모양도 공이나 실 모양 등 다양한 생김새를 띠었다. 하지만 연구팀을 무엇보다 놀라게 한 것은 이 미세먼지 입자들의 강도였다. 연구팀의 류보위 연구원은 "이 입자들의 70%가량은 합금으로 이뤄진 대부분의 산업용 기계와 접촉했을 때 그 기계에 마모를 일으킬 정도로 강도가 높다"고 말했다.미세먼지 입자의 강도도 놀랍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 입자들이 너무 작아 건강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중산병원의 장신 전문의는 "미세먼지 입자가 작을수록 폐에 침투한 후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측정 결과 시안시의 PM(Particulate Matter) 2.5 농도는 2014년 61에서 2016∼2017년 73으로 더 나빠졌다. PM 2.5 농도 73은 2.5㎛(마이크로미터, 1㎛=1천분의 1㎜)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제곱미터 안에 73㎍(마이크로그램)이나 들어있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시간 동안 PM 2.5 농도가 25 이상이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관측 '전초기지' 백령도 집중측정소    

서울을 비롯해 전국 6곳의 대기오염 집중측정소 가운데 2008년 세워진 백령도 측정소는 '중국발 미세먼지 감시'라는 특수 임무를 띠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에 속한 백령도는 인천항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170㎞, 중국 산둥반도로부터 동쪽으로 약 180㎞ 떨어져 있다.

군인을 포함한 인구가 1만명 안팎인 백령도는 섬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거의 없어 중국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대기 오염물질을 파악하기 쉽다. 이상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6월3일 "서해 서북단 끝에 있는 백령도는 우리나라로 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감시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검출되는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발 물질은 심할 때는 전체 80%에 달하고 북한발은 평균 12∼15% 수준이라고 이 과장은 전했다.   
▲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 /환경부 제공         

러시아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이곳의 대기오염 농도가 높아지는 등 중국 이외의 장소에서 비롯된 원인도 적지 않다. 산 정상에 세워진 2층짜리 측정소 건물 옥상에는 오염물질을 채집하는 각종 기구가 놓여 있고, 2층에는 이를 분석하는 장비가 빼곡하다.

백령도 측정소에는 미세먼지 농도와 이온, 탄소, 원소 등 상세한 성분, 입자 크기 등을 측정할 수 있는 36종류의 장비가 구비돼 있다. 장비 비용은 29억 원에 달한다.

환경부는 그동안 백령도 측정소를 활용해 미국, 일본 등과 다양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 측정소는 미세먼지 외에도 불화수소, 염화수소, 사이안화수소 등 유해 가스 물질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추가로 구축 중이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2019년부터 경기권(안산)과 충청권(서산)에서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를 운영해 현재 6곳인 집중측정소를 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세먼지 해결에 복지부가 적극 나서야

미세먼지로 인해 세계적으로 1년에 700만명 가량이 조기(早期)사망한다. 그 영향은 식생활습관, 흡연, 고혈압에 이어 네번째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최근에 밝혀진 바 있다. WHO가 발표한 2012년 한국의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1만1500여명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만 하더라도 2000만명 이상이 WHO 권고기준치를 초과한 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되고 있다. 이 기준치를 넘는 미세먼지로 인해 성인은 심장질환, 뇌졸중, 만성폐쇄성 폐질환, 폐암 그리고 소아에서는 폐렴에 의한 사망이 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당뇨병, 우울증 등 다른 질환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또힌 산모가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되면 태어나는 아기가 저체중이거나 조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처신하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정부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위험성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건강을 다루는 부처인 보건복지부나 소속 및 산하기관이 그동안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복지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가 어떻게 건강피해를 주는지 규명하고, 이를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복지부 소속기관인 질병관리본부나 국립보건연구원이 국가보건연구기관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미세먼지 연구관련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 본격적으로 미세먼지 관련 질환 연구를 활성화하고 국제적으로도 연구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한국형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영향 연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유럽의 미세먼지 영향이 우리 국민에서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우리 국민에게서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 주도의 연구인프라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 데이터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연결해 미세먼지가 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미세먼지 취약계층을 파악하고 영향을 줄이는 중재연구들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어놓은 인체자원과 관련자료도 미세먼지 연구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에 국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건강을 담당하는 주무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 아닐까. 이제 미세먼지는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됐다.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이고 일상적으로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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