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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실크로드와 불교(종교)전파-⑪ 한국불교와 인도 법장부파의 연관성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2/03/14 [08:39]
계맥은 상좌부 계통인 법장부파의 <사분율>에 의지, 교리 사상은 대승불교에

해양실크로드와 불교(종교)전파-⑪ 한국불교와 인도 법장부파의 연관성

계맥은 상좌부 계통인 법장부파의 <사분율>에 의지, 교리 사상은 대승불교에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2/03/14 [08:39]

계맥은 상좌부 계통인 법장부파의 <사분율>에 의지, 교리 사상은 대승불교에

 

한국불교는 크게 보면 대승불교에 속하고 동아시아 불교 전통을 따르고 있다. 동아시아 불교라고 하면 중국(대만) 한국 일본 베트남을 말하는데, 21세기인 현재 상황으로는 한자문화권 불교도 많은 변화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노란색 부분이 동아시아의 대승불교 분포지역.  

  

여기서 동아시아 불교의 구체적인 양상을 다룰 수는 없고 다만 많은 차이와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만 강조해 두고 싶다. 한국불교에 국한해서 논의해본다면 현재의 한국불교는 교리나 사상적으로는 대승불교에 뿌리를 둔다고 하지만, 사실은 중국 당송 시대에 형성된 선종불교(禪宗佛敎)의 전통을 수용하여 선불교(禪佛敎)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불교승가 공동체의 역사성을 따진다면 초기 상좌부 계통인 법장부의 율장인 사분율(四分律)계맥을 잇고 있다.

 

선종불교가 중국에서 형성됐지만, 지금 중국에는 선종불교 전통이 거의 사라지고 없으며, 일본은 계맥이 단절된 상태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불교는 승가 공동체의 규율에 있어서는 부처님 당시 승가의 맥을 잇고 있으며 교리 사상적으로는 대승불교의 사상과 철학을 논구하고 있으며 수행 면에서는 선종불교의 실천적 견성성불(成佛)을 위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불교는 승가공동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도 부파불교 시대의 규율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보며, 그 역사적 뿌리를 법장부파에서 찾아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빨리어로는 담마굽따까이며 산스크리트어로는 다르마굽타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법장부(法藏部)라고 한역했다. 초기불교 부파 가운데 20부파의 하나이다. 다르마굽타카는 마히사사카(화지부, 化地部)에서 분리했다. 마히사사카(화지부)는 스라와스티와다(설일체유부)에서 분리됐으며 스라와스티와다는 스타위라(상좌부)에서 갈라졌고, 물라스라와스티와다(근본설일체유부)와 사우트란티카(경량부)는 스라와스티와다(설일체유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조금 복잡한 것 같은데 정리하자면 한국불교가 속한 계율상의 법장부는 상좌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며, 결국은 한국불교 승가공동체는 부처님 승가공동체에 직접적인 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이 법장부파의 사분율에 따라서 수계(受戒)를 했다는 것인데, 승려입문을 위해서는 법장부파의 율장(사분율)에 의해서였으며, 승가 공동체의 규율도 법장부의 사분율에 따랐다는 의미가 된다. 일본의 경우에는 계맥이 단절되었다고는 하지만 극히 소수의 비구(독신) 승려들은 법장부의 전통을 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3대 불교가 상좌부 대승 금강승(밀교)인데, 교리 사상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계율 상으로는 한 뿌리가 된다. 금강승 불교인 티베트 불교는 계율 상으로는 설일체유부에서 갈라진 근본설일체유부의 계맥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좌부는 인도에서 스리랑카로 전해졌고 법장부는 인도에서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전해졌으며, 근본설일체유부파의 계율은 인도에서 티베트 고원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 중앙아시아(이란계 파르티아)의 법장부파의 비구(왼쪽)가 중국 승려(오른쪽)에게 불교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령 신장자치구 화염산 베제클리크 천불동.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중국에 불교를 전한 승려들은 중앙아시아 승려들이었다. 인도에서 중국에 직접적으로 불교가 전달되지 않고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중국에 전파되었는데, 처음 이런 역할을 한 비구들은 법장부파의 이란계 승려들이었다. 

 

안세고(安世高,148180)는 후한 시대에 중국에 들어온 역경승(譯經僧)들 중 한분이다. 그는 안식국(이란 파르티아)의 왕자였으나 왕위를 버리고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을 안()이라고 한 것은 출신나라가 안식국(安息國 이란)을 나타내는 것이다. 안세고는 상좌부(법장부파)의 전적(典籍)인 아비달마(논장)와 선경(禪經)에 정통하였다. 그는 148년에 뤄양(洛陽)에 들어와 안반수의경(安般守義經)을 비롯하여 3440권의 불교 경전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그의 불경 번역은 중국 역경사에서 최초기에 해당한다. 후한(後漢: 25~220) 시대에 번역된 불교 경전들은 대체로 딱딱하며 세련되지 못하고 난해한데, 안세고가 번역한 경전들도 그러하다. 중국 역경사에서 이 시기는 초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앙아시아 승려들이 중국어에 능통하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초기에는 상좌부에 가까운 비구들이 미션을 담당했음을 알 수 있다.

 

중앙아시아의 법장부파 비구들은 쉬라바카야나(Śrāvakayāna)를 추종했다. 쉬라바카야나는 성문승(聲聞乘)을 뜻 하는데, ‘듣는 자들이다. 말하자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 자들이다. 이것은 구전(口傳)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율장 논장을 듣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문자화하여서 읽기도 했지만, 담마 와나카(읊는 자)들로부터 들음에 의하여 진리를 추구하고 구도적 수행을 실천했던 초기 비구승가의 공동체를 따르던 성문승들이었다.

 

성문승들의 목적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아누다라삼먁삼보디)를 성취한 즉 무상정등정각을 이룬 삼먁삼부다(Samyaksaṃbuddha 成佛)로부터 열반(해탈자유)을 얻기 위하여 가르침을 듣는 것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보살의 지위에서 6바라밀을 행하여 불과(佛果)를 증오(證悟)한 부처님의 경지에 있는 성불자(成佛者)에게 듣는 자이다. 그러므로 성문(聲聞)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비구들이 될 수밖에 없다. 성문승(聲聞乘)에 속하는 수행자들은 아라한이 되는 것이 최종의 목표이다. 이것을 성취하면 성문불(聲聞佛)로 불렀는데, ‘쉬라와카붓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성문부처는 삼먁삼붓다인 성불(成佛)이나 연각승(緣覺乘)의 벽지불(辟支佛,Pratyeka-buddha)과도 구별된다. 자증보리(自證菩提)를 성취한 부처이기 때문이다. 연각승의 벽지불은 스스로의 수행으로 증과(證果)를 이룬 부처이다.

▲ 담마굽따까(법장부)의 계맥을 계승한 동아시아 비구니 스님들이 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보살승(Bodhisattvayāna 보디삿뜨바야나)은 마하야나(Mahāyāna 大乘)와 같은 의미이다. 보살도 즉 6(六度,ṣaḍ-pāramitā)6바라밀을 닦아서 이 사바세계의 생사고해를 건너서 열반의 안락한 세계인 피안(彼岸)에 이른 자를 말한다.

 

성문 연각(벽지불) 보살도를 삼승(三乘)이라고 하는데, 결국 수행방식의 차이를 말한다. 대승인 보살승에서는 계속해서 이론이 발전되고 결국에는 성문승이나 연각승을 낮추어 보는 견해가 생겼고, 결국에는 이들을 소승(小乘)이라고 폄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폄하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교리 사상적으로는 소승이나 대승이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계율 면에서는 하등의 차별이 없는 일불제자(一佛弟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한국불교는 승가공동체의 규율인 율장(律藏)의 맥에 의하면 정통 율맥(律脈)을 계승하고 있으며, 부처님께서 교시(敎示)했던 승가 기강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교리나 사상 면에서는 정통 테라와다(상좌부)에서 많이 진보한 사상적 철학적 체계인 대승불교를 따르고 있다. 최근 테라와다 경전이 한글로 번역되면서 남방 상좌부 삼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율장(律藏) 상의 계맥으로는 상좌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인식부족과 대승불교는 계율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誤解)이다. 한국불교 계맥에 있어서 엄격히 따져 본다면 비구니 계맥은 단절되지 않고 면면히 계승되고 있으나, 비구 계맥은 단절되어 자생적인 서상수계(瑞相受戒)에 의지하고 있는 문제이다. 정통 율맥의 입장에서 이 서상수계는 두고두고 논란의 소지는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불교는 계맥보다는 법맥(法脈)을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 율맥은 간과되고 있는 추세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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