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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상징물의 의미/대한불교조계종 삼보륜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4/30 [09:52]

종교상징물의 의미/대한불교조계종 삼보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4/30 [09:52]
 

大慈大悲의 불교사상 시각적으로 승화시켜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은 한국불교 최대 종파다. 전국에 2501개(전통사찰 704곳)의 사찰이 있고, 승려 수는 1만3860명에 이른다. 출가수행자를 길러내는 자체 대학도 23곳이나 된다. 무엇보다 중국으로부터 전해져 온 선불교의 적통(嫡統) 종단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1년에 두 차례 안거(安居)가 끝난 뒤 수행자들에게 내리는 종정(宗正)의 법어는 사회적 가르침으로도 무게를 얻고 있다. 

조계종(曹溪宗)은 신라 도의(道義) 국사를 종조로 삼는다. 그는 중국 선불교 법통인 6조 혜능 선사의 선맥을 가져온 인물이다. 중국 선종사에서 혜능은 ‘조계(曹溪)’로 불렸다. 그 까닭은 이렇다. 혜능이 설법하던 광동 보림사(寶林寺)에는 큰 계곡(溪)이 있었고, 조숙랑(曹叔良)이라는 사람이 와서 지성으로 공양을 올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림사는 조숙랑의 조(曹)와 지역특성을 따서 ‘조계’(조계보림사)라는 이름도 얻게 된다.  그 인연으로 훗날 조계는 혜능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계종은 ‘혜능의 선법을 잇는 선종’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의 국사는 혜능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그는 784년(선덕왕5) 구도의 뜻을 품고 당나라에 들어갔는데, 수행 도중 광동 보림사 혜능 선사 영당(影堂)에 참배차 들렀다가 예배를 드리던중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그 길로 강서성을 찾아가 혜능의 증손이자 마조(馬祖) 스님의 제자인 서당 선사에게 점검을 받으니, ‘참으로 법(法)을 전수할 만한 자’라는 답을 얻게 된다. 이때 서당 선사는 도의라는 법호와 함께 육조정맥(六祖正脈)의 선법(禪法)을 내려준다. 봉신현에 있던 사형 백장 스님도 이 사실을 접하고, “강서(江西, 馬祖道一)의 선맥이 모두 동국으로 가는구나”라고 크게 찬탄했다고 한다.

821년(헌덕왕 13년) 신라에 돌아온 도의 국사는 염거(廉居) 선사에게 법을 전했고, 염거는 다시 보조(普照·1158~1210) 선사에게 전했다. 고려때 승려였던 보조는 전라남도 장흥에 보림사를 창건한 뒤 가지산문을 열어 도의 국사를 가지산문파 초조로 추앙했다. 나중에는 가지산문을 포함해 9개 승려집단인 구산선문(九山禪門)을 통합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조계종이라는 종명을 붙이기에 이른다. 조계종의 개조는 보조가 되는 셈이다. 이 조계종의 선맥이 일제 때 조선불교조계종을 거쳐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으로 정착돼 오늘에 이른 것이다. 조계종은 한국 선종의 주체적인 표현일뿐, 중국에는 없는 종명이다.


佛·法·僧 불교핵심요소 표현

육조혜능의 선맥이은 종단

역경딛고 종교 강인함 알려

 

조계종은 지난 2003년 고(故) 법장 총무원장 스님 때 종단의 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 종단의 대표 문장으로 ‘삼보륜(三寶輪)’을 제작, 발표했다. 이것은 조계종이라는 명칭을 가진 유사 종단들이 난립해 정비의 필요성도 느꼈기 때문이다. ‘대중불교조계종’ ‘해동불교조계종’ 등 유사 종단이 10개 가까이 이른다.

삼보륜은 큰 원 안에 3개의 작은 원이 삼각형 모양으로 들어가 있어 응축적이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큰 원은 불교의 기본원리인 윤회사상 즉, ‘지혜의 바퀴’를 상징하고, 작은 원은 불교의 핵심요소인 불(佛)·法(법)·승(僧) 삼보를 나타내고 있다. 불교에서 법륜은 전법과 교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양이나 복잡하게 설정돼 있어 삼보륜에서는 이 점을 감안해 두꺼운 원으로 처리했고, 여기에 평등과 선종 사상을 담고 있는 일원상과 결합시켜 안정감을 높였다. 또한 삼보는 삼각형 형태로 균형미를 유지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대자대비의 불교 사상을 형상화했다. 삼보륜은 대중적으로도 친근감을 주며, ‘자비의 종교’로서 불교를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현재 조계종의 통일가사에도 들어가 있고, 사찰 외벽이며 각종 문화용품 등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현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3월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불자선수단을 초청해 삼보륜이 새겨진 금메달을 일일이 목에 걸어주며 노고를 치하했다.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 선수를 비롯해 모태범, 이상화, 성시백, 이주연, 노선영, 최용직, 최정원, 김민정, 이용, 강광배 선수 등이 참석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을 법하다.

불교는 한때 억불숭유 정책으로 조선 땅에서 겨우 숨만 붙어있던 시절이 있었다. 종교는 속성상 탄압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조직이나 국가의 흥망성쇠가 그렇듯 내부에서 부패하고 분열하지 않는 한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다. 오늘의 조계종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성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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