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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 일본의 참배풍속도 -“합격기원 기도보다는 마음 다스리기”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02/14 [10:52]

입시철 일본의 참배풍속도 -“합격기원 기도보다는 마음 다스리기”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02/14 [10:52]

입시철 일본의 참배풍속도

“합격기원 기도보다는 마음 다스리기”



오마모리 부적

다루마 인형

다루마인형 파는 노점

본전 가는 길

에마(繪馬)

kitkat(꼭 이긴다)쵸콜릿

 

일본은 신학기가 4월이다. 따라서 대학입시 시기도 한국보다 1개월 더 늦다. ‘수능시험’이 올해는 1월 15~16일에 실시됐다. 국공립대학교의 1차 전형고시 같은 성격이다. 2차 시험은 각 대학교마다 3월 초에 실시한다. 사립대학은 ‘수능시험’과 상관없이 학교마다 독자적으로 2월에 전형고시를 실시한다. 고등학교 전형고시는 공립은 3월 초순, 시립은 2월 중순에 실시된다.

그런 관계로 일본에서 지금은 신사(神社)나 절을 참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학교합격을 위한 기도, 소위 합격기원(合格祈願)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교회에서 기도정성을 들이거나 절에서 경배정성을 들이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그저 이 기원을 하기 위해 신사나 절에 가서 참배만 하고 돌아온다. 따라서 하나님과 부처님께 정성들이기 위해 수십 번씩 찾아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소원성취가 잘 된다는 소문이 난 신사나 절을 알아내고 방문하여 기원할 뿐이다. “꼭 합격하게 해 달라”고 강력한 애원기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배한다. 학생들이 시험공부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찾아가는 성격이 짙다. 물론 모두 참배하니 나도 가야겠다는 대중심리도 작용한다.

재미있는 것은 신사나 절의 신자가 아닌 데도 신사나 절에 가서 참배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신사나 절에 가서 참배하는 일은 생활 속의 하나의 행사가 돼 있다. 그리고 신사나 절 측은 찾아오는 사람이 믿는 종교를 따지지 않고 받아준다. 일본의 오래된 신사나 절은 다른 종교를 비판하는 일이 거의 없고, 공존하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이번에는 ‘유시마덴진(湯島天神)’<정식명칭: ‘유시마덴만구우(湯島天滿宮)>라는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찾아가는 곳으로 유명한 신사를 찾아가 봤다. ‘유시마덴진’은 ‘학문의 신’이라고 불리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를 모시는 신사로 수도권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10세기 초에 고위 관직인 ‘우다이진(右大臣)’까지 올라갔다가 정적의 모함으로 지방으로 좌천된 인물이다. 귀족, 학자, 시인, 정치인으로서 당시의 천황(天皇)으로부터 큰 은총을 받았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사망한 후 그의 정적들이 벼락을 맞아 죽고, 지진,가뭄,홍수 등 천변지이가 계속 일어났기 때문에, 원한(怨恨)을 품고 죽은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혼령(魂靈)이 한 짓이라고 소문이 났다. 이 혼령을 달래기 위해 전국적으로 만들어진 신사가 ‘덴진(天神)’이며, ‘유시마덴진’은 ‘유시마’ 지역에 있는 신사이다. 이 ‘덴진(天神)’에서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문학,시가(詩歌),서예,예능의 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일본 신사의 특징 중 하나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본전으로 가는 길에 노점들이 들어서는 것이다. 파전, 국수, 사탕, 붕어빵 등 분식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다.

일본에서는 소원성취하기 위한 ‘다루마’ 인형이 많이 팔린다. 선종 달마대사(達磨大師)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인형인데, 소원을 빌 때에 한쪽 눈을 먹으로 그리고, 소원성취가 되면 나머지 한쪽 눈을 그리면서 자축한다. 달마대사가 평소 빨간 옷을 입었고, 빨간색에는 귀신을 쫓아내는 액땜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인형이 빨간 것이 보통이다.

본지 2010년 10월 15일 호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가 있는데, 신사에는 ‘에마(繪馬)’라고 불리는 신사에서 기도하고 제작한 나무 판을 판매하는 관습이 있다. 참배하는 사람들은 이 나무판에 소원성취 기원문을 쓰고 신사 부지 안에 걸고 나서 각자 이 ‘에마’에 기도한다. ‘덴진’에서는 대학교합격, 사범고시합격 등 학업이나 자격취득에 관한 소원을 빈다.

액땜에 관한 부적은 신사 안에서 많이 판매한다. 흔히 ‘오마모리(御守)’라고 불리는 부적이 인기가 있다. 신사가 숭배하는 주신(主神)의 신체(神體)를 상징하는 글을 적은 종이가 들어 있다. 이 ‘오마모리’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으면 소원성취에 효과가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이렇게 신사나 절에 가서 참배하는 것은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들에게 자기 소원을 빌기 위함이지만, 최근에는 흔한 물건의 형태나 만들어진 유래를 인용해 합격을 기원하는 일종의 놀이도 유행하고 있다.

‘코아라노 마아치’라는 초콜릿은 일본에서 흔히 판매하는 초콜릿이다. 원래 코알라가 나무 위에서 잠들어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행동을 본 따 이름을 붙였는데, 수험생들은 이 초콜릿을 먹으면 시험에 붙는다고 믿는다.

‘KitKat’라는 초콜릿이 그 원조이다. ‘KitKat’는 일본어로 ‘깃도 카토’로 발음이 되는데, ‘꼭 이긴다’는 뜻인 ‘깃도 카츠’와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이 초콜릿은 시험을 이기기 위해 수험생이 먹어야 되는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카아루’라는 치즈맛 과자가 있는데, ‘카아루’ 앞에 ‘우’ 자를 붙이면, ‘우카아루’가 된다. ‘우카아루’는 ‘붙는다’는 뜻의 ‘우카루’라는 말과 발음이 비슷하여 이 과자를 먹고 합격하라고 개발한 상품이다.

더 나아가 일본 사람들은 수험생이 있는 집에서는 평소의 대화에서 ‘떨어진다’, ‘미끌어진다’, ‘운이 나쁘다’ 등 재수 없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 말이 씨가 될 수 있다고 여기며 철저히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한국의 수험생이나 학부모와 다름없이 합격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신사나 절을 찾아가 참배하기도 하며, 액땜에 관한 부적을 사기도 하고, 운이 좋은 장소로 소문이 나면 무조건 찾아 가는 것이다.(동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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