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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보고싶은 어머니!!

박길수 | 기사입력 2022/03/09 [08:40]
돌아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보고싶은 어머니!!

돌아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박길수 | 입력 : 2022/03/09 [08:40]

이제라도 혹시 어머니가 집에 다시 오시면, 나는 얼른 허리 깊이 구부리고 머리 숙여 사랑하는 어머니께 공손히 절부터 해야겠다. 가만가만히 어머니 앞으로 슬쩍 다가가 많이 여위고 구부정하기만 한 어머니를 꼭 껴안아 드려야겠다. 이제 막 구십오 세가 되신, 주름투성이의 초라하고 마른 어머니가 건장한 아들 품안에 푹 잠길 수 있도록 팔을 한껏 크게 벌려서, 따뜻이 어머니를 감싸 안아 드려야겠다.

 

"어머니! 오랫동안 왜 한번도 안 오셨어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래도 잘 지내셨지요, 어머니? 너무너무 어머니가 보고 싶었어요. 참 잘 오셨어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내 입을 어머니 귀 가까이 대고, 낮고 맑게, 나는 이제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느긋하게, 괜히 조바심내지 않고, 틀림없이 밝은 미소 짓는 모습을 어머니께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다. 몇 년 전 내가 몹시 힘들기만 하던 날 밤, 어머니는 딱하기만 한 당신 아들을 보려고 한차례 스스럼없이 옆으로 다가와, 아들을 다정히 쳐다보다가 조용히 가셨다. 그때는 정말 뜻밖의 오랜만이라, 내 정신이 아찔하고 경황없었다. 미처 아무런 인사를 못 드렸고, 먼 길을 돌아오신 어머니께 여비조차 챙겨드릴 여유가 없었다. 원 세상에! 저 멀고 먼 극락에서 모처럼 이승 나오신 어머니를 나는 빈손으로 그냥 보내드리고야 말았다. 이제 생각하니 너무 죄송스럽고 후회막급하다.

 

어느날 저녁 회사를 같은 날 퇴직한 절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생 집에 계시는 아흔 넘은 어머니께서 갑자기 넘어져, 고관절이 부서졌다고. 어머니는 처음 전혀 움직일 수 없었으나, 응급 수술 후 꽤 좋아져 지금 재활 병원에 계신다고. 간호사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움직일 수는 있는데,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 지. 재활 병원에 계속 입원시킬 지, 아니면 요양원으로 보내야 할 지. 절박한 마음에 나와 상의하는 전화였다.

 

나는 너무 흥분해 친구에게 큰 소리로 급히 말했다. 내일 어머니를 퇴원시켜 당장 집으로 모셔오라고. 어머니가 드시는 약도 세세히 공부해 알아보고. 그 약들을 제때제때 처방받아 복용시키면서, 어머니가 바라는 자신의 활발하고 쾌적한 집으로 어서 모시고 오라고. 친구가 직접 재활도 해드리면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이 그가 얻을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그리고 다시 붙들 수도 없는, 진정한 삶이며 행복이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내 착한 친구는 집이 그리워 섬망 증상까지 보인 어머니를 바로 퇴원시켜, 동생 집이 아닌 자신의 집으로 모셔왔다. 옛부터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부인이 친구 일하는 낮 시간 동안 스스로 어머니를 정성껏 간병하고 있다. 힘든 농장 일과가 끝나고, 그는 아늑한 저녁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보내고 있다고 천천히 힘 있게 말한다. 헤어지면 살아생전 영영 누릴 수 없는 삶의 사랑과 보람의 시간을 친구네는 어머니랑 즐기게 된 것이다. 어느덧 친구 어머니도 당신 혼자서 화장실 출입을 하실 수 있게 되었고, 그 걱정스럽던 섬망 증상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 사라진 지 이미 오래라고 친구는 말했다. 착한 친구네는 참으로 복 많이 받은 듯싶다. 나는 친구네가 참 부럽기만 하다.

 

내가 아는 동생네 모친은 정반대 신세가 되었다. 연로한 모친은 아들 딸 네 남매에게 붙들려 요양병원에 갇히고야 말았다. 아흔 살이 넘은 동생네 모친은 집으로 돌아가 편안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데, 아들 딸 넷은 어머니 말이 짜증나는 잔소리로만 들리는 것이다.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 인성을 지닌 그 넷은 어머니의 질타가 잔소리였고, 나무라는 어머니가 몹시 싫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서로 머리를 맞댔고, 어머니 안 볼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했다. 그리고 결국 잔소리 많은 어머니를 요양 병원에 가둬놓고야 말았다. 그 속에 계시다가 돌아가실 수 있도록. 그 네 남매들 어머니는 연세 들면서 단지 말이 많다는 이유로, 자신이 죽기 살기로 가르쳐 놓은 네 남매에 의해 요양 병원에 갇혀 죽을 날을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서, 나는 바로 장문의 편지를 그들에게 보냈다. 그들의 연로한 어머니 석방을 진정으로 애원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무응과 비난 외 다른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 돌아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자신을 위해 헌신하신, 사랑하는 어머니이신데. 몸에 좋은 약은 쓰고, 바른 말은 듣기 싫은 잔소리라는 옛말이 결코 틀리지 않구나! 늙으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아무리 후회하고, 보고싶어 눈물을 흘리며 땅을 치고 통곡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데.

 

누구나 죽지 않을 생명이나 삶은 결코 없고, 그 누구도 돈이나 집과 같은 재물을 가지고 저승 가는 사람 또한 없는데. 어머니 재산을 미리 가로챌려고 하거나, 그저 일상의 한심한 안락과 방탕 그리고 태만이라는 망상에 빠져버리면, 눈앞의 간단한 판단이 정말 흐려지고 마는구나. 안타깝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몹시 그립다. 이제야 나는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 미칠 지경이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보고싶은 어머니!!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요양보호사, 6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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