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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추고 비우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행복’ -이승주 논설위원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05/31 [10:48]

낮추고 비우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행복’ -이승주 논설위원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05/31 [10:48]
낮추고 비우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행복’


경향신문은 최근 20~80대의 평범한 시민 18명에게 ‘현실에 만족하는지’, ‘불만스럽다면 특히 무엇에 화가 나는지’를 물었다. 이들 중 ‘현실에 만족한다’고 답한 사람은 4명뿐이었다. 나머지 14명은 ‘현실이 너무 싫다’에서부터 ‘불만이지만 만족하며 살려고 노력한다’는 반응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불만의 원인은 돈과 지위의 상실, 그리고 무시당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물질과 권력, 지식 등 외면적 가치에 함몰돼 모두 위만 올려다보고 살며 좀체 자기 처지에 만족하지 못한다. 비명문대생은 명문대생을 부러워하고, 중소기업 직원들은 대기업 직원들을 선망한다. 욕망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하지만, 조절하지 않은 욕망은 파멸의 구렁텅이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욕망의 엑셀레이더를 밟고자 하나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출세해 보겠다고 극성을 떨다가 되레 불행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바라는 것이 크면 이루기도 어렵고, 이로 인해 좌절하거나 건강을 해치고 만다. 심하면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변하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했지만, 지금도 ‘불행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현대인은 개인이나 단체, 국가 할 것 없이 모두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 경쟁의 치열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세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맹수처럼 상대를 쓰러 뜨려야 한다. 서로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무한경쟁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정의가 실종된 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외적 가치들은 인간의 행복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행복은 무한정 차지하려고 할 때 보다 자족할 줄 아는 데서 찾아지기 때문이다. 불교의 법구경에는 “욕망을 억제하는 데서 마음의 평화가 온다.”고 말하며, 이슬람교 경전 ‘하디스’는 “진정한 부는 재산을 쌓는 데 있지 않고 자기만족에 있다.”고 가르친다.

사람은 마음이 편안해야 행복을 느낀다.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이 “사는 게 불행하다”고 말하면 아마 화를 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꾸 더 큰 것, 더 좋은 것에 현혹되어 산다. 그러다가 자신이 가진 것을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고 후회한다.

소박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시한부 삶을 사는 이들은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한다. 하늘의 먹구름도 황홀하고, 살을 에는 바람도 상쾌하며, 폭우 소리도 듣기 좋다고 말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산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은 대부분 본질적이고 목적적인 것이 아니다. 부수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런 것들에 목을 매고 살고 있다.

사람들은 늘 크고 많고 좋은 것을 원한다. 욕구가 많을수록 고통이나 불행이 커지게 마련인데, 이를 모르는 것이다. 욕구를 절제하는 순간, 그만큼 불행의 요소가 줄어드는 법이다. 자기를 알고, 자기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일이다. 행복은 낮고 작은 데서 시작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작은 꿈을 이루어도 만족할 줄 알고, 행복을 느낀다. 마치 철부지 어린아이 같다. 그래서 성인들은 어린 아이를 인간의 모델로 제시했는지 모른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부자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이 아니고, 가난하다고 모두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행복이란 상대적이다. 지구촌에는 수백억짜리 저택에서 보석이 박힌 옷을 걸치고도 불만인 사람이 있고, 오지에서 풀잎으로 하체만 가리고 살아도 매일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살면 삶에 과부하가 걸린다. 그 순간, 원치 않는 고통을 잉태하고 만다. 행복은 먼 데 있지 않다. 낮추고 비우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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