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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포커스:“코란 소각 해프닝, ‘언론의 호들갑’이 종교갈등 키웠다”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0/09/27 [16:59]

27호 포커스:“코란 소각 해프닝, ‘언론의 호들갑’이 종교갈등 키웠다”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0/09/27 [16:59]

“코란 소각 해프닝, ‘언론의 호들갑’이 종교갈등 키웠다”

화합의 목소리 묻히고 ‘이슬람 혐오증’에 맞선 ‘무슬림 강경파’ 결집 


미국 목사의 코란 소각 계획이 취소되어 안도했으나 그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외쪽은 센터 테리 존스 목사

 

미국 시골의 ‘사이비 목사’가 제기한 “9·11 코란 소각 발언”에 지구촌이 종교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테리 존스(58) 목사의 ‘코란 소각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강경파들이 결집에 나섰고, 이슬람권 거주 기독교인과 교회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그라운드 제로’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논란이 이슈가 된 상황에서 테리 존스 목사는 ‘시의적절하게’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는 선정적인 언론보도경쟁으로 더욱 파문을 확산시켰다. 존스 목사의 교회는 신도들은 물론 자신의 딸에게까지 사이비 종교집단이라는 비난을 받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싶어 하는” 존스 목사의 해프닝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에 일부 언론들은 “보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코란 소각에 대해 상세히 알리는 기사나 사진을 배포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가 코란에 총격을 가하거나 코란을 태우는 비디오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통상 그것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대변인인 이브라힘 후퍼의 이 같은 언급은 코란에 관계된 것을 포함해 항상 도발적인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무슬림들은 이 같은 행동들에 대해 ‘무시할 것(nothing)’을 요구하는 소책자 형태의 지침서를 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9.11 테러를 앞두고 그라운드제로 인근 모스크건립 문제로 확산된 반 이슬람 정서로 인해 존스 목사의 행동은 언론에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됐다. 존스 목사의 계획이 알려진 지 수일 만에 AP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인이나 정부 당국, 단체들이 잇따라 나서 공개적으로 존스 목사를 뜯어말리면서 더 이목이 쏠렸고, 언론은 덩달아 계속 관련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자제의 목소리와 함께 깊어지는 갈등


교회의 코란 불태우기 계획이 알려지자 미국 최대 기독교 연합기구인 전미복음주의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런 행위는 전 세계 이슬람 신도들에게 불경스러운 일로 기독교인과 이슬람 교도 사이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하는 등 전 세계의 교회와 단체에서 자제의 목소리가 생겨났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9·11 9주년 펜타곤 추도연설에서  “9월의 그날 우리를 공격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알카에다”라며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이슬람과 전쟁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민들에게 종교적 관용을 호소한 것.

그러나 이번 사건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면서 사건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가 추도연설을 하는 날에도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현장인 그라운드제로 인근과 이슬람 경전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플로리다주 교회 주변 등 미국 곳곳에서 이슬람사원(모스크) 건립을 둘러싼 찬성, 반대파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슬람 반대측 시위대는 코란을 찢거나 불태우는 등 훼손하기도 했다. 반대파 시위대는 미국 성조기를 들고 흔들면서 “이슬람사원은 더 이상 안 된다”, “마호메트는 무슬림 중에 가장 과격한 인물이며 오사마 빈 라덴은 그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찬성파들은 “이슬람에 대한 공격은 인종주의의 발로”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했으며 “편협한 종교관이 전쟁을 불러온다”고 외쳤다. 또 “뉴욕에서부터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인종주의나 종교탄압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슬림 강경파 결집, 기독인·교회 피습 위기


한편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강경파들이 결집에 나섰고, 이슬람권 거주 기독교인과 교회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은 강경세력이 정치력을 장악하고 있는 곳이라 반응은 다른 이슬람 지역보다 강하다. 9·11 테러 9주년인 지난 11일 코란 소각 대신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벌인 코란을 찢는 퍼포먼스가 이란 국영방송인 프레스TV로 방송되면서 반미, 반기독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지 기독교인들도 타깃이 되고 있다. 9월14일 인도 카슈미르에서 미국 내 코란 훼손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경찰관 1명을 포함해 15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코란 소각이 이스라엘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란 소각 계획은 모든 신성한 예언자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시온주의자들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시온주의자와 그들의 지지자들은 쇠퇴와 붕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극언했다.

한편 미국내 이슬람교 지도자들은 ‘이슬람 혐오증’의 확산을 경계해 이슬람사회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해줄 것을 연방 및 주정부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평화로운 종교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매도한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시카고에서 종교간 갈등해소 단체를 이끄는 이부 파텔 소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두렵다. 9.11 테러가 났을 때보다 지금 미국민들의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슬람계 양측의 급진주의자들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그들이 얻은 관심이 문제를 악화시킨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권형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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