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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집단감염 놓고 “성소수자 혐오 잘못” vs “공익 위한 것”

이준혁 기자 | 기사입력 2020/05/11 [15:30]
“방역에 도움 되지 않는다”에 “성중독 동성애에서 벗어나는 계기” 주장

이태원 집단감염 놓고 “성소수자 혐오 잘못” vs “공익 위한 것”

“방역에 도움 되지 않는다”에 “성중독 동성애에서 벗어나는 계기” 주장

이준혁 기자 | 입력 : 2020/05/11 [15:30]

 

방역에 도움 되지 않는다성중독 동성애에서 벗어나는 계기주장

 

 

이태원 클럽에서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일부 언론이 성소수자의 일탈로 몰고가자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며 새로운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태원 집단감염을 놓고 성소수자 혐오는 잘못이라며 방역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게이 클럽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이며 성중독 동성애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개신교계 신문인 국민일보는 지난 7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고 처음 보도했다. ‘용인시등 지자체를 취재 출처로 한 해당 보도는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가 게이클럽이라며 그 성격을 부각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이 이를 받아썼다. 국민일보는 9블라인드 수면방’, 10술벙게 모임등 동성애자들이 은밀히 찾는 곳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방역 구멍이라며 어둡고 난잡한 곳으로 몰아부쳤는데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과 혐오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언론 보도와 함께 성적 지향이라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부각되면서 성소수자 혐오가 조장되고 방역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보도와 지자체의 정보 유출은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반한 것이다.

 

이 같은 정보 유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보 공개 이후 아웃팅(outing·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성적 지향이 드러남)을 우려한 접촉자들이 당국 조사에 응하지 않고 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진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당일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일보 보도는 아우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위축시키고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방역에 필요한 정보는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와 시간뿐이다. 성적 지향·성별·나이·거주지도 필요 없다. 개인이 특정되는 방식이 계속되면 접촉자가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눈총 받기 싫어 숨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확진자 동선 공개 방식은 인권침해적이라며 방역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된다. 메르스 때는 정보 결핍이었지만 지금은 과도해서 문제다.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에서 공권력 행사가 소수자를 비롯한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허용될 수 없다방역당국과 언론사는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확진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확산되는 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외신들도 이태원의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자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9(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부 한국 언론이 성 소수자가 주로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상황을 구체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성 소수자 사회에서는 차별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가운데 성 소수자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은 넓게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태원에 있는 성 소수자 클럽을 거쳐 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게이 클럽', '이태원 코로나', '이태원 게이' 등이 주요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외신은 감염자 추적 과정에서 성 소수자가 아웃팅을 당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의 감염자 추적 시스템이 성 소수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한국은 확진자 동선을 세세하게 공개하면서 추가 확산을 막아왔다. 그러나 아웃팅 두려움에 휩싸인 성 소수자들이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아 다소 사그라들었던 코로나19가 다시 일파만파 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역시 일부 한국 매체가 '게이 클럽'이라고 기사에 쓴 것이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몇몇 매체들이 '게이 클럽'이라고 쓴 부분을 나중에 수정했지만, 사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성애가 (한국에서) 불법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이 있고 일부 동성애자들은 혐오 범죄 고통을 겪는다"는 인권 단체의 말도 함께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봉쇄 완화 조치로 2차 집단 감염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 불과 4일 만에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감염 검사와 추적,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대규모 발병지에 대한 집중 단속 등 다방면으로 방역 대책을 구사해왔지만, 현재 한국의 도시 풍경은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만 빼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비판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 보도한 것은 공익적 보도이며 보호받아야 할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교회언론회는 지난 8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동성애 보호가 더 중요한가라는 논평을 내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태인데,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게이 클럽이라고 보도해 아우팅(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타의에 의해 밝혀짐) 당했다며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된 이유는 동성애자가 차별받고 개인 신상이 알려졌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질병관리본부나 언론은 그 장소와 특정 단체를 자세히 소개해 왔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언론회는 이번 보도는 공익적 차원에서 한 것이며 동성애를 포함한 다중이 모이는 클럽에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방역 당국과 언론기관은)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과 발생 위험성이 높은 곳을 공개함으로써 예방과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일보는 탈동성애자 출신으로 동성애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을 돕고 있는 박진권 아이미니스트리 대표의 말을 빌어 동성애가 유전이 아니기 때문에 나처럼 얼마든지 탈동성애 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20~30대의 일시적 성적 취향이자 성중독인 동성애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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