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종교는 ‘물과 불’의 대립을 융합하는 ‘솥’이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6/11 [16:53]

종교는 ‘물과 불’의 대립을 융합하는 ‘솥’이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6/11 [16:53]
 종교는 ‘물과 불’의 대립을 융합하는 ‘솥’이다


◈ 세종시수정안,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고, 6․2 지방선거 등 커다란 사회․정치적 이슈가 이어진 최근에는 개인적으로도 혼돈 속에서 지낸 듯 합니다. 여야, 지역간 갈등을 증폭시킨  세종시 문제가 4대강사업에 대한 종교계 등의 거센 반발에 묻혀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천안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어뢰에 격침당한 천안함을 놓고도 자폭, 암초, 피로파괴설 등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으며 선거 때는 ‘북풍(北風)’ 이용설까지 등장해 ‘노풍(盧風)’과 맞붙었습니다. 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나자 ‘역풍(逆風)’이란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놓고도 진보에서는 ‘강남(江南)시장’이라 비아냥댔고 보수에서는 오히려 지난 선거와의 통계비교를 제시하며 ‘강북(江北)시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수․진보, 좌파․우파, 여․야, 친(親)․반(反)미, 강남․북, 개발․보존 등 온통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넘쳐 났습니다. 어수선함, 안타까움, 분개감, 좌절감, 허탈감 등 복합적 감정이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심리학자는 사람들의 그릇된 의식으로 ‘부인주의(否認主義 ․ denialism)’를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믿고 싶고, 바라는 바에 몰입(沒入)되어 과학적, 실증적으로 입증된 사실조차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창조론(創造論)에 젖어 있으면 진화론(進化論) 자체를 부인합니다. 지동설(地動說)이 이미 입증된 것이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천동설(天動說)을 믿고 있는 사람이 미국인의 10%에 이른다고 합니다. 천동설을 믿고 싶기 때문에 지동설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물며 9․11 테러도 ‘미국 음모설’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Holocaust)를 부인하기도 합니다.

◈ 한국에도 부인주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보수․진보, 좌파․우파, 여․야, 친반미, 강남․북, 개발․보존 등의 한 편에 치우쳐 자기편의 논리에 몰입합니다. 상대는 모두 불의(不義)와 미망(迷妄), 편협(偏狹)에 젖어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러한 편견은 분파세력으로 나뉘어 대립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면 4대강사업도 반대하고 여․야는 보수․진보와 강남․북, 친․반미. 좌․우파 등 세트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극렬해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합니다. 천안함 사고를 보는 시각도 세트로 달라집니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과 행동으로 보여집니다.  

◈ 세계종교신문 20호의 특집으로 ‘신앙의 그릇 비우고 다른 종교도 담아내자’는 기사를 담았습니다. 강원용, 김수환, 법정 등 종교계 거인들이 쌓아 놓은 ‘이웃종교와의 소통과 화합’의 발자취를 조명했습니다. 다른 종교에 강한 배타성을 가진 개신교인들이 절에 가서 108배를 올리며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도 소개했습니다. 7대 종단이 이슬람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세미나 소식도 담았습니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의 여성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三笑會)가 뜻을 모아 에티오피아 소녀ㆍ여성 돕기에 나서는 훈훈한 소식도 함께 다루어 정치․사회의 양상과는 다른 참종교의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파가 갈려 세트로 움직이던 보수․진보신문들도 이러한 종교계 소식을 단편적으로나마 연이어 같은 논조로 보도했습니다. 사회ㆍ정치적으로는 대립되지만 깊은 마음속에는 화합과 소통을 반색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의 역할을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 ‘종교는 물과 불의 대립을 융합하는 솥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취지가 좋아 18일 본사 후원 세미나의 기조연설에 흔쾌히 나서 준 박홍 신부의 말입니다. 보수․진보, 좌파․우파, 여․야, 친반미, 강남․북, 개발․보존의 이념과 행동들이 물과 불처럼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종교는 그를 아우르는 솥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종교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