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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삼국유사 감통편의 내용과 특징(上)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4/20 [08:54]
유교, 기독교, 무속신앙, 단군 신앙까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는 한국불교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삼국유사 감통편의 내용과 특징(上)

유교, 기독교, 무속신앙, 단군 신앙까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는 한국불교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22/04/20 [08:54]

<연재순서>

()불교 신앙과 다른 종교와의 습합과정을 잘 알 수 있는 삼국유사5권 감통편

()감통편에 드러난 무불습합 현상

 

유교, 기독교, 무속신앙, 단군 신앙까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는 한국불교

 

한반도에 유입된 불교는 인도에서의 원형을 간직했다기보다 중국을 통해 들어오면서 일차적으로 노장사상과 유학()이 습합된 중국화 된 불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민간신앙적 성격을 가진 도교와 불교가 혼합되어 새로운 종교로 거듭난 불교는 한국으로 전래하면서 일차적으로 우리의 고유신앙과 습합된다. 현대 한국불교는 유교, 기독교, 무속신앙, 단군 신앙까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는 다종교 현상을 보인다. 여러 종교가 자신들의 고유한 영역을 주장하면서 혼합을 이루는 현상을 종교 습합주의(Syncretism)라고 한다. 습합은 본질에서 다른 종류 혹은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러 믿음을 조화 안에서 공존시키고 다양한 학파의 사상을 융합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감통편에 등장하는 10편의 이야기 가운데 첫 장에 등장하는 선도성모수희불사는 신모 혹은 산신으로 소개된 여선이 불사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구니 지혜를 돕는다. 돕는 조건은 천신, 오악신군을 그려 놓고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점찰법회를 베푸는 것이다. 현대 한국 불교사찰에서 도교, 산신, 조왕을 비롯한 민간신앙이 함께 신앙이 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설명되고 있다. 11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신앙심이 부처에게 전달되어 상호 간 감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광덕 엄정조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1명이다. ‘선도성모수희불사에서 지혜, ‘욱면비염불서승에서 욱면. 광덕과 엄정에서 광덕’,‘엄장’, ‘경흥우성에서 경흥, ‘진신수공에서 효소왕, ‘월명사도솔가에서 월명사. ‘선율환생에서 선율, ‘김현감호에서 김현, ‘융천사 혜성가 진평왕대에서 융천사, ‘정수사구빙녀에서 정수사가 그들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들의 처한 처지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불보살에 대한 믿음과 그 결과로 나타난 감응을 소개했다.

▲ 삼국유사 제5권의 감통편목에는 10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신라 왕실 주변의 귀족불교와 달리 대중불교의 지향이 감긴 감통편

 

삼국유사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이 9개 주제로 나누었으며 각각 다르게 제목을 붙이고 있다. 1권은 왕력과 기이편이고 제2권은 기이편의 계속이다. 3권은 흥법편과 탑상편이며 제4권은 의해 편이다. 그리고 제5권은 신주, 감통, 피은, 효선 편이다.

 

5감통편목에는 10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감통은 감하고 통한 이야기, 즉 염원과 기도가 지극하여 대상에게 전해짐으로써 그 염원과 기도가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정병삼,고영섭이 잘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연구자는 감통은 스스로 느껴서 마침내 남들도 움직이게한 이야기들을 모아놓고 있으며 감응은 중생의 요청()으로 불보살이 영험을 작용하는(動應) 것을 가리킨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감응은 불교의 인과론에 의한 작용과 반응의 상호관계 때문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의 작용과 ()’의 반응이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감통편에 등장하는 10편의 내용을 살펴보면 26대 진평왕을 시작으로 신라하대에 속하는 40대 애장왕까지 시대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인다. 신라 왕실 주변의 귀족불교 혹은 왕실불교와 달리 서민불교 또는 대중불교의 지향이 담겨있다. 재래 신앙과 불교 신앙의 습합, 지체와 격식을 뛰어넘는 삶의 체득, 중생을 제도하는 이름 없는 승려의 보살행, 변괴와 간난을 물리치는 향가를 지은 이들을 통해 신라 사회가 꿈꾸었던 이상향을 담고 있다. 감통은 삼국유사 전편 가운데 포교, 신이, 신라인들의 불교 신앙과 다른 종교와 습합과정을 잘 알 수 있다.

 

삼국유사』 「감통편이 흥미로운 것은 그 체제와 내용이 일본의 가장 오래된 설화집 영이기와 비교 연구다. 영이기는 일본 현보선악영이기또는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는 일본 헤이안 시대 초기의 서적으로 일본에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설화집으로써 일본 영이기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코오카이(경계), 상중하의 3권으로 구성, 변칙적인 한문으로 표기되었다. 대략 822년 편찬, 일본이 백제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하고 있다. 불교가 처음에 어떻게 토착 신앙과 만났는지, 그래서 토착 신앙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또 어떤 영향을 되받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 경계(코오카이)의 출신에 대해 도래인 또는 귀화인의 후손이라는 추정되고 있다. 일본이 이와 같은 연구가 가능한 것은 일본이 우리보다 일찍 삼국유사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三品彰英의 주재 아래 1957년 시작된 삼국유사연구회는 한 세대를 넘어 손주 학자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방법은 한··일 아시아 삼국의 비교연구의 가능해 보인다. 동양 삼국은 한자와 각 민족 고유신앙, 불교, 도교 등 종교적 습합현상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신도와 불교가 습합된 일본의 神佛習合, 한반도 민속종교와 습합된 무불습합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중국의 도교와 만나 선불교라는 독특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한국에 전래한 불교는 한반도 내 기존의 신앙인 민속종교와 습합되어 무불습합이 되었다. 무불습합은 일본의 신불습합에서 차용된 용어인지 명확하지 않다. 일본인 학자 의강창부(義江彰夫)는 그의 저서 신불습합神佛習合(19961)에서 불교는 재래의 진기 믿음과 그 신들을 부정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그 안에 공존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조선의 사원 경내에서 단군 등 조선의 고대 신들과 도교계의 신들을 모시는 사당이 보인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한국불교와 무속의 혼합과정을 설명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었다. 무불습합은 일제강점기에 일인 학자들에 의해 사용되었지만 최근 사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학술용어는 어느 순간 개인 혹은 특정 집단에 의해 사용, 사용 불가 합의되지 않는다. 연구자의 연구상 필요 때문에 사용되고 그 용어보다 적합한 단어의 사용이 빈번해지면 스스로 도태되는 현상이다. 결국, 연구자 개인의 선택적 용어사용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일본에서 신불습합의 역사는 불교가 6세기 조선반도에서 일본에 전래하여 재래의 신지신앙(원시신도)과 마찰을 빚으면서 일본 각지로 서서히 전파되었다. 8세기경부터 신도의 신들을 하늘의 일종으로 인식하게 되어 신은 불교에 귀의하여 수행의 길에 있는 존재로 간주하였다. 이때 신사 옆에 사원 즉 신궁사가 세워졌다.>

 

민속종교는 특정 지역의 주민들이 생활속에서 생산한 생활관습으로서의 종교를 말한다. 불교와 무속신앙의 습합은 대체로 진평왕, 선덕왕 이후로 불교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시기다. 한반도를 통해 전해진 일본불교는 자신들의 고유신앙인 신도와 불교가 습합된 신불습합이 되었다. 신도란 일본 민족의 고유한 신인 가미 및 신령에 관련된 신념을 기반으로 발생 전개되어온 것을 총칭한다. 일본의 종교습합은 고대 원시 신앙인 신기 신앙에서 출발하여, 한반도 외래문화와 함께 전래한 불교와 절충되고 조화를 이룬 신불습합으로 독자적인 일본불교를 형성했다. 신도를 관리한 사찰로 신사 옆에 신궁사를 세웠으며 나라 시대의 신불습합 현상과 함께 확산되었으나, 메이지 시대의 신불분리령으로 인해 불교는 신사로부터 분리되었다.

 

<일본에서 신불습합 형태는 1. 신은 방황하는 존재로서 부처의 구제가 필요하다는 사고방식 2. 신이 불교를 수호한다는 사고방식 3. 불교의 영향 아래에 새로운 신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경우 4. 사 실 신은 부처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모습을 바꿔서 세상에 나타난 것이라 사고방식이다.>

 

영이기는 국내에서도 여러 편의 논문이 나왔다. 이 기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본인 유학생의 연구다. 삼국유사는 한일 학자들 공동의 연구가 가능한 좋은 주제로도 손색이 없다.

 

영이기는 일본 현보선악영이기또는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는 일본 헤이안 시대 초기의 서적으로 일본에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설화집으로써 일본 영이기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코오카이(경계), 상중하의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 최초의 설화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설화는 불교 전래 이전의 신이담 및 도교적 주술담, 민간전승 설화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인과응보와 현보선악이라는 불교 교리에 입각한 교화용 설화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략 822년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이기의 특징은 일본이 백제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불교가 처음에 어떻게 토착 신앙과 만났는지, 그래서 토착 신앙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또 어떤 영향을 되받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 경계(코오카이)의 출신에 대해 도래인 또는 귀화인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승려다.

 

감통편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왕으로부터 시작해 성직자 그리고 사찰소속 노비와 개인 집에 종사하는 노비까지 그 가운데 가장 애매한 직업인이 있다. 신발을 제조하면서 처자와 함께 사는 광덕이다. 일연스님이 분황사 서쪽 마을에 은거하며 황용사의 서거방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표현처럼 거주지가 애매하지만 일단 가족을 형성해 살면서 사찰이 주거지가 아니다. 조선조 외거 노비와 같이 주인집 일을 돕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졌고 독자적 주거공간이 제공된 형태다. 남편 광덕은 신발 엮는 일에 종사한다. 그와 함께 수행하는 엄장은 남악에 암자를 짓고 농사에 힘쓰면서 살고 있다.

 

광덕과 엄장 두 사람이 승려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서 거처 자체가 난해하다. “재가 수행자라고 한다면 요즘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출가와 재가의 주변인과 달리 뚜렷한 생계수단이 있고 오랜 시간 염불 정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처럼 감통편은 치열한 신앙사례와 그런 구도행이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이 주 내용을 이룬다. 감통편의 기사는 불교에 편입된 재래 신앙의 감통, 미천한 처지의 감통, 지체와 격식이라는 감통의 장애, 향가의 감통, 중생을 제도하는 평범한 승려의 감통이라는 주제로 요약될 수 있고, 이들 주제는 부분적으로 사실과 생활의 역사를 포괄하여 드러낸다.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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