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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기획1.성직자 노후보장이 종교윤리 바로 세운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3/15 [16:12]

14호 기획1.성직자 노후보장이 종교윤리 바로 세운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3/15 [16:12]
 

성직자 노후보장이 종교윤리 바로 세운다

노후보장의 사각지대, 종교계 대책마련 부심

가장 모범적인 가톨릭도 은퇴자 늘어나 고심

 

노후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성직자들이 과연 올바르게 신자나 신도들의 신앙생활을 이끌 수 있을까? 종교성직자들은 평생 무소유를 강조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노후복지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 노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무소유’의 실천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노후불안 등 세속적 고민과 갈등으로 세속적 욕구에 휩싸인다.

노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성장에 매달리고 생계비 조달과 자녀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과도한 헌금과 시주금을 요구하면서 신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따라서 성직자들의 노후보장제도는 수행 정진의 기본요소라 할 수 있다.


불교계가 가장 열악

스님 65.4% “노후가 불안하다”


다른 종교계보다 성직자 노후대책이 미비한 불교계에서는 지난해 동안거시 심지어 전국선원대표자회의에서 “노후 및 병고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안거 해제비’를 ‘수행복지비’로 바꾸기로 결의하기까지 했다. 사진은 법주사 동안거 결제 때의 사진.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각 종단과 교단들은 성직자들의 노후보장제도를 갖추기 위해 각종수익사업과 연금, 보험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에 들어간 일부 교단 역시 은퇴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종교기관이 본격적으로 내놓고 영리사업을 벌이기도 어렵다.

종교계가 성직자들의 노후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후복지 기반이 가장 취약한 불교계에서는 지난해 말 취임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선거 출마 시 주요종책이자 201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요 과제로 발표되기도 했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 속에 무소유, 수행 정진에 매진하라는 이야기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개신교와 천주교 등이 오래 전부터 교단별로 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비해 스님들은 기본적인 식생활만 제공받을 뿐, 연금제공이나 의료혜택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해 말부터 노후복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비의 보험금 나눔’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나, 영리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주춤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조계종단 스님을 대상으로 승려노후복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33명(23.8%)이 ‘매우 염려한다’, 233명(41.6%)이 ‘염려한다’고 응답해 스님 65.4%가 노후생활을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불안요소로는 거처(25%), 생활비(23.2%), 질병치료(21.8%)순으로 나타났다. 종단이 가장 먼저 세워야 할 노후대책으로 의료 및 생활수발자 지원(39.8%), 거처문제(35.2%), 수행비용 해결(18.2%)이다. 스님들이 선호하는 노후대책으로는 국가보험(37.7%), 사설 사암 운영(15.2%), 사유재산(12.3%)이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스님은 28.6%나 됐다.

노후대책이 없어 발생하는 문제점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는 수행 전념불가(29.8%)가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개인재산축적(26.1%), 사설 사암의 증가(14.1%) 등의 부작용을 꼽았다.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스님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3.9%나 차지했다.


성직자 보험가입 매년 늘어나

전 종교계 확산은 이루어지지 않아


스님, 목사, 신부 등 성직자들의 보험가입은 매년 늘고 있다. 가입상품은 대부분 연금보험이다. 성직자들의 노후문제도 일반인과 같이 현실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성직자의 경우 종단의 지원을 받아 사비를 털어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는 스님을 대상으로 한 연금보험 개발을 요청해 '연화연금보험'을 개발하기도 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가 200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종합보험 가입을 통한 승려복지개선안을 마련해 주목을 받았었다. 60세 이상 중진급 스님들도 노후보장을 위해 실버보험에 들도록 했다. 해인사가 인재양성 및 수행도량 역할을 다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한 이 제도의 재원은 각 말사가 부담하는 교구분담금으로 충당됐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전 종교계로 확산되지 못했다.

보험 관계자는 “성직자들은 절제된 금욕생활로 일반인에 비해 평균수명이 길기 때문에 노후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며 “성직자대상 보험개발에 적극적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종교인의 수명, 질병, 생활방식 등을 조사 분석해 성직자 보험을 개발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고 했다.


“노후보장 안되니 사유재산 챙긴다”

건강보험혜택도 제대로 못받아


최근 조계종에서 시비가 일었던 ‘승려사유재산의 종단귀속 시행령’은 승려노후복지기금 적립을 통해 복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 그러나 “노후복지가 없는 상태에서 사유재산을 갖지 말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문제제기에 막혀 ‘승려사유재산 귀속’은 3월 시행을 연기하고 수정에 들어간다(미디어속 불교 기사 참조).

법장 스님이 열반한 이후 생전에 가입한 생명보험의 사망보장금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도록 지정해 놓은 것이나 노후복지가 그런대로 갖춰진 천주교에서 사제들이 사후 사유재산을 교구에 귀속토록 하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일반 승려들 사이에 ‘종단이 승려들에게 해준 게 뭐 있냐’는 식의 종단에 대한 불신이 내재해 있는 만큼 승가복지법을 속히 제도화해 모든 스님들에게 평등하게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만이 해법”이라면서 “65세 이상 스님에게 수행공간·연금·의료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승려노후복지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총무원에서는 승가 복지재단을 설립하며 중앙종무기관 부담금과 각 교구 및 승려 개인의 갹출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현재 조계종 소속 승려 1만3800여명 중 65세 이상은 1700여명. 노후복지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환경에서 이들은 승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종 전체를 통틀어 일정 금액의 돈을 내고 입주할 수 있는 해인사 자비원, 요양원 겸 선방을 운영하고 있는 법계사를 제외하고는 원로 스님들의 거주공간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지난해 말에는 선방 수좌 스님들의 모임인 전국선원대표자회의에서 “노후 및 병고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안거해제비’를 ‘수행복지비’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해제비’는 해제 이후 교통비, 병원비 등 생활비와 품위유지비로 쓰이며 더 나아가 노후대비 등의 실질적인 복지비 성격을 같이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결의문은 “노후를 염려해 개인 토굴을 마련하려 하는 등의 수행 외적인 일들도 줄어야 하고, 행정 일을 보다가도 언제든 부담없이 고향인 선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승단의 풍토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원불교와 천주교는 교단 자체에서 성직자들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조계종에서는 건강검진조차 실시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며 “종단은 전액지원이 힘들다면 일부라도 의료비 지원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님들 중에서도 잦은 이동으로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 선원 수좌 스님들은 건강보험공단의 정기검진 혜택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소임이 없는 노스님들이나 거주할 사찰이 마땅치 않은 비구니 스님들과 마찬가지로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건강보험측은 “의료비 지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재원마련으로 사찰건물 불사를 지양하고 인재불사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행연금 운영은 평등승가의 원칙, 비용최소한의 원칙에 입각해 종단에서 노령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령연금 기금조성방안으로 △연금을 수령하고자 하는 승려는 반드시 기금을 갹출할 것 △총무원 특별회계 승려노후복지특별회계 미사용예산 반영 △총무원 매년 예산의 5%연금 기금으로 책정 △교구본사는 승려현황에 따라 연금기금 조성할 것 △교구본사별 신도회에서 기금마련 행사를 할 것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종교계도 고령화

연금, 보험, 기금 등 장기대책 필요


개신교 역시 일부 교단 외에는 주거시설, 연금, 의료보험 등 성직자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불교계와 같은 실정이다. 더욱이 수백개에 달하는 무인가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이 쏟아져 나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신의 축복은 교인 수에 비례한다’는 왜곡된 교회관으로 편법으로 교회를 개척,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 더욱이 노후보장은 커녕 기본적 생활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올바른 종교의식이 형성될 수 없다. 이들을 위해 마련된 교회성장 세미나에 북적이는 현상이 그를 대변해 준다.

지난달 4억원의 퇴직금을 반납한 최일도 목사도 “바른 목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땅의 선한 목사님들이 많은데, 그 모든 분들에게 저와 같은 결단을 하라고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고, 노후대책이 없는 목사님들께 퇴직금을 반납하라고 하는 압력으로 작용되어서도 결코 안 된다” 고 강조한 것은 ‘신앙심만큼 생활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1960년대부터 연금제도를 운영해온 개신교 일부 교단도 최근 은퇴자가 늘어나면서 근래 개인부담금 액수와 횟수를 늘리는 등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실정이다.

불교계가 복지모델로 삼는 천주교의 경우 교구별로 은퇴신부(정년 65세)에게 최저생활비로 월 115만원정도의 연금을 지급하고 주거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은퇴신부는 40여명으로 혜화동 주교관 외에 삼선동, 수유리 등의 공동사제관에 나뉘어 살고 있다. 춘천교구의 경우는 지난해 ‘선목사제관’이라는 은퇴사제관을 건립했다. 교구별로 아파트를 구입해 개별적으로 사제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점차 은퇴자가 늘면서 수용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매년 20∼30명씩 사제를 배출했던 한국천주교가 1970∼80년대 매년 그 열 배 수준으로 사제가 폭증하는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연금제도가 없는 대한 성공회는 30년 정도 활동한 신부를 기준으로 약 1억원정도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원불교에서는 은퇴(68세) 후에도 전국 3곳에 있는 기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모든 교단 내 성직자 100%에 적용되는 노후복지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등 거의 완벽한 대책을 갖추고 있다. 20년 이상 교역자는 퇴임 후 동산원로수도원 등 퇴임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밖에 매월 40만원의 생활비와 24만원의 연금 등을 지급받으며 의료비 일체도 제공받는다. 그러나 원불교도 점차 늘어날 은퇴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스님이 일정금액을 내고 입주할 수 있는 해인사 자비원. 불교계의 몇 안되는 복지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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